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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과 합의로 마무리된 총파업,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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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과 합의로 마무리된 총파업, 후폭풍 우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9.0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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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정부ㆍ여당 합의안에 서명...젊은의사 비대위ㆍ의료계 내부서 ‘독단적 결정’ 반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정책에 반발, 한달여간 지속됐던 의료계의 단체행동이 정부ㆍ여당과 의협의 합의안 마련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젊은 의사 비대위를 비롯, 의료계 내에선 의협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합의를 진행했다며 반발,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의협, 더불어민주당ㆍ보건복지부와 합의안 체결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체결했다. 

▲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총 5개 조항으로 구성된 합의서에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또 민주당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와 의료의 질 개선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을 바탕으로 전공의특별법 등 관련 법안 제ㆍ개정 등을 통해 전공의 수련 환경 및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의협과 복지부가 앞으로 체결하는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의협은 같은 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합의문 내용을 살펴보면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경우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며,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왼쪽)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왼쪽)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복지부와 의협은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ㆍ정협의체를 구성한다. 

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

또한 복지부와 의료계는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해 복지부와 의협은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특히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ㆍ시행한다.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계 내, 최대집 회장 및 의협 집행부 비판 여론 커져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합의안을 마련, 체결하면서 의료계의 단체행동이 마무리됐지만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의협이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와 체결한 ‘합의안’에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배제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지현)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된 의협과 여당, 의협과 정부 간 의정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대전협 비대위는 전임의협의회,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와 함께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와 단일한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대전협 김진현 부회장에 따르면, 젊은의사 비대위는 지난 3일 범투위 회의가 끝난 뒤, 저녁 늦게까지 계속 합의안을 만들었으나 여전히 초안인 상태로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의 요청으로, 국회에서 대전협 비대위원과 의협 이사들이 함께 민주당 전문위원을 만났으나, 역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과 만난 다음 날인 4일 새벽 대전협 비대위는 민주당 측으로부터 수정된 협상안을 받았으나, 해당 내용에는 젊은 의사들이 요청한 내용이 누락돼 있었고, 문장도 왜곡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협 서연주 부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받자마자 문제를 제기, 수정을 요청했고,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하지만 후에 언론을 통해 드러난 협상안에는 우리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됐고, 다음에 접한 소식은 TV를 통해 방송된 민주당과 최대집 회장 단독 합의였다”고 밝혔다.

서 부회장은 “범투위 회의에서 각 협상에는 전공의 위원을 반드시 포함합 협상단을 꾸려야 하고, 이에 최대집 회장과 박지현 위원장이 동시에 참여해 의결하기로 결정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았다”며, “국회와 정부의 협상 테이블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합의문에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민주당, 복지부와 합의할 내용이 아니라 포함 시키지도 않았다”며 “젊은의사 비대위는 물론, 대전협 집행부, 전임의와 의대협 집행부 모두 관련 합의안에 대한 내용을 들은 적도 없다. 과연 최대집 회장 단독행동인지, 의협 집행부 이사 몇몇의 논의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내용은 젊은 의사들이 결정할 내용임에도,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채 합의문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독단적 진행’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대전협 비대위는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전공의 모두의 의견이 반영된 전공의협의회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나 역시 하나의 의사로서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사직서를 쓰고 병원을 나올 때는 단순 액션이 아니었다. 의료계의 변화를 원하고 잘못된 의료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우리 단체행동은 올바른 명분, 목적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공의 수십명이 의협과 복지부의 합의에 반발, 합의문 서명식 현장을 찾아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의협과 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장소를 급히 바꿔 정부서울청사에서 합의문 서명식을 진행했다.

젊은 의사들뿐만 아니라 의료계 많은 인사들이 SNS 등을 통해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의 합의안 체결을 비판했다.

▲ 최대집 회장의 페이스북에 달린 비난 댓글들.
▲ 최대집 회장의 페이스북에 달린 비난 댓글들.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은 “대전협이나 범투위 의견을 담았건 안담았건 그건 문제가 아니다. 대전협 등 젊은 의사 비대위가 합의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들과 함께 했다면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의협 집행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전공의 파업은 의협이 끼어들 판이 아니다”며 “전공의 비대위가 포함된 범투위 협의안까지 왜곡시켜 합의를 강행하는 의협 집행부의 행태는 역겹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회장이 젊은의사 비대위의 의견 수렴 없이 단독으로 합의한 것이면 이 합의는 절차상 무효다. 의협은 회장 단독 기구가 이니기 때문”이라며 “의협 회장은 합의안을 회원에 설명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소식들이 나오는지 합의과정에 대한 사실 보고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모 의사회 임원은 “협회는 회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고 회장은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는데 제일 앞장서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회장이 회원들이 결사반대하는 일을 진정 회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며칠이 걸려서도 설득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회원들을 막고 그 뒤에 숨어서 회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면 그는 더 이상 회원들의 권익에 최일선에서 앞장서는 회장이라 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최대집 회장의 페이스북에는 ‘젊은이들의 정의를 짓밟았다’, ‘단순히 의사의 패배가 아니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패배감은 어쩌려고 이러냐’,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차라리 나서지나 말지‘, 하나도 못 막아내고 전공의, 학생들만 총알받이 시킨거냐’ 등 수많은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집 회장, 오해와 비난 감수...더 나은 방향 선택

의료계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최대집 회장은 대회원서신을 통해 “‘철회’라고 하는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며 강행돌파를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의협과 민주당의 정책협약 소식에 많은 우려가 있으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또 다시 의료계가 속고 분열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투쟁의 전선에 서 있는 젊은 의사들의 당혹감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최대집 회장.
▲ 최대집 회장.

이어 그는 “지난 3일 범의료계투쟁위원회에서 의결된 의료계 단일안을 가지고 여당의 의사를 타진하면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철회’라고 하는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고발조치된 전공의를 비롯해 복지부가 고발을 미루고 있는 수백명의 전공의, 오늘을 마지막으로 시험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젊은 의사 여러분, 그리고 의대생 여러분. 숭고한 투쟁, 놀라운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조건 없는 복귀와 구제가 가능해진 만큼, 선배들을 믿고 진료현장으로 돌아가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최대집 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올바른 의료환경, 합리적인 의료제도는 투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투쟁의 결과물로서 얻어질 대화와 논의의 장에서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의료계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일궈낸 소중한 성과를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로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의협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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