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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선 화장 후 장례’ 지침,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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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 ‘선 화장 후 장례’ 지침, 개정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5.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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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의대 허윤정 교수..."감염부터 임종ㆍ장례까지 가족 배제, WHO는 시신 감염 증거 없다고 명시”
▲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정부의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정부의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정부의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화장하도록 지침을 만들었지만, 이는 유족의 아픔만 커질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지적이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허윤정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화장 장례에 대한 의견’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고, 초기의 예상과 다르게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유행병의 기세가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월 18일 기준으로 국내 누적 확진자는 13만 2818명, 격리해제된 환자는 12만 2631명, 격리 중인 환자는 8283명, 사망한 환자는 1904명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장 먼저 질병 유행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데 노력, ‘K방역’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상태이다.

문제는 K방역의 성과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강요됐으며, 사망자 수가 많지 않았기에 코로나19 사망자의 사후처리에 대한 권리가 외면돼 왔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장례지침은 지난 2월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지침 제2판’에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화장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같은 달 마련된 ‘사망자 장례비용 지원 안내 3판’도 ‘코로나19로 사망한 자의 시신을 화장함으로써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비용 지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우선 화장한 다음 장례절차를 진행하는데, 코로나19 사망자는 코로나19 확진 이후부터 가족과 완전히 이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망 후 고인은 의료용 팩에 밀봉된 상태로 병실 밖으로 나와 안치실로 이동되며, 그대로 관으로 옮겨져 결관(끈으로 관을 동여매는 것)된다. 영구차까지 관을 옮기는 운구도 ‘거리두기’가 적용돼 장례지도사가 진행한다. 

허 교수는 “코로나19 사망자는 코로나19 확진 이후부터 가족과의 면회가 전면적으로 제한된다. 환자 본인에게는 불안하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격리돼 지내다 사망하게 되는 것”이라며 “가족들도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임종부터 장례식까지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의 장례지침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WHO의 가이드라인에는 ▲에볼라 등 출혈성 열성 질병 및 콜레라 외에는 시신은 일반적으로 전염성이 없다 ▲강한 유행성 독감 사체에서도 폐에 대한 검시 진행 시 감염이 가능하며 그 외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화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흔한 미신’에 불과하다 ▲시신으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28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지침에도 코로나19 감염 여부가 매장과 화장 사이의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며, 고인의 가족과 친지의 바람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시신을 즉시 ‘옷’으로 감싸되, 영안실까지 이동하기 전에 소독의 필요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누출방지용 비닐백의 사용도 필요 없고 특별한 운송수단을 이용해 옮길 필요도 없다고 명시돼 있다”며 “당연히 매장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의 ‘선화장 후장례’의 장례지침은 세계보건기구 표현대로 흔한 미신 외에 어떠한 과학적 근거에도 기인하고 있지 않다”며 “쏟아지고 있는 코로나19 연구결과의 과학적 고찰을 통해 국내 방역 및 치료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현재의 ‘선화장 후장례’의 장례지침을 갱신하는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환자의 사망 이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에 우선순위가 있기 어렵다”며 “병원은 환자와 의사가 생로병사를 공유하는 공간이고, 의학교육을 배우는 의사들을 양성하게 되는 공간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의 중요성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허윤정 교수는 “한국은 현재 코로나19 의심 또는 확진 환자가 사망 시 장례비용을 국가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24일을 기준으로 전파방지비와 유족 장례비는 각각 872명, 869명에 대해 19억 5500만 원 및 86억 9000만 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이어, “장례비와 전파방지비 같은 위로금 성격의 예산집행은 안전한 방법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염습과 수의 입히기와 같이 고인에 대한 충분한 추모를 도와줄 수 있는 노고를 지원하기 위한 방향으로 장례비용의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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