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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급여화, 뇌 MRI 타산지석 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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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급여화, 뇌 MRI 타산지석 삼으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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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교수, 의협회지 기고..."코로나19 등 변수 감안, 신중히 추진해야"
▲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MRI 급여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MRI 급여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MRI 급여화에 대해 의계에서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지난 2018년 추진된 뇌MRI 급여화의 실정을 타산지석 삼아 다른 MRI 급여화에서는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 신동아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한국의 자기공명영상검사 건강보험정책’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7년 8월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2022년까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평균 18% 낮추는 것을 골자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정부의 당초 로드맵보다는 늦춰지고 있지만, 전체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비급여 중 65.2%에 해당하는 3300억 원 규모의 척추 MRI와 3700억 원 규모의 관절 MRI의 급여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MRI 보유 대수는 인구 100만 명당 30.1대로 OECD 평균 17.0대보다 1.8배 많고, 2013년 인구 100만 명당 24.4대에서 2018년 30.1대로 5.7대 증가해 OECD 평균 3.0대 증가보다 높은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더라도 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종별에서 MRI 기기 보유 대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공공의료 비중이 5.7%임을 감안하면 MRI의 대부분은 민간병원에 설치돼 있다. 

신동아 교수는 “정부지원 없이 민간자본에 의해 설치된 이상 도입과 운용에 필요한 비용은 의료비로 감당해야만 하는데, 과잉 도입된 MRI는 병원들의 출혈 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MRI 급여화시에 현장 가격을 최대한 보전해준다고 했지만, 실제 협상에서 어떻게 결정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과거 정부의 건강보험 관련 정책에서 ‘재정 유지’를 항상 우선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정부는 2001년 건강보험재정이 위기에 처하자 의료수가를 일방적으로 깎아버렸다”며 “2006년 어린이 입원비 무료정책을 시행했다가 폭증 비용을 감당 못해 1년 만에 접었고, 2016년 혈액검사 수가를 10% 깎는 작업이 시작되는 등 재정 유지를 우선시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의 도입 당시부터 수가는 원가 이하로 결정됐고 통상적으로 비급여 때 받는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온 전례를 볼 때 환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MRI의 나머지 비용은 병원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장비대신 저가의 저질 장비가 도입되고, 한국의 의료기 제조 회사들은 도산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 교수는 지난 2018 10월 전면급여화된 뇌 MRI의 실정을 언급했다.

그는 “이전 4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MRI는 급여가 적용됐지만 지금까진 MRI 촬영 후 급여에 해당하는 진단이 나오지 않으면 삭감됐다”며 “뇌 MRI 급여화를 시작하면서 보건복지부는 검사 후 진단이 나오지 않더라도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뇌 MRI 급여화 시 연간 1642억 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9년 진료 청구액은 약 2800억 원으로 집계됐다”며 “예측 실패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복지부는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무시했고, 2020년 10월 고시를 변경하고 대량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뇌졸중ㆍ뇌종양 등 뇌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본인 부담률은 30~60%가 적용되지만, 그 외에는 80%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MRI 급여대상이 확대되면 MRI 청구 건수 급증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판단한 결과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보장성 확대로 환자의 의료비가 완화되면 의료 이용량은 증가할 것이고 이는 재정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비급여 MRI 건수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 없이 수립되는 정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신 교수는 MRI 적응증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그는 “MRI 촬영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고 MRI를 언제 찍어볼지는 상대적 기준만 존재한다. 의사는 촬영을 원하는 환자에게 의학적 필요성이 부족함을 이유로 MRI 검사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의사는 MRI를 촬영하지 않았다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진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MRI를 처방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면 급여화로 MRI에 대한 가격 장벽이 없어지면 환자와 의사의 MRI 촬영 욕구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통증을 주증상으로 진료를 받는 척추와 관절 질환은 객관적 진료기준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통증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도구가 사실상 없고, 척추와 관절 질환은 절대적인 신체검진도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척추와 관절 MRI 촬영기준은 개별 진료현장에서 매우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진료 시 실제 질환 유무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가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척추와 관절 질환에서 MRI 진료량을 통제할 수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교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제언으로 “척추 MRI 급여 범위는 필수의료에 준해야 하며, 그 외는 비급여나 그에 상당하게 존치해야 한다. MRI 오남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MRI 관련 보상방안 협의는 척추와 관절을 분리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상현장에서는 환자의 MRI 촬영을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의학적 필요성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환자가 MRI 촬영을 강력히 원하면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그런 경우는 개인이 지불하도록 하면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공 재정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척추MRI 촬영 시 특수 부위나 복합 촬영을 별도 보상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행위별 수가제는 관리에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며, 비급여의 급여화로 급여항목이 급증하면 진료비뿐만 아니라 행정비 급증도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척추 MRI 급여화 시 수가는 최소한 중소병원의 관행수가를 유지해야 한다”며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는 상태이므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이후 충분한 협의 후 진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항은 단일창구인 의협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그 이유로 “개별 학회나 단체를 통하는 경우 서로의 이익이 상충할 수 있고, 서로 겹쳐서 중복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므로 대표 단체를 단일 창구로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동아 교수는 “MRI 전면급여화는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통보됐지만 앞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해야한다”며 “무상의료에 가까운 정책실험이어서는 안 되고 지속 가능한 변화이어야 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선이 필요한 정책이 아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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