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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사건, ‘선한 사마리아인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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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사건, ‘선한 사마리아인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0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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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종사자 아니고, 응급환자의 경우 고의ㆍ중대한 과실 없으면 민사책임 면제

지난해 의료계의 관심을 모은, 봉침 시술 받고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가 피소된 사건의 판결이 나왔다.

‘선한 사마리아인법’이라고 알려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도 연관돼 있었기에 관심을 받은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해당 조항에 대한 원론적 해석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지난달 19일 봉침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 A씨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에 대한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선 유족들에게 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건은 30대 초등학교 교사 C씨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후, 해당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의사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C씨의 유족은 한의사 B씨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 A씨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양 측에서 응급처치 시간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을 종합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정확한 타임라인은 이렇다.

2018년 5월 13일 C씨가 허리에 통증을 느껴 다음날인 14일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해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진단을 받고 일반 침을 맞았다. 

다음날인 5월 15일 오후 2시 8분경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한 C씨는 0.4㎖ 분량의 봉약침(기존 봉약침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효소를 제거한 봉약침)을 맞았다.

C씨는 봉약침을 맞은 후, 약 10분 뒤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 B씨는 간호조무사로부터 이를 보고 받고, 2시 41분경 A씨의 의료기관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2시 43분경 수은혈압측정기와 청진기를 가지고 B씨의 한의원으로 들어가 C씨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당시 혈압은 100/70㎜Hg로 극심한 저혈압상태는 아니었으나 신음을 하는 상태였다. 이후 신음을 멈추고 입가로 침을 흘렸다.

A씨는 2시 47분경 한의원을 나와 자신의 의료기관에 가서 에피네프린을 가지고 와서 2시 50분 경 C씨에게 에피네프린, 덱사메타손을 근육주사하고, 3시 7분경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에피네프린을 추가로 주사했다.

B씨는 2시 48분경 119에 상황신고를 했고, 119구급대원이 출동해 3시 7분경 C씨의 상태를 확인했을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고 동공이 산대돼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A씨의 도움을 받아 C씨에게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고 가슴압박 및 앰부배깅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후송된 병원은 3시 32분 기관삽관, 3시 37분 심상마사지, 에피네프린 정맥주사, 3시 38분 페니라민 및 코티솔 투여 등 치료를 했고, 4시 19분경 C씨의 자발순환이 회복됐으나, 허혈성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태로 저체온요법 등의 치료가 이뤄졌다.

C씨는 다음달 5월 16일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무산소성 뇌손상,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았으나 뇌CT 촬영 결과 뇌간 반응이 관찰되지 않은 상태임이 확인됐고, 혼수상태가 지속되다 6월 6일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에 대해 “B씨로부터 A씨에 대한 협진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민법 제734조에서 정한 사무관리자의 선관주의의무에 따라 A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에피네프린 투여, 응급심폐소생술, 119지원요청 등의 조치를 취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B씨로부터 협진요청을 받고 할 수 있는 모든 응급조치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유족과 A씨의 다툼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로부터 C씨의 응급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심실세동, 뇌출혈, 폐부종,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예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환자 상태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며 “A씨로서는 에피네프린을 준비하기 전 C씨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C씨를 진단하면서 혈압, 호흡, 부족, 심장박동 등을 검사했고, 최종적으로 아나필락시스로 판단한 후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뛰어와서 에피네프린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곧바로 C씨에게 에피네프린, 덱사메티손, 푸라콩을 투여하고 C씨의 상태를 계속 관찰했으며, 추후 응급주사약물이 빨리 들어가도록 생리식염수, 정맥주사 링거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C씨의 자발호흡정지가 발생하자 119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장마사지를 했으며, C씨에제 재차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한 이후에도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는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선한사마리아인 법’으로 알려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를 언급했다.

▲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전문.
▲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전문.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로 되어있다.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각 호는 ▲응급의료종사자,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은 자가 한 응급처치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 등으로 명기돼 있다.

재판부는 “설령 A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고, C씨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인 바, A씨가 C씨에게 한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로 인해 C씨가 사망했더라도 A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기에 유족의 A씨에 대한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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