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06-05 06:37 (금)
봉침 환자 구호 사건, 한의사 과실은 ‘응급조치 미비ㆍ설명의무 위반’
상태바
봉침 환자 구호 사건, 한의사 과실은 ‘응급조치 미비ㆍ설명의무 위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04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필요한 조치ㆍ협진체계 갖추지 못해...설명의무 위반도 주의의무과 동일시할 정도
▲ 봉침 시술 받고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가 피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응급조치 미비’와 ‘설명의무 위반’에서 한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 봉침 시술 받고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가 피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응급조치 미비’와 ‘설명의무 위반’에서 한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지난해 의료계의 관심을 모은, 봉침 시술 받고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가 피소된 사건의 판결이 나왔다.

해당 판결에서 의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었지만 한의사에겐 4억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이 한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된 과실은 ‘응급조치 미비’와 ‘설명의무 위반’이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지난달 19일 봉침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 A씨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에 대한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선 유족들에게 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건은 30대 초등학교 교사 C씨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후, 해당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의사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C씨의 유족은 한의사 B씨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 A씨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양 측에서 응급처치 시간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재판부는 양 측의 의견을 종합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정확한 타임라인은 이렇다.

2018년 5월 13일 C씨가 허리에 통증을 느껴 다음날인 14일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해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진단을 받고 일반 침을 맞았다. 

다음날인 5월 15일 오후 2시 8분경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한 C씨는 0.4㎖ 분량의 봉약침(기존 봉약침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효소를 제거한 봉약침)을 맞았다.

C씨는 봉약침을 맞은 후, 약 10분 뒤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 B씨는 간호조무사로부터 이를 보고 받고, 2시 41분경 A씨의 의료기관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2시 43분경 수은혈압측정기와 청진기를 가지고 B씨의 한의원으로 들어가 C씨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당시 혈압은 100/70㎜Hg로 극심한 저혈압상태는 아니었으나 신음을 하는 상태였다. 이후 신음을 멈추고 입가로 침을 흘렸다.

A씨는 2시 47분경 한의원을 나와 자신의 의료기관에 가서 에피네프린을 가지고 와서 2시 50분 경 C씨에게 에피네프린, 덱사메타손을 근육주사하고, 3시 7분경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에피네프린을 추가로 주사했다.

B씨는 2시 48분경 119에 상황신고를 했고, 119구급대원이 출동해 3시 7분경 C씨의 상태를 확인했을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고 동공이 산대돼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A씨의 도움을 받아 C씨에게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고 가슴압박 및 앰부배깅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후송된 병원은 3시 32분 기관삽관, 3시 37분 심상마사지, 에피네프린 정맥주사, 3시 38분 페니라민 및 코티솔 투여 등 치료를 했고, 4시 19분경 C씨의 자발순환이 회복됐으나, 허혈성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태로 저체온요법 등의 치료가 이뤄졌다.

C씨는 다음달 5월 16일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무산소성 뇌손상,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았으나 뇌CT 촬영 결과 뇌간 반응이 관찰되지 않은 상태임이 확인됐고, 혼수상태가 지속되다 6월 6일 사망했다.

유족들이 한의사 B씨에게 물은 책임은 무엇일까?

유족들은 “봉침 시술은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짧은 시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질환”이라며 “시술 전 피부검사를 시행했어야 했고, 봉약침을 0.2㎖이하의 낮은 농도로 주사했어야 했으며,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산소호흡기, 에피네르핀, 제세동기 등을 준비해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시술 이후 C씨의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아나필락시스 발생 이후 119 및 가까운 병ㆍ의원에 동시다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5분 이내 에피네프린 투약 등 응급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사건 시술 전 C씨에게 이 사건 시술로 인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B씨는 “이 사건 봉약침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효소 성분이 제거됐고, 봉독의 양이 극히 적어 처음부터 고용량 시술이 가능하다”며 “봉약침 조제사의 제품 설명서에 따라 C씨의 허리 부위에 피내반응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전 피부검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한의사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수 없기 때문에 에피네프린과 같은 약품이나 장비를 구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A씨에게 언제든지 협진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나 약품을 구비하지 않았더라도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C씨로부터 증상을 들은 후 아나필락시스로 진단하고 A씨에게 협진을 요청했고, 119구급대에 신고해 응급조치를 다했다”며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먼저 사전 피부검사에 대해 재판부는 “봉침약 시술을 할 때 사전에 환자에게 낮은 농도와 소량의 봉약침을 이용해 사전 피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며 “약침학 교재에는 봉약침 사용에 익숙하고 알레르기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한의사라면 용량 제한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만 B씨의 한의원에는 알레르기 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C씨의 허리 부위에 봉약침 0.4cc를 투여했는데 이는 일반 봉독인 아피톡신의 피부검사시 투여되는 봉독의 총량보다 적다”며 “1회 투여 후 5분 간격으로 과민반응 여부를 관찰하면서 다음 투여로 진행했기 때문에 피내검사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체로 사전 피부검사를 했다고 볼 사정이 아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봉약침이 과다 투여됐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봉독의 양을 고려해야하고, B씨는 C씨에게 봉약침 0.4㎖를 투여했는데, 이에 포함된 봉독의 양은 0.04㎎이다”며 “아피톡신의 경우 사전 피부검사시 0.05㎎의 봉독이 포함된 0.05㎖의 약품을 사용하는데, 이 사건 봉약침에 포함된 봉독의 양은 그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증거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봉약침에 포함된 봉독의 양이 사전 피부검사에 요구되는 봉독의 기준량을 초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대비한 에피네프린 등 준비 누락에 대해 재판부는 “한의사가 면허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함에 따라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해 면허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불가능한 경우 미리 협진의료체계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에피네프린 투여, 제세동기 사용 등이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 내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B씨는 아나필락시스 발생하는 것에 대비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며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과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 사건 시술을 했고,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이후에야 A씨에게 협진을 요청한 점을 비춰보면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거나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조치 미비에 대해서는 “C씨는 시술 부위인 허리와 무관하게 전신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B씨는 A씨를 찾아가 에피네프린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C씨의 증상이 아나필락시스일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며 “CCTV 영상에 의하면 B씨는 A씨의 의료기관에 뛰어가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이 확인되고, A씨가 다른 환자에 대한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해 응급조치가 필요함에도 A씨에게 협진 요청을 하면서 응급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B씨는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발생한지 7분이 지난 후에야 119 구급대에 연락하는 등 곧바로 연락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B씨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봉약침으로 인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발생 이후 적절한 응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다”며 “B씨는 시술 전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 발생의 위험성과 사망 가능성을 설명했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에 대한 응급조치가 가능한지에 관한 사정도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C씨의 진료기록에 ‘알레르기, 과민반응 및 기저질환이 있는지 물어보고, 그런 것들이 없는 것을 확인 후 가려움과 부종 등의 부작용을 설명’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정만으로는 아나필락시스 발생, 응급조치 지연 시 사망 가능성, 한의원에서 에피네프린 투여 등 응급조치 불가능한 점에 대해 설명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C씨가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이 사건 시술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설명의무 위반은 단순히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으로서 C씨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B씨는 C씨에게 ‘비만세포증’이란 특이체질이 있어, 봉약침에 과민반응해 아나필락스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백혈구의 일종인 비만페소가 있는 경우 아나필락시스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회신, 사실조회회신결과만으로는 C씨가 비만세포증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발생한 아나필락시스가 불응성 아나필락시스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다만 C씨가 비만세포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 이로 인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B씨의 책임제한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C씨가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 사건 시술을 하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고, C씨가 비만세포증을 가지고 있어 이로 인해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씨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스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아나필락시스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씨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60%로 제한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