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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한의사 응급처치 도운 의사, “배상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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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 한의사 응급처치 도운 의사, “배상책임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2.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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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부천지원, 한의사 책임만 인정...醫 “재판부 현명한 판단 내려”
▲ 법원은 봉침 시술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 법원은 봉침 시술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의료계의 관심을 모은 사건 인 봉침 시술 받고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가 피소된 사건의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응급처치를 도운 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봉침 시술을 한 한의사의 배상만 명령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19일 봉침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 A씨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에 대한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선 유족들에게 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사건은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후, 해당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의사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A씨의 유족은 한의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한 상황이다.

응급처치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소송에 휘말리게 된 의사의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특히 의협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소송은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소송으로 즉시 취해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법률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직접적인 불법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한의사를 도와주러 갔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게 늦으면서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면서 A씨에게도 법적인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겸대변인은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를 구호하기 위한 의사의 선의의 행위가 소송으로 진행된 것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 각박한 세태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의료의 문화를 바꿀 수 있고, 의사의 선의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소송을 제기된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 이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의료계에 오래 활동한 분으로 알고 있어 더욱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서 의료인, 법조인, 국민 모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유족의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선의를 가지고 도와줬던 사람에 대한 재판 결과는 충분히 예상한대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건의 결과가 나왔지만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며 “한의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진 의료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심어준 사건이 아니었을까는 아쉬움을 되돌아본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도 선한 사마리아인법 적용과 관련해 의사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는 “합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한의사는 진료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의무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물은 것이고 의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계약에 따른 의무가 아닌 호의로 도와주러 건 것”이라며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도 다퉈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전 대한의료법학회 회장)는 “예상했던 판결이었다”며 “판결문을 봐야 더 정확하게 알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사실관계대로라면 가정의에게 책임 없다고 판결이 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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