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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더라도 조제업무 병행하면 입원환자 전담간호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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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더라도 조제업무 병행하면 입원환자 전담간호사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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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입원환자 간호 업무 외에 약품 조제 보조업무 병행 지적
속임수로 부당청구 아니기에, 과징금 처분 수정해야
▲ 짧은 시간이라도 조제업무를 병행한 간호사는 ‘입원환자 전담간호사’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 짧은 시간이라도 조제업무를 병행한 간호사는 ‘입원환자 전담간호사’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조제업무를 병행한 간호사는 ‘입원환자 전담간호사’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A의료법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고,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인정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A의료법인은 지난 2014년부터 A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해오던 중 지난 2016년 8월경 복지부로부터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A병원이 지난 2014년 1월 24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 간호사 B씨가 약국 조제업무를 병행했음에도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신고해,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관련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부당하게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3500여만 원에 대한 과징금으로써 1억 700여 만 원을 부과하고, 부당청구한 의료급여비용 2000여만 원에 대한 과징금 5800여 만 원을 부과했다. 

건보공단도 같은 이유로 A의료법인이 부당하게 수령한 요양급여비용 3500여만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법인은 “A병원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화, 수, 금요일에 의사가 예외적으로 약을 조제하는데, 그 경우 2층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가 의사의 조제업무를 보조했다”며 “조제업무 보조행위는 의료법 및 약사법이 정하고 있는 간호업무로서 입원환자 전담 간호사 고유 업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A법인은 “간호사 B씨가 약국 조제업무를 병행한 것으로 보더라도, B씨는 의료인력 상근 기준인 주당 40시간을 훨씬 상회하는 주당 50시간 이상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했다”며 “약국 동행에 소요된 시간은 건당 평균 5~10분 정도에 불과해, 이로 인해 환자에게 제공된 간호서비스에 질적ㆍ양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요양병원 입원료는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 적용 관련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데, 간호인력의 기준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와 이에 대한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를 의미한다.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간호인력이 ▲입원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업무를 전담하여 다른 업무를 병행하지 않아야 한다. 

간호사 B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 의사가 10시 30분경 회진을 마치고 2층 간호사실에 있다가, 간호조무사들이 환자가 열이 난다거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면 처방전을 적어주고 즉시 투여해야 할 경우 약을 조제하러 1층으로 내려가는데, 그 때 본인이 동행해 약병을 집어달라고 하면 집어주는 등 조제업무를 도왔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의사는 1층 진료실로 가고, 본인은 약을 가지고 2층으로 가서 환자에게 투여했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은 취소했지만,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적어도 1주일에 2~3회 약제실에서 조제업무에 참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의사는 입원환자에 대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고, 의사가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진료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의약품을 조제하는 것도 허용되므로 간호사의 조제보조행위가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및 이 사건 세부사항고시에서 본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 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가 근무하는 입원병동을 이탈해 약제실에서 의사의 의약품 조제 보조행위를 지속했다면, 이는 입원환자 간호업무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B씨가 입원환자 간호업무 이외의 업무를 병행했음에도 A법인은 B씨를 병원의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로 신고하고, 실제보다 높은 간호등급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받은 이상, 과징금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부당행위에 대한 업무정지기간 및 과징금 액수를 규정하면서, ‘위반 행위의 동기ㆍ목적ㆍ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의 1/2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다만 속임수를 사용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을 때는 그러하지 않는다’고 과징금 감경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기서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란 비용청구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를 거짓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받는다는 의미”라며 “복지부는 A의료법인이 속임수를 사용한 바가 없는데도 법에서 정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A법인이 간호사 B씨를 입원환자 전담 간호인력으로 신고한 것은 그 의미를 착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전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입원환자 전담 간호인력으로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와 다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을 규정한 취지는 적정 수준의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간호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B씨의 근무시간(주당 50시간)에 비추어 의약품 조제업무로 인해 병원에서 제공되는 간호서비스 질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복지부가 이러한 위반행위의 내용과 효과, 위반행위의 동기 등을 고려해 과징금 액수를 적절히 감경하지 않고, 각 시행령이 정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와 동일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인정된 것에 불복한 A법인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환수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외에 다른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담당한 간호사는 약국으로 의사와 동행해 약품 조제에 참여하거나 보조하지 않았고, 약사가 출근한 때에는 원무실장, 원무과 사무직원 등이 약사의 조제행위를 보조하면서 조제된 약품을 병동에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보면 B씨가 입원환자 간호 업무 외에 약품 조제 보조업무를 병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입원환자 간호 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근무하는 입원 병동을 이탈해 간호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정기적으로 계속 수행해 온 것이라면 그것이 의사의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차원에서 행해졌더라도 입원환자 간호 업무를 전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병원에는 약국 업무 보조를 담당하는 원무과가 별도로 존재하고 B씨는 입사 이후 장기간 계속해 특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본래 근무 장소인 입원병동에서 이탈해 의사와 함께 조제실에서 약품 조제에 참여했다”며 “따라서 B씨는 입원환자 간호 업무를 전담한 간호인력으로 볼 수 없고, 이는 B씨의 약품조제 참여가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한 것이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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