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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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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1.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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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아인 법, 호의성 개념으로 접근해야

선한 사마리아인 법, 우리나라에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이 법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다가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상황에 처해도 정상참작 또는 면책 받을 수 있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 법에 등장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대법원까지 진행된 적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던 중 수년 전 발생한 봉침 한의사 구호 의사 사건을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의 배경과 취지, 그리고 봉침 사건에서의 살펴봐야할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의 배경과 취지, 그리고 봉침 사건에서의 살펴봐야할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의 배경과 취지, 그리고 봉침 사건에서의 살펴봐야할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선한 사마리아인 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대해 김천수 교수는 “지난 2012년 우리나라에 등장한 조문으로 엄밀하게 살펴보면 민법에 사무관리법이 있다”며 “사무관리는 사실은 추계하건데 의무 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하는 것으로, 의무 없이가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무관리법에서 하는 내용에는 원칙적으로 의무 없이 타인을 도와줬으면 그에 따라 들어간 비용은 도와준 사람에게 줘야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게 포인트”라며 “또 중요한 것은 도움 받는 이의 의사를 존중해야한다는 점이고, 의사가 모호하면 그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존중해줘야 하는 의무규정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반하면 처벌이나 책임이 무거워지는데, 과실이 없어도 손해는 배상해야한다는 개념”이라며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거나, 도움 받는 사람의 의사나 이익을 무시하고 이에 대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무조건 책임을 지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의료현장에서 너무 막연한 개념”이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가 입법된 이후에 보니 조문의 형태가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표현이나 전체적인 방향이나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전문.
▲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전문.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로 되어있다.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각 호는 ▲응급의료종사자,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은 자가 한 응급처치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 등으로 명기돼 있다.

해당 조문에 대해 김 교수는 “해당 조항을 보면 ‘생명이 위급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데, 모든 응급환자가 아닌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 한하는 면책 조항, 책임 감면 조항”이라며 “응급환자란 표현보다 조금 더 나간 표현으로, 생명만이 아니고 건강의 중대한 손상 위험도 포함되는데 그보다 좁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있고, 응급처치를 해야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 헷갈리게 만들어놨다”며 “각 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료인 면허증이 없는 사람들 모두가 해당된다”고 전했다.

또 그는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업무수행중이 아닐 때, 예를 들어 퇴근길이나 여행 중에 하는 것이 응급의료인데, 문제는 이게 모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내과전문의인데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응급상황일 때, 이 사람은 퇴근길이나 여행 중에서 본인이 가진 면허범위 내에서 했어야 조항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허 자격 밖의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되느냐면 민간인과 같은 것”이라며 “면허 자격 범위 밖의 상황에서는 의사든 간호사든 민간인이지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다. 이해하기 되게 복잡하게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업무 중이라고 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봐야한다”며 “근무시간에 근무장소에서 본인의 업무로서 한다고 하면, 자기 업무인 것이다. 환자는 응급상황이지만 환자를 돌보는 행위는 통상의 의사 면허로서 행위로서 월급을 받고, 진료비를 받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의료법 지식으로 말하면 의사는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응급환자를 발견했으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근무지 밖에서 했다고 처벌을 받거나 행정상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기에 해당 의료인이 근무 중인지 판단이 모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무인지, 비번인지를 살펴본다”이라며 “이보다 핵심은 호의로서 한 것이냐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것인지, 호의성이 더 중심적인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봉침 사건에서 가정의학과 의사 같은 경우엔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로 했는지 판단에 의해서 다른 요소를 고려하는 게 좀 더 체계인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봉침 한의사 구호 의사 사건, 포인트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지난 15일 봉침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의사 A씨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두 번째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끝으로 결심을 선언하고, 다음달 12일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후, 해당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해당 의사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A씨의 유족은 한의사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그와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도 민사소송을 진행한 상황이다.

이 사건에 대해 김천수 교수는 “봉침 한의사 사건은 내가 알기로 이 조문이 적용되는 첫 사례일 것으로, 법학자로서 대법원이 이 조문을 해석하는 첫 사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이 사건은 응급의료종사자인 의료인이 행위자이기 때문에 행위자가 근무 중인지 판단 여부를 봐야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근무 중인지 판단 여부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는 옆에 있는 의료기관에 응급상황이 발생해 달려간 것인데 이걸 업무 수행 중으로 봐야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되어 있다”며 “영미의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소위 호의상, 무상성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비행기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해 이를 어느 의사가 해결했는데, 그는 항공사에서 준 선물을 거절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왜냐하면 이걸 받는 순간 경과실 면책의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일로 인해 혜택이 사라져야하는지도 논란거리지만 워낙 그런 걸 민감하게 본다”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립이 안 되어있다 보니 문구 그대로 업무수행인지 여부로 보는 거다. 업무 수행이라는 부분에서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핵심은 근무 중인지 여부로, 봉침 사건을 보면 한의사는 해달될 여지가 전혀 없지만 가정의학과 의사는 근무 중인지 여부가 모호해질 수 있다”며 “이 법과 관련된 핵심은 가정의학과 의사로, 이 사람이 근무 중이면 감면 요건을 못 갖춘 것이고, 근무 중이 아닌 상태로 오면 감면 요건이 구비됐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천수 교수는 봉침 사건에서 한의사의 도움 요청에 따라 쫓아간 가정의학과 의사의 호의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김천수 교수는 봉침 사건에서 한의사의 도움 요청에 따라 쫓아간 가정의학과 의사의 호의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그래서 나는 이 의사가 호의로 갔느냐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해석을 업무 수행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로 갔는 지로 봐야한다”며 “원래 사마리아인법의 취지대로 호의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문구를 접근하는 게 제일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환자가 사망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완전한 책임을 배제할 수 없는지에 대해 “가정의학과 의사에 대해선 행위 상 과실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과실이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가 될 것”이라며 “업무상 과실치사가 되려면 과실이 전제돼야하는데, 경과실이라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따져봐야한다. 사망에 대해선 형사책임을 감면한다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보단 호의성으로 판단해야

김천수 교수는 “봉침 사건에 어떤 구체적인 팩트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의사 전화를 받고 보통 가정의학과 의사라면 에피네프린을 가져갈 상황임을 알고 가져갈 수 있었는데 그냥 뛰어가기만 했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 대한 과실 여부 판단은 사실 인정 과정에서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황은 한의사의 도움 요청에 따라 쫓아간 가정의학과 의사의 호의성을 인정해야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천수 교수는 “봉침 사건 판결로 인해 의사들이 응급상황에 있어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경과실 면책을 인정 안하려면 ‘업무 중이었으니까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라고 할 수 있다”며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갖는 국제적인 취지는 자발성, 호의성으로, 이를 무시하고 문구만 가지고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한 단체장은 한의사가 부르면 못 가게 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한 조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발언이라 안 했으면 한다”며 “차라리 이렇게 되면 어느 의사가 가겠는가 정도로 점잖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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