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50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모든 것이 선명해 지자 점례는 완용이 미웠다 다시 트럭이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례 일행은 한 곳에 도착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 알 수 없는 목적지에 대한 불안감은 깊어만 갔다 차창 밖은 쌀쌀했다. 먼 산마다 눈이 쌓였다. 신의주의 삼월은 봄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가 떠도 눈... 점례는 보따리를 품은 손을 풀지 않았다 사방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옆에서도 쉬지 않고 울려댔다. 비행기 소리... 길고 긴 삼월의 하늘이 저물고 있었다 기차역에서 내린 여순은 봉숭아를 보았다. 흙먼지 틈에서 자란 아직 피지 않은 줄기와 무성한 잎이었다... 여순과 점례는 읍내로 가 경성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여순이 책 한 권을 들고 있다. 한동안 그녀는 두 손으로 받쳐 들고서는 책에서 눈길... 내용도 그렇지만 제목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길지 않게. 아주 짧게.그래, 나는 약속을 지켰어. 길지 않고 아주 짧게 처리했...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다고 느껴졌다 이렇게도 될 수 있는가. 이렇게도 되는 것이 사람인가. 자고 일어나니 백발노인이 된 것처럼 모든 것... 그는 오직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본국은 거쳐가는 곳이었다. 잠깐 부모님을 뵙고 하루 이틀 여행을 한 후 바로 파리로 출국하려던 것이... 오늘 밤 당장 진지를 옮기자고 총대장은 지시했다 일본도를 잡은 동휴의 손이 떨렸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권총보다도 일본도에서는 어떤 다른 살의가 ...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무리 가운데서 들렸다 휴의는 동휴가 일제 영사관과 접촉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용희를 만난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처지를 동휴는 바꿔 놓고 보았다. 용희의 남편으로 총이나 칼 대신 흰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로... 달라진 그를 보고 동휴는 직위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일본 영사관은 동휴의 방문을 환영했다. 조선에서부터 사전 연락은 없었으나 상하이에 도착한 즉시 받은...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11121314151617181920다음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