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
치매나 사지마비 못지않게 환자의 삶을 제약하는 편두통 치료에 혁신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국내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경구용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수용체 길항제, 아큅타(성분명 아토제판트)가 등장한 것.
CGRP는 혈관 확장과 신경 염증이라는 편두통의 두 가지 발병 경로에 작용하는 물질로, 아큅타는 이를 차단하는 CGRP 수용체 길항제다.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꼽은 질환 중 하나로, 치매나 사지마비, 급성 정신병 못지 않게 환자의 삶을 제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2019년 국제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aese, GBD)에서는 편두통을 장애의 원인 중 2위로 꼽았으며, 특히 여성에서는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2010년 보톡스(애브비)가 편두통 예방에 적응증을 획득하기 전까지, 편두통을 예방할 수 효과적인 옵션은 없었다.
급성기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던 편두통에서 처음으로 보톡스가 예방의 시대를 연 이후 CGRP를 표적하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 다시 한 번 편두통 치료에 전기가 마련됐다.
위약(Placebo) 효과가 커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두통분야에서 CGRP 수용체 길항제들이 편두통 발생빈도를 줄이고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며 ‘두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선사하기 시작한 것.
다만, 아큅타가 등장하기 전까지 CGRP 수용체 길항제들은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주사에 대한 부담을 넘어 가임기 여성이 많은 편두통에서 반감기가 긴 주사제들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이 가운데 안전성과 유효성에 있어 주사제와 차이가 없고, 상대적으로 약효 발현 시간이 빠르며 반감기는 짧은 경구제가 등장, 복약의 편의성에 더해 편두통 치료에 있어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한국애브비(대표이사 강소영)는 10일,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CGRP 수용체 길항제, 아큅타의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현 대한두통학회 회장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와 전 회장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김병건 교수가 참석, 편두통의 질병부담과 아큅타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먼저 주민경 교수는 “편두통은 잦은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고통스럽고 복잡한 만성질환”이라며 “팔다리가 잘린 것만 장애가 아니라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장애”라고 편두통의 질병부담을 요약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으로, 출산보다 더한 고통을 유발하며, 장애에 따른 부담도 하반신 마비나 무릎 절단환자보다 높다는 것.
실제로 편두통 환자의 80%는 극심한 고통으로 사회활동이나 가족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44%의 환자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한 달에 평균 4.6일간 결근을 한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 교수는 “편두통을 빨리 조절하면 훨씬 더 행복하고 능률적으로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아큅타는 만성 편두통 및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 PROGRESS와 ADVANCE 연구를 통해 월 평균 편두통 일수(mean monthly migraine days, mean MMD)와 급성 약물 사용 일수를 줄여주는 효과를 입증했다.
먼저 만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한 PROGRESS 연구에서는 연구시작 시점 대비 12주 시점에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아큅타군에서 6.9일 감소, 위약군의 5.1일보다 더 많이 줄었다.(p<0.001).
또한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최소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아큅타군이 41%로 위약군의 26%를 크게 상회했으며(p<0.001), 월 평균 급성 두통 약물 사용 일수도 아큅타군(6.2일 감소)에서 위약군(4.1일 감소)보다 더 감소했다(p<0.001).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한 ADVANCE 연구에서도 연구 시작 시점 대비 투여 12주차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아큅타군에서 4.2일로 위약군의 2.5일보다 더 많이 줄었다.(p<0.001).
또한, 아큅타군은 투여 1일차에 환자의 87.7%에서 편두통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급성기 치료제로서도 가능성을 제시했다(p=0.0071, 위약군 74.8%).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현재 급성 편두통 치료제로서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 김병건 교수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아큅타는 이전에 예방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의 삽화성 편두통 예방 치료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기존에 2~4가지 계열의 경구용 예방 치료에 실패한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EVATE 연구에서 아큅타 60mg을 1일 1회 경구투여한 환자는 12주 투여 기간 동안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연구시작 시점 대비 4.2일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1.9일에 그쳤다(p<0.0001).
김병건 교수는 “편두통 연구는 위약 효과와 자연 경과(개선)로 유효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큅타가 500여 명의 환자만으로 이 같은 차이를 입증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두통 발생 일수가 1.7일 감소한 것이 큰 의미가 있느냐 할 수도 있지만, 두통의 강도가 다르다”면서 “아큅타를 복용한 환자들은 두통이 있는 날도 일상생활이 가능해 단순히 두통 발생일수 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역설했다.
주민경 교수 역시 “이전에는 편두통이 발생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일상을 회복해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임상연구에서 잘 보이지 않는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큅타 투약 1일 차에 87.7%의 환자에서 편두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김병건 교수는 “과거에 사용했던 치료제들은 몇 달을 끌고 가야 도달할 수 있었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아큅타와 같은 CGRP 수용체 길항제가 편두통 치료를 위한 입원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 두 교수의 설명이다.
편두통을 이겨내기 위해 과도하게 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은 오히려 약이 두통을 유발하기도 해, 치료를 위해서는 기존에 투약하던 약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약을 중단하면 금단 현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환자 스스로 약을 중단하기도 어려워 입원이 필요했다.
반면, 아큅타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 다른 두통 치료제 투약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입원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김병건 교수는 “CGRP 수용체 길항제를 투약한 환자들은 두통이 사라져 약을 끊으라 하지 않아도 환자 스스로 기존 약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굳이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주민경 교수 역시 “약물 과용으로 인한 두통은 기존의 약을 끊는 것이 우선인데, CGRP 수용체 길항제가 나오면서 편해졌다”며 “입원해야 한다 하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는데, 이제 주말에 쉴 때 약을 끊을 수 있게 돼 치료 양상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주 교수는 “만성 편두통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CGRP 수용체 길항제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환자들이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CGRP 수용체 길항제가 새로운 시대를 연 것으로, 경구제인 아큅타가 또 하나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주사제에 대해 심리적인 장벽이 있는 환자들도 적지 않지만, 주사제는 한 번 투약하면 5개월간 체내에 항체가 남아있어 6개월간 임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은 주저한다“면서 ”경구제는 1일 1회로 빠르게 몸 안에서 빠져나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김병건 교수는 ”주사제는 항체로 처음에 효과가 있다가 떨어지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경구제는 그러한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
아외에도 ”효과도 빠르고, 1일 1회라 환자의 두통 발생 패턴에 맞춰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항체 치료제(주사제)와 상호 보완적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