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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 환자 사망에 의사 법정구속, 의료계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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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 환자 사망에 의사 법정구속, 의료계 ‘공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9.1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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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에 지역ㆍ직역醫 등 일제히 규탄 성명...필수의료 치명타 ‘지적’

최근 장폐색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하려고, 장정결제를 사용했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의사가 구속되자, 의료계가 공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장폐색이 있었던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주치의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해당 의사는 법정 구속되고, 전공의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의료진들은 환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하고, 장폐색이 아니거나 부분 장폐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까지 시킨 것. 이런 사실을 접한 의사들은 충격에 빠졌고, 의협을 포함한 지역ㆍ직역의사회에선 규탄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 의협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부당한 의사구속 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의협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부당한 의사구속 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인근에서 부당한 의사구속 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범죄로 보는 법원의 판단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이번 일로 구속된 회원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보호할 것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13만 의사들은 절대로 1심 재판결과를 인정할 수 없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강력한 저항운동을 시작할 것임을 밝힌다”며, “이런 상황속에서 대장내시경을 과연 의사들이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관련 학회ㆍ의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는 14일 ‘필수과 의사를 구속하면 도대체 바이탈과 의사는 누가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의사회는 “법원 감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감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감정 결과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유ㆍ무죄를 다루는 형사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필수적이며, 의료감정원 등 전문적 기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도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를 죽이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남도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의료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관의 현실성이 결여된 판결로 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나쁜 판례가 될 것”이라며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한 의료행위를 처벌하기 시작할 경우 의료인들이 시행하는 진료와 치료 행위들이 위축되고 그 소극적인 의료행위들의 피해는 결국 환자들이 감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선의의 의료행위로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분쟁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형사처벌 특례 조항을 만들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상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의료인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의료분쟁에 대한 법적 형사처벌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인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환자의 진료나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며 “법원에서 의료자문을 받는 경우, 의협 의료감정원에 우선 자문을 받도록 법적 개선을 하고 의협 역시 신속하고 공정한 자문과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보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도 성명을 통해 “의료악법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 필수 의료를 말살시킬 수 있는 연속된 법원의 판결을 보며 경악과 함께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필수의료의 부족을 이유로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발표로 인해 의사들을 길거리에 내몰았다”며 “입법, 행정, 사법의 최근 행보는 젊은 의사들이 위험성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개협은 “선의로 행한 의료행위의 불가항력적인 결과에 대한 단죄가 계속된다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기는 어렵다”며 “진료행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개협은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최상의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것은 정치, 경제, 행정, 사법, 언론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그 사회의 정서 등 모든 것이 작용하는 그 사회의 역량”이라며 “필수의료분야가 곳곳에서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주의 위험이 전혀 없는 의사를 법정 구속한 판결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사총연합도 “고의나 악의성 없는 의료과오에 의사를 형서처벌하는 나라가 어디있나”라며 크게 반발했다.

전의총은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사건, 2018년 성남시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 2019년 안동 산부인과 산모 사망 사건 등 재판부는 의사들에게 업무상과실로 실현을 선고했다”며 “이후 의사들은 최대집 회장을 필두로 법원 앞 1인 시위, 삭발투쟁,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으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어, “고의적이거나 악의적 행동에 따른 결과가 아닌데 의료과오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찾기 힘들다”며 “정상적인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의적 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형사적 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 처리 특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만약 사회의 반대로 법 제정이 어렵다면 의사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진료를 할 것이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필수 의료 시스템이 붕괴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법원의 판단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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