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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동의 구할 때 환자 자기 결정권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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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동의 구할 때 환자 자기 결정권 고려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2.0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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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김수정 조교수...의료법학회지 기고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은 최근 의료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환자와 가족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일이 빈번한 사회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명지대 김수정 조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에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에서 환자 보호자의 법적 지위와 역할-대행결정권과 공동의사결정을 중심으로’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적 침습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환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단지 동의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보완, 실질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야한다”며 “설명에 의한 동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핵심이므로, 환자 본인이 결정해야한다”고 전했다.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은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을 하는 경우, 환자(환자에 의사결졍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에 설명하고 서명으로 동의를 구해야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그는 “환자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하지만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의 법정대리인만이 수술 등 의료적 침습행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동의할 자격이 있다”며 “문제는 의료실무에서 환자 보호자에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자의 개념은 의료법에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정작 보호자의 자격이나 범위는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며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술동의서 등에도 어느 범위의 사람을 보호자로 포섭할 것인지 정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년자인 환자는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것이 아닌 성년후견, 경우에 따라서는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받아야 행위능력이 제한된다”며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는 의사표시가 아닌 준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가 의사표시가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있는 능력도 행위능력과는 구별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행위능력과 별도 기준으로 동의능력을 판단해야하는데, 행위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며 “제한능력자라고 동의능력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고, 제한능력자가 아닌 성년자라고 해서 동의능력을 갖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법 내에서는 의료적 침습행위에 대한 동의권은 아니지만 진료행위에 대해 환자 보호자에 환자에 준하는 동의권을 인정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 규정들이 존재한다”며 “대리인의 자격과 권한은 민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보호자의 자격과 권한은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환자 보호자라는 범위가 불분명해 대리권이 있는지 불분명한 사람들에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중대한 법익행사에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환자 본인이 아닌 환자 보호자에 설명하고 보호자의 동의만 받아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관행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최근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성인으로서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제쳐두고 환자 가족에게만 수술 내용과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동의받은 것은 적법한 설명의무 이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아무리 상세히 환자에게 설명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며 “특히 환자는 질병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위축돼 설명을 제대로 이해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때 환자와 의사를 중개해줄 수 있는 가족이 동석한다면 의사의 설명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고, 환자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 이해력이 증가할 수 있다”며 “환자의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은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감정적, 재정적, 육체적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환자 구성원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추후 가족 간 분쟁을 미리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환자가족의 의사결정 참여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는데, 환자가 심리적, 육체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가족에 쉽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가 스스로 이익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기 쉽고, 특히 고령의 환자의 경우 가족의 공동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보호자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경우 환자의 자기결정이 침해되는 경우는 ▲환자에 설명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보호자에게만 설명하고 동의 받는 경우 ▲환자와 가족 모두에 설명이 이뤄졌고, 형식적으로 의료행위 동의 여부 결정에 참여했지만 환자 이익보단 가족의 이익만을 도모한 경우 등이다.

김 교수는 “환자와 가족의 공동의사결정인 경우 의료행위를 하거나 중단하기 전 환자의 실질적 의사결정이 침해된 상태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1차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는 의료행위에 대해 동의를 받는 주치의일 것이므로, 의사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진심으로 동의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환자의 의사결정이 가족에 의해 형해화될 정도로 침해됐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확인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담당의사에게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환자의 실질적 의사결정이 가족에 의해 침해됐는지 여부는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의사결정 자유가 침해됐음이 밝혀지더라도 의사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수정 교수는 “환자와 환자 가족 사이의 공동의사결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실질적 보당 문제는 다소 생소한 주제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료행위 동의 여부 결정에 가족의 관여도가 높은 사회에선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할 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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