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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기본권 조화 문제로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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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기본권 조화 문제로 이해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1.2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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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배 교수, 의료법학 기고..."의사에 의해 안전하게 제공"
 

지난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의 충돌이 아닌 규범조화적 해석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헌재 결정의 맥락을 살펴보면 낙태를 결정한 임부에 대한 안전한 수술 및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에 의해 시행돼야 하고, 건강보험 급여사항에 이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단국대 법과대학 법학과 이석배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에 ‘낙태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와 법률개정 방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3명(단순위헌), 2명(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헌재의 낙태죄 합헌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은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봐야할 것이고,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 임신 초기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과 모성사망율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줄 여지가 크다’고 봤다.

또 ‘임신초기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안히하는 것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한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석배 교수는 “헌재의 반대의견도 결론은 달리하고 있지만 기존의 다수의견이나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잠재성 또는 연속성 논증구조를 그대로 가져온다”며 “다만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비교형량하는 기준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헌재의 합헌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은 기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임신초기 태아의 생명권보다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다수의견은 이 입장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서 기존에 기본권충돌의 문제로 보고 이익형량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두 기본권의 규범조화적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낙태죄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과거 결정과 비교해 결론을 달리하면서 사용한 논거들은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모체과 별개의 생명체로, 인간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를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펴보면 과거 결정에서 인간생명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착상 이전의 초기배아는 연속성이 부정되므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논거”라며 “출생 전후의 차등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사용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초기배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고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 초기배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정도 차등을 인정하고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 태아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헌재 결정에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 태아들사이에서도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차등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헌재 결정은 요건과 범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사유는 실질적으로 임신한 여성은 임신유지를 강제하는 것으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기본권 충돌의 문제가 아닌, 기본권 조화의 문제로 이해하고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헌재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태아의 생명보호는 공익으로 균형관계를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위헌의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개인의 생명을 공익으로 보는 것은 낙태뿐만 아니라 연명의료중단 결정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보호를 같은 선상에서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기저에는 생명이 인간존업의 주체로 지위가 존재하기 위한 유일한 조건으로, 전체조건인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주체의 의무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다른 권리들과 항상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면, 인간존엄에 대한 존중의 의무는 타인을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존중하라는 의무가 된다”며 “결국 이는 모든 다른 권리의 주체로서 존중할 의무와 그 자체로 존중할 의무의 이례적인 중첩 의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을 실존적 최소한의 권리들의 핵심으로 이해하거나 고문과 같이 인격을 도구화하는 행동을 통해 침해될 수 있는 권리로 이해하기도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낙태죄와 관련된 헌재 결정에서 태아의 생명만 보호대상이 아니라 임부의 자기결정권도 국가가 보호해야할 대상”이라며 “국가의 보호의무 측면 때문에 공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임부의 자기결정권 보호도 국가의 의무이고 공익이며, 개개인의 기본권 측면으로 본다면 사익대 사익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교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은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을 삭제하고 부동의 낙태죄의 처벌을 강화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낙태허용사유를 3단계로 구분했는데, ①임신 14주 이내에 임산부의 판단에 따른 요청만으로 가능(제14조 제1항) ②임신 14부터 22주까지는 ▲태아가 출생 전의 해로운 영향으로 건강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로 인해 임신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된 경우 ▲임신의 유지나 출산 후 양육이 허려운 사회적ㆍ경제적인 사유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임산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가능(제14조 제2항, 제3창)하도록 했다.

또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기간과 무관하게(제14조 제2항 제5호) 낙태를 허용(제13조 제2항)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새정안들은 헌재 취지에 비춰볼 때 기간ㆍ사유와 관련되는 점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규정을 위반한 의사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지 않았다”며 “규정을 위반해 임산부에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경우에만 처벌규정을 두고, 법률을 위반해 낙태한 경우 과태료 규정만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자보건법 규정을 위반해 이뤄진 낙태에 대한 처벌규정 없이 과태료 규정만 있다는 점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헌재 결정취지를 반영한 입법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결장가능기간)까지의 낙태에 대해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기 이전의 낙태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입장”이라며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태아의 생명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보고 있는 헌재의 입장을 따르면 임신 전과정에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따르는 낙태는 상담절차의 숙려기간 등을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다만 국가는 상담을 결정하면 신속하게 상당하고 충분히 숙려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야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 모자보건법은 낙태결정 사유로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ㆍ심리적 부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ㆍ위험을 간내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결정가능기간 내에는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근거로 하는 임부의 낙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성이 임신을 인식하고 숙려할 기간을 고려해 임신 12~14주 정도의 기간 이전에 국가가 자기결권 행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임신유지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숙려할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기간에 낙태를 결정한 사유를 묻지 않는 것이 전체적 헌재 결정의 취지에 합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 12~14주 정도부터 임신 22~24주 사이에는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해 낙태가 가능한 적응사유를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헌재가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ㆍ경제적 적응사유는 반드시 포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응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국가나 의사 등 타인이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아닌, 상담절차에서 적응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결정은 임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정의 주체가 임부여야만 헌재가 밝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형해화하지 않고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헌재는 태아는 기본권 주체이고 임신 전기간에 걸쳐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낙태 결정과정에서 ‘임신한 여성이 결정가능기간 중 낙태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숙고 후,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의한 상담절차와 숙려기간을 규정해야한다는 점에 의문이 없지만 임부의 낙태에 관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뤄져야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석배 교수는 “헌재의 결정에 명확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맥락에 비춰볼 때 낙태를 결정한 임부에서 안전한 수술은 물론, 수술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상담, 돌봄 등을 제공받을 수 있기 위해 수술은 의사에 의해 시행돼야한다”며 “수술을 포함한 상담절차 등의 의료서비스를 국민건강보험 급여사항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낙태죄 정당화 절차 또는 정당화하는 적응사유가 다른 법률에 산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형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절차주의를 도입하는 경우, 상담하는 주체와 낙태수술하는 주체를 분리하는 문제도 입법과정서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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