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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기회 상실 '침해법익'이란?엄복현 박사, 의료법학회서 발표...‘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 받을 이익’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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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11.18  12: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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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기회를 상실함에 있어 침해되는 법익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호법익은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엄복현 법학박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치료기회사실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피침해범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의료과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인정은 두 가지 축을 기본으로 전개돼 왔는데, 하나는 의사의 과실있는 진료행위로 생명·신체 등의 범익이 침해당하고 이로 인해 재산적·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문제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의사의 과실있는 진료행위가 있고, 이로 인해 자기결정권 및 알 권리가 침해당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다.

▲ 의료법학회 학술발표회 장면.

엄 박사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과오가 있더라도 환자의 기존상태 등으로 의사의 과실있는 진료행위와 보호법익 사이에 인과관계 입증이 곤란해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되는 경우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료행위는 의료행위 중 핵심으로 질병·부상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치료행위는 질병이나 부상을 낫게 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투약하거나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침습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치료기회상실이란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치료기회상실은 대부분 진단단계에서 오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하지만 오진뿐만 아니라 진찰·검사시 부주의로도 발생할 수 있는 등 진료행위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행위 과정 중 의사의 과실로 인해 의사로부터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돼 손해가 발생했다면 치료기회상실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게 엄 박사의 설명이다.

치료기회상실과 관련된 국내 판례 경향은 어떨까?

엄 박사는 “우리나라 판결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한 의료진의 과실행위와 생명·신체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다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음을 이유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만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과오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 있는 진료행위와 생명·신체 침해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도 환자의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의사의 과실과 생명·신체 침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피해법익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판례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지만 어떠한 법익이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신적 고통이 어느 법익의 침해로부터 나타났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데, 우리나라 판결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위법상 판단을 위해서도 피침해법익이 확정돼야하지만 우리나라 판결은 이에 대한 언급없이 단순히 치료받아 볼 기회를 상실함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엄 박사는 “의료과오소송에 있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환자 쪽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이론이 대두됐다”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알 권리와 치료방법 선택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설명의무와 환자 쪽 승낙권 이론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추세에 비춰볼 때 치료기회상실의 사안에 있어서 별도의 독자적인 보호법익을 인정해 환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환자와 의사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며 “의료과오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입증완화 등을 위해 환자 보호 위한 영역을 넓히고 있고, 치유 가능성이 일부 상실된 경우에도 의사의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과관계 입증을 완화해도 의사의 과실 있는 진료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어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의료과오소송에서 생명·신체 외의 독자적인 보호법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엄 박사의 설명이다.

엄 박사는 “치료기회상실에선 생명·신체와 다른 독자적인 보호법익은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의료의 장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될 권리로, 헌법에 규정된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이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사회에서 1984년 선언한 환자의 권리에 관한 선언을 봐도, 환자에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게 엄 박사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환자의 권리에 관한 리스본 선언의 제1원칙은 ‘영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환자의 권리’라는 표제로 구성돼 있고, 세부 내용으로 제1원칙 c에선 ‘환자는 항상 환자의 최선의 이깅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이 때 적용되는 치료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의료원칙에 따라야만 한다’로 규정돼 있다.

엄 박사는 “이를 통해 환자에겐 일반적으로 승인된 의료원칙에 따라 최선의 이익이 되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을 보호법익으로 삼게 될 경우 의사의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이 침해돼 손해배상이 이뤄져도 의사의 과실이 전제되기 때문에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 박사는 “치료 받을 이익은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자기결정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며 “설명의무 위반과 생명·신체 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환자는 재산적·비재산적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는 위자료 산정시 고려될 뿐 특별히 언급되지 않는다”며 “치료 받을 이익의 침해도 정신적 고통을 가져오는 법익침해라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침해의 경우와 유사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엄복현 박사는 “현재 불법행위법 체계 아래에서 의료과실과 생명·신체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도 환자에 손해배상을 인정해주기 위해서는 생명·신체와는 다른 독자적인 보호법익의 설정이 필요하다”며 “보호법익의 내용은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엄 박사는 “치유가능성이나 연명할 상당한 정도의 가능성 모두 생명·신체와 연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의 과실행위와 생명·신체침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치료기회상실 사안에서 독자적 보호법익으로 볼 수 없다”며 “기대권은 현재의 법제 하에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환자가 의사로부터 의료수준에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이익은 침해받거나 방해받아선 안 되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이며 생명에 관한 근원적 요구, 법적으로 보호받을 이익”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의료수준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이익은 정신적 법익에 관한 일반적 인격권의 하나로 구체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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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cyvaster@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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