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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헌 결정된 혈액투석 정액수가제, 위헌적 요소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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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헌 결정된 혈액투석 정액수가제, 위헌적 요소 제거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7.2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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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의료법학 기고...점수제 전환 및 의료급여법 근거규정 필요
▲ 현두륜 변호사.
▲ 현두륜 변호사.

지난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은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치료 ‘정액수가 제도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 제도를 합헌적으로 운용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에 ‘진료수가제도의 헌법적 한계와 정액수가제의 위헌성-헌법재판소 2020. 3. 24. 선고 2017헌마103 결정을 중심으로-’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은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제도로 구분되며, 의료급여는 생활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에서 보장하는 공공부조로, 이에 관한 사항은 의료급여법을 규정하고 있다.

의료급여법의 위임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1조 제1항은 건강보험과 동일한 비용을 산정함을 원칙으로 하되, 제2조부터 제14조의2의 경우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조항 중 상대가치점수가 아닌 일정 금액으로 비용으로 산정한 것으로 혈액투석 수가, 사회복지법인 개설 의료급여기관 외래수가, 정신질환 외래수가, 정신질환 입원 및 낮병동 수가 있다. 

이중 사회복지법인 개설 의료급여기관 외래수가는 2006년 삭제됐고, 정신질환 수가는 고시개정을 통해 점수제로 전환돼, 현재 외래급여수가기준 중 정액수가제를 채택한 것은 혈액투석 외래수가가 유일한 상황이다.

혈액투석 외래수가는 정액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개정해 고시하지 않는 이상 의료기관은 한번 지정된 금액만 받아야한다. 혈액투석 정액수가는 2001년 11월 도입당시 13만 6000원으로 규정된 후, 13년만인 2014년 4월 고시 개정으로 14만 6120원으로 소폭 인상됐고, 2018년 7월에는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급여 범위가 일부 조정됐을 뿐 현재까지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는 “2014년도 개정된 정액수가 14만 6120원도 2018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받는 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 1회당 평균진료비용의 80%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며 “이러한 정액수가제에서 의사가 혈액투석 진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진료 외에 추가 약제를 처방하고 검사를 실시한다면 정액수가를 초과하는 비용은 의사의 손실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의료급여 재정 안정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고, 혈액투석을 실시하는 의사와 환자들은 지난 2017년 2월 혈액투석 정액수가제를 규정한 의료급여수가기준 제7항을 심판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청구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헌재는 “정액수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액범위조항 역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 의료행위선택권도 침해하지 않는다 판시했다”고 판단했다.

3인의 재판관은 정액수가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심판대상조항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보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며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에 현 변호사는 정액수가조항의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살펴봤다.

그는 “지난 19990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제1항은 ‘요양급여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약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계약으로 정한다. 이 경우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한다’고 해 법률에서 요양급여비용 결정방식에 관해 ‘계약제’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당사자의 자율적 참여와 협상에 따라 진료수가를 결정하고 요양급여에 대한 보수를 현실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라며 “의료기관의 직업활동에 대한 보상은 최소한 제공되는 진료의 질과 양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이 지급돼야하고, 적절한 이윤이 보장돼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 의료급여법 제7조 제2항은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 등에 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다’고 규정해, 의료급여수가에 관한 모든 사항을 복지부 장관에 위임하고 있다”며 “이는 복지부 장관이 아무런 제한없이 의료급여수가제도를 결정하고 있고, 한번 결정된 수가제도를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진료비 결정방식을 계약제로 할 것인지, 고시제로 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이에 해당된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의료급여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 여부는 행정기관이 ‘전문적이고 정책적으로 결정할 영역’이 아니라 입법자가 법률로 규정해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한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게 현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헌재가 정액수가조항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했는데, 현 변호사는 헌재의 다수의견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의료급여제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는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의료보장제도의 일종으로 내용, 범위와 대상, 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절차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며 “건강보험에서 채택하지 않은 정액수가제를 의료급여에서 인정할만큼 의료급여의 공익성이 건강보험에 비해 우월하게 높거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행위별수가제와 정액수가제 중 어느 방법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어, 혈액투석 외래수가에 있어 정액수가제를 선택했다고 크게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지만, 현 변호사는 “정액수가제에서 진료비 산정할 때 점수가 아닌 금액으로 표시하므로, 이에 대비되는 개념은 ‘점수제’”라며 “행위별수가제는 진료비 지불단위에 따른 분류로, 이에 대비되는 것은 포괄수가제나 인두제 등”이라고 전했다.

그는 “헌재가 정액수가제의 장점으로 언급한 내용은 포괄수가제에 관한 내용으로, 포괄수가제 역시 점수제로 운용된다”며 “정액수가제는 진료빅 정액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물가인상 등 경제상황에 따라 매년 금액을 변경해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점수제는 환산지수만 변경하면 되므로 합리적이고 편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사견을 전제로 하고, “정액수가조항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다수의견은 정액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개념을 혼동해 정액수가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두륜 변호사는 현행 정액수가제에는 상당한 위헌적 요소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 합헌적으로 제도를 운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정액수가제를 폐지하고 국민건강보험이나 다른 의료급여대상의 경우와 같이 점수제로 전환, 매년 달라지는 경제상황에 맞춰 수가를 조정해야한다”며 “혈액투석이 고도로 정형화된 진료로 행위별수가제에 따라 점수를 산정하면 비용상승ㆍ과잉진료의 가능성이 높다면, 포괄수가제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정액수가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규정할 게 아니라, 의료급여법이나 동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근거를 둬야 한다”며 “다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산정기준에 관해 보건복지부 고시에 위임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경제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매년 금액을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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