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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독점권, 법령에 명시적 근거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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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독점권, 법령에 명시적 근거 둬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6.2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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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변호사..."재심사제도로 우회하기 보단 근거 규정 필요"
▲ 박지혜 변호사.
▲ 박지혜 변호사.

희귀의약품 등 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에 대해 현재처럼 우회적으로 이뤄지기 보단 법령에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둬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유준 박지혜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렘데시비르 사례에 비추어 본 의약품 자료독점권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이란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해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길리어드의 행보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지만, 강한 반발로 인해 이를 철회했다. 당시 길리어드의 희귀의약품 지정에 강력히 반발한 이유는 ‘희귀의약품에 대한 7년간 독점권 부여’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독점권’이 아닌 ‘신속승인’을 위해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렘데시비르의 신약허가 검토 타임라인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철회했다.

의약품의 독점권은 여러 가지 법적근거를 바탕으로 부여되는 권리로 특허로부터 발생할 수 있고, 다른 법령에 의해 자료독점권, 시장독점권 등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자료독점권과 시장독점권의 기본적인 구조는 신약 허가 시 제출한 자료에 대해 허가권자에게 독점 권리를 부여해 제네릭 개발자가 해당자료를 원용하지 못함으로서 품목허가 신청을 받을 수 없도록 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형태로 존재한다.

박지혜 변호사는 “자료 독점은 각 국가별로 자료독점권 혹은 의약품 자료보호제도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며 “국내에는 자료독점권 혹은 의약품 자료보호제도가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신약의 재심사제도를 우회적으로 활용해 자료독점권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국내에 명시적으로 자료독점권을 부여하는 법령은 존재하지 않고, 의약품 재심사제도를 우회적으로 활용해 의약품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며 “희귀질환관리법은 약사법에 대한 특례조항으로 제19조 제4호에서 희귀의약품의 재심사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의약품의 품목허가 심고ㆍ심사 규정 제22조 제4항 및 동조 제5항에서도 희귀의약품의 재심사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귀의약품으로 품목허가받은 의약품과 동일한 의약품이 안전성ㆍ유효성 심사를 면제받기 위해선 재심사기간이 10년이 경과해야하며, 이는 10년간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신약의 경우 재심사기간에 대해 ‘의약품의 안전에 관한 규칙’이란 고시를 통해 규정하고 있지만, 희귀의약품은 ‘희귀질환관리법’, ‘의약품 안전에 관한 규칙’ 등 법령과 고시 두 가지를 통해 부여받고 있다”며 “이는 특정의약품의 경우에만 법령으로 재심사기간을 규정해 의약품 간 재심사기간에 대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으로 재심사 기간 자체는 각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보다 강력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령에, 변화에 따라 변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규칙에서 정할 수 있고, 이는 정책적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희귀의약품의 경우 법령과 고시 양쪽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도가 반영됐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심사제도를 통해 우회적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희귀의약품 품목허가권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 변경, 예를 들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등이 발생했을 때는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박 변호사는 감염병 관련 의약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병이라도 희귀의약품의 조건에 부합한다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할 것”이라며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과 관련해 환자수의 제한이 있는데, 이번 렘데시비르 사안과 같이 새로 생긴 질환 또는 감염병 초기 단계의 경우에는 발병 환자 수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환자 수 이하의 질병으로서 희귀의약품으로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감염병 특성상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희귀의약품 지정 조건인 환자 수를 초과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며 “질병 특성상 추후 희귀의약품 지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이런 사정을 반영해 희귀의약품 지정 취소 등이 가능한 조항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법제에 의하면 초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독점권을 부여받게 되면, 앞으로 감염병이 확대돼 환자 수가 해당 기준을 초과해도 이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는 순간 제약사는 다양한 이익을 얻는데, 추후 사정변경이 발생했을 때 이를 수정할 법제가 미비하다는 건 보완돼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희귀의약품에 대한 독점적 지위 보상이, 재심사제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기 보단 법령에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지혜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신약의 독점적 지위 부여와 관련해 법률에 명시적 조항이 없고, 약사법 상 신약의 재심사제도와 하위 행정규칙에서 안전성ㆍ유효성 심사 조항과 연계, 우회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를 통해 의약품 독점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개정 또는 수정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다만 국제협정과의 조화를 위해 법률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생물의약품의 개발이 본격화되고, 정책적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을 유도하면서 각각 의약품에 대해 통일된 제도가 수립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행정규칙의 형태로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각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하다보니 각각 다른 형태의 행정규칙이 제정됐고, 이것이 충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규칙을 활용해 독점권을 부여하는 이유가 급변하는 제약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필요한 내용을 행정규칙에 두고 변화에 민감하게 수정하기 위함이라 하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행정규칙들은 화학의약품, 생물의약품, 희귀의약품 간에 통일된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의약품 개발 유도라는 정책적 의도를 가지고 부여하는 독점권에 대한 견제장치를 수립해야한다”며 “해외진출이 필수 불가결인 의약품의 특성 상 국제 규제에 조화를 이루는 제도 수립을 위해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지금, 다시 한 번 의약품의 독점권을 살펴보고 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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