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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들 “무서워서 분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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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들 “무서워서 분만 못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2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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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집회 개최...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요구

사산아 유도분만 과정에서 산모가 사망,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된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많은 의사회원들이 서울역 앞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함께 지난 20일 서울역 광장 앞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지난 20일 서울역 광장 앞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지방법원은 사산아 유도분만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금고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담당간호사에게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규탄하기 위한 자리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 행동하는 자유시민 이언주 공동대표(국회의원) 등 주요 내외빈 등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황망한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김 회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의사가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가야할 사유라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이 두려운 이유는 분만하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태반조기박리라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사산 분만유도의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과 처치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료행위에는 통계적 위험도가 있음에도 의료행위의 나쁜 결과로 의사가 구속된다면 우리는 언젠가는 누구든 구속될 수밖에 없다”며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한 산부인과 의사가 일순간에 범죄자로 법정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의사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넘어 이제 내가 구속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실을 떠나는 것을 막아달라”며 “산부인과를 선택한 것은 전과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함이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힘들지만 천직인 산부인과의사로 국민 여러분 곁에 남을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고의 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형사처벌 특례를 정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오늘 궐기대회가 산부인과 의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는 정상적인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전공과목을 산부인과로 선택할 때 산모와 태아, 두 생명 동시에 지켜냄으로써 두 생명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준다는 보람과 자부심에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며 “대한민국 의료현실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고 재를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의사 직군에 대한 보여주기식 수사, 판결은 산부인과에 집중되고 있다. 임상과목 중에 젊은 여성의 자연 사망율이 가장 높고 돌연변수가 가장 많은 임상과목이 산부인과”라며 “이런 특수성으로 인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막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발생하는 임상과목이 산부인과인데, 산부인과의 특수성은 무분별인 의료분쟁과 포퓰리즘 형사처벌의 먹이감이 됐다”고 전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

이어 그는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결과가 나빴다고 구속돼 감옥에 갇혀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한다면 누가 산부인과 의사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 의사를 굳이 감옥에 가두고 구속수사를 해야 하는가? 감옥에 갇힌 의사가 돌보던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됐다.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한 산부인과 의사의 처참한 인신 구속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에게 자괴감과 무력감을 주고 형벌의 공포를 심어, 결국에는 우리나라 의료를 붕괴시킬 것이 명확하다”며 “학회는 동료의사의 부당한 구속수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일치단결해 동료의사가 석방돼 불구속수사를 받도록 사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최근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법원이 해당 산부인과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를 규탄하기 위해 열리는 궐기대회에, 13만 의사회원을 대표해 강력한 지지를 천명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태반조기박리는 분만 중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은폐형 태반 조기박리에 따른 출혈은 감지가 거의 불가능해 진단과 처치가 매우 어렵다”며 “선한 의도로 시행되는 모든 의료행위에서 불가피하게 나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의사를 구속한다면, 모든 의사가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험한 진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협 제40대 집행부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누적된 모순과 문제점을 바로잡는데 주력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가 출범했다. 저와 집행부가 7월 2일부터 2주일간 단식을 통해 투쟁의 첫 포문을 열었다”며 “단식투쟁 기간 동안 의료계 다양한 영역에서 보여준 응원과 지지는, ‘의료개혁 총력전’이라는 숭고하고 막중한 과제를 이뤄달라는 간절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영역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조직화 총력전’ 투쟁의 선봉에 서서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끝까지 실현하겠다”며 “특히 의쟁투가 추진하는 6대 의료개혁 과제에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10여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산모의 건강을 위해 헌신적으로 진료하다가, 사산아 분만 중에 은폐형 태반조기박리라는 희귀한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법정구속된 동료의사를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모였다”며 “앞으로 환자 진료하다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바로 교도소 담장을 넘어 잡혀 들어갈 선후배 동료 의사들의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모였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산부인과 원장이 감옥에 갈 이유가 없다. 아직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법정구속은 말도 안 된다”며 “의사가 어디 도주의 우려가 있는가? 당장 산부인과 원장님을 풀어달라. 입원중이고 분만대기 중인 다른 환자들은 어떡하란 말인가”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이고 사람이다”며 “은폐형 태반조기박리는 희귀증례로 어느 의사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힘든 병이다. 예측 불가능한 나쁜 결과가 나온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며 “대한민국의료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잘못된 판례를 바로 잡고 제대로 된 진료환경 구축에 모두 함께 투쟁에 동참했으면 한다. 모두 단합해 최선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 (왼쪽)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으로 송사를 치른 산부인과 의사가 연대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법정 구속된 산부인과 의사의 가족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산부인과 전공의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전공의들에게 이번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 조치는 너무나 큰 짐으로 다가온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부인과는 전공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열악한 현실과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많은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분만 의사는 지금도 부족하고 지방의 산모들은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헤매야 하는 실정인데, 법정구속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공의 동료들에게 잠재적 범죄자, 전과자가 될 각오를 하고 더 이상 감히 버티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환자의 곁을 지키고 싶은 의사고, 계속해서 배우고 싶지만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에게 위험한 곳이 됐다”며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더 많은 국민이 건강해질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원한다. 국민 곁에서 더 단단히 생명을 지켜낼 수 있도록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이날 궐기대회에는 지난해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가 참석했다.

지난 소송에서 많은 도움을 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 고마움을 표한 해당 의사는 “중대한 의료소송에서 법정 구속과 같은 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면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를 하기 힘들다”며 “저출산 개선과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모든 의사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법정 구속된 A씨의 가족에게 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에 모인 의사들은 결의문을 발표됐다.

의사들은 “의사 전과자를 양산하는 형사입건을 당장 중단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법으로 정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한다”며 “뇌성마비와 같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책임제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증거수집과 형사고소 그리고 구속의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해제하고, 의사를 구속하고 과도한 배상 판결로 분만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법원은 각성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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