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서울역에 모인 의사들, “우린 신이 아니다”
상태바
서울역에 모인 의사들, “우린 신이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4.29 2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만의사 실형 판결 규탄…정치권도 원만한 해결 약속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과 관련 분만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규탄하기 위한 궐기대회가 열렸다. 현재 두 개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산부인과의사회들은 물론, 전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해 잘못된 판결을 규탄하는 한편, 끝까지 함께할 것은 선언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과 관련, 분만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판결을 규탄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 산부인과 의사들은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과 관련, 분만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판결을 규탄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 충청남도의사회 박상문 회장,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 등이 참석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자궁내 태아 사망을 사유로 분만의사를 교도소에 보내라는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인천지방법원은 자궁내 태아사망을 사유로 의사를 8개월간 교도소에 구금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했다. 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에 대해 의사를 마치 살인범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제왕절개를 하면 제왕절개율이 높은 병원으로 낙인찍어 나쁜 병원으로 몰아가면서 이젠 태아 심박수가 떨어지면 의학적 판단 없이 곧바로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의 과실로 몰릴 수 있다”며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이런 비의학적, 비도덕적 진료는 할 수 없다. 양심에 따른 소신 진료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수가와 과도한 배상 책임으로 인해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고,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분만병원이 폐업을 했고, 모성사망률은 2배로 후진국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왼쪽),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정부는 저출산 극복이 국가의 최대과제라지만 산부인과 의사 없이 안전한 출산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동석 회장은 “잘못된 판결은 바로잡아야 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과도한 배상과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병원을 폐쇄하고, 전과자로 살아가는 것을 막아야한다”며 “뇌성마비 등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더 이상 의사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문제점을 무시한 채 졸속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 조정법은 즉각 폐기해야한다”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출산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의협 회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침통을 금할 수 없다”며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이런 판결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분만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당시 산부인과 의사분의 상황을 살펴보면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수술을 권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지만, 태아와 산모를 위해 어려운 자연분만을 선택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적 판단을 해야 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형사적 과실에 대해 감정을 한 결과, 금고 8개월 형이 나왔다. 이런 비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의업을 유지해야하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이는 분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의료행위는 필연적으로 의료사고가 따르다”며 “의료사고를 내기 위해 진료를 하는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의사들이 소신,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무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협회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추 회장은 “의료사고특례법을 기필코 마련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전국 의사들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겠다”며 “대책반을 구성,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여론조성에 앞장서겠다. 이를 통해 항소심 재판에서는 올바른 판단이 내려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인사들, 참담함 금치 못해…잘못된 판결 규탄

이날 규탄대회에 참석한 많은 의료계 인사들은 분만의사에게 금고형을 언도한 판결을 규탄하는 한편,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저출산 문제는 인적자원만이 최고의 자산이 우리나라에게 있어 국가적 재앙”이라며 “실효성 있는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정부는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분만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의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억’소리 나는 배상액과 금고형까지 언도하는 현실에서 어떤 의사가 분만실을 유지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사고는 의사의 영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분쟁조장법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의사와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법으로 개정돼야한다”며 “이번 판결과 같이 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민·형사 재판에 원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금고형 판결과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대한민국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문가 자존심을 찾고 제대로 된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한다”고 선언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이번 판결에 원용된 중재원의 감정서를 지적하며 중재원장은 이번 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열악한 고시 수가만 받으라는 현실에서 의사는 공무원이나 다름없지만 의료사고가 나면 정부는 책임 안 진다”며 “의사가 번 돈으로 배상하고 감옥도 가라고 한다. 이런 정부를 믿고 어떻게 의사를 하겠는가”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중재원이라는 조직이 중립적이지 못한 환자 친화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며 “이번 판결을 보면 중재원의 감정이 유죄 증거로 활용됐다. 판사는 그 감정서를 보고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재원이 신해철법이라고 해서 자신들의 권한만 강화하고 있고, 이번 일로 환자 대변기관으로 전락했다”며 “앞으로는 중재원에 걸리면 감옥가기 싫어서도 중재에 응해야한다. 중대한 사건도 아닌데 아르바이트로 의료사고 감정을 해서 의사를 핍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중재원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며 “의사 회원들에게도 제안한다. 중재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중재 절차에 일절 협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로 오랫동안 분만을 했지만 지금은 분만을 포기한 상태”라며 “분만을 포기한 후로 여러 동료들이 어려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미안함과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을 하고 있는 의사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제 의사들은 예비 살인자라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며 “의사는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환자는 살리고 싶은 게 의사다. 중증 장애나 사망사고가 있을 때 중재원 자동 개시가 되면서 중증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진료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진료행위와 관련된 모은 의료사고 분쟁 때 형사처벌을 자제해야한다”며 “분만 사고를 비롯한 모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 배상제도가 도입돼야하고, 중재원은 의료과실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신뢰성, 객관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 정부,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린다. 의사들의 보호 장벽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검은 상복을 입고 와 눈길을 끌었다. 기 회장은 “오늘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왔다. 사망한 태아와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과,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은 우리에게 순간이 환자에게 영원이라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급속도록 악화되는 분만환경, 저출산 대책이라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악화될 동안 정부는 뭘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공의들은 의료계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여러 선배, 동료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도의사회, 직역의사단체 회장들도 단상에 올라 이번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은 “잘못된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산부인과의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모든 국민들이 보고 있다”며 “경기도의사회는 산부인과의사회와 끝까지 공조해서 여러분들께 작은 승리를 안겨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남도의사회 박상문 회장은 “오늘 끝장을 내도록 하자. 분만을 그만두던지, 다 같이 죽던지 끝장을 내자”고 선언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최성호 회장은 “의료사고특례법은 반드시 통과돼야한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의사를 형사 처벌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서겠다는 분들이 있다. 반드시 통과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도 “산부인과는 비뇨기과와 동지다”며 “비뇨기과 전 회원들은 산부인과와 함께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서울역 집회 광장에 수많은 회원들이 와주셔서 고맙다”며 “의사들은 의료의 본질을 지킬 사명과 의료환경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의료악법을 개정하고 새로운 의료문화를 형성할 것을 동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도 “사태 해결에 노력하겠다” 약속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이번 사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 18대 국회 시절에 의료분쟁조정법이 만들어졌을 때,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사고,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에는 국가 보상 규정을 넣어야한다고 주장해서 법안에 그 내용이 들어갔다”며 “그런데 본회의를 거치면서 통과가 되지 못했다. 이를 마무리 못한 원죄가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당시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산부인과에서도 일정부분 분담금을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길래 ‘불가항력 의료사고면 의사 과실이 없다’며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관철이 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대선 기간이라 약속, 공약은 못하지만 의료계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며 “이것만은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선거 끝난 뒤 의료계와 소통하고 여러분과 함께하면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받는 의료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의료현장이 열악해서 의사들의 노고와 희생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며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의 경우엔 의료사고 위험에 항상 있어서 전공의들이 기피하고 기존 산부인과도 분만을 포기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로 인해 수십개 시군구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의당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 지원을 통한 분만 취약지역 해소와 분만사고와 관련된 분담금을 국가가 전액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지 않고 보람과 가치를 느끼도록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박인숙은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 있다보니 의료계의 부조리함 등 어려움을 해결해야하는 위치에 있다“며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럴려고 국회에 왔구나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19대 국회 때 산부인과에서 받은 민원이 의료사고를 대비해 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저출산 대책을 말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이런 부담을 지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사고특례법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다른 당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잘 살펴보고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긴급 궐기대회, 퍼포먼스 및 결의서 발표

이날 긴급 궐기대회에선 ‘과도한 의료분쟁배상, 국가 대책 마련하라’, ‘전과자를 양산하는 분쟁조정 자동개시, 중재원은 해체하라’, ‘분만환경 파괴하는, 사법부는 각성하라’, ‘안전분만 조장하는 의료체계 수립하라’, ‘의료분쟁조정법은 형사전과 양산법, 독소조항 개선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 (위쪽) 분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한 퍼포먼스와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 반납 퍼포먼스.

또한 분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퍼포먼스도 진행했는데, 내용은 이번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꾸려졌다.

이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부회장이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김동석 회장에게 반납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최영렬 부회장은 “이런 세상 속에서 더 이상 분만실을 지킬 힘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산부인과의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두렵다”며 “우리에게 부여해준 전문의 자격증 반납하고 싶다. 김동석 회장은 우리의 뜻을 잘 살펴 결단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 의사들은 결의서를 발표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사 전과자 양산에 대해 의사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입건 자제하는 의료사고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며 “밤새우고 파산하는 10억 배상판결, 과도한 의료분쟁 배상금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산모, 태아 무과실 국가배상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증거수집 절차와 형사고소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즉각 해체하고, 형사과실 감정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의사구속, 10억 배상 판결 등 분만환경을 붕괴시키는 법원은 각성하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