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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적용, 재정 뿐 아니라 환자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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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적용, 재정 뿐 아니라 환자도 고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4.03.1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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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블리미드 5년 산통 끝 보험...위험분담계약 우회

“허가가 늦어진 7년간 해마다 수백명의 환자가 속절없이 사망했다.”

다발골수종치료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가 험난한 여정 끝에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유럽 및 미국 출시 7년, 국내 승인 5년 만에 위험분담계약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급여등재에 성공한 것.

이에 따라 이제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에 반응하지 않아 치료방법이 막막했던 다발골수종환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 세엘진코리아 김아경 대표
지난 수년간 학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레블리미드의 급여를 요청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벨케이드는 다발골수종에 있어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긴 했지만,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신경독성이 나타나는 부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약을 투여하지 못하거나 반응률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급여적용이 되지 않는 레블리미드를 높은 가격 부담을 감내하며 사용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환우단체와 학계에서는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레블리미드의 급여적용을 꼽으며 정부와 제약사를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양측의 간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위험분담계약제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정부와 제약사는 리펀드 형식의 위험분담에 합의하고 레블리미드를 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했다.

이제 레블리미드는 매출액 가운데 정부와 약정한 할인율만큼을 건강보험공단에 되돌려 주는 것으로 급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레블리미드는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경험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획득했으며, 급여기준은 이보다 까다로운 벨케이드 치료 실패 환자로 제한됐다.

위험분담계약제도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로 한정돼 있어 더 이상의 욕심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치료제 자체가 가진 장점에 비해 급여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세엘진코리아는 레블리미드의 급여개시를 기념해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다발골수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레블리미드의 급여기준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레블리미드의 급여기준은 의학적 관점과는 많이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벨케이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만 쓰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대 윤성수 교수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레블리미드를 벨케이드와 동등한 위치에서 1차 치료에 무엇을 시도했던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두 약제는 동등한 활성도를 가진 약제라 생각한다”며 “다만 벨케이드는 주사제로 효과가 빠르고 강력한 반면, 레블리미드는 경구제로 편하고 신경독성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차이가 있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한된 급여기준에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레블리미드는 글로벌 임상에서 1차 치료의 종류와 무관하게 위약대비 생존률을 높이고 질병진행기간도 연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 반응률도 60%대로 위약군의 3배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레블리미드가 국내에서 급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동안 중증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실사용 데이터에서도 레블리미드는 50%에 가까운 전체반응률과 함께 생명연장효과를 확인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는 간담회를 통해 발병 5년 동안 다양한 치료를 시도한 후 최종적으로 벨케이드 치료마저 실패했던 환자가 레블리미드를 통해 5년의 시간을 더 생존할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지난했던 급여과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 삼성서울 김기현 교수

그는 “레블리미드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지 올해로 7년 차”라며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보험 재정은 아꼈지만, 환자들이 7년이라는 세월동안 약을 써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다시 말해 경제적인 능력이 안되시는 분들은 그냥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매년 수백 명의 환자가 약을 두고도 써볼 수가 없었다”며 “1~2년 늦어지는 것은 몰라도 7년은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후속 약물인 포말리도마이드(상품명 포말리스트, 세엘진)도 똑같이 급여절차를 밟게 될 텐데, 경제적인 면 뿐 아니라 환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 이처럼 레블리미드의 지난했던 급여 적용 과정과 제한된 급여기준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사측에서는 레블리미드의 급여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벨케이드와 같은 위치에서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대체제가 없는 경우’로 제한된 위험분담계약제의 성격과 맞지 않아 이 제도의 적용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지난했던 급여과정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마련한 세엘진코리아 김아경 대표는 “우리 회사는 혈액암 분야에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라며 “레블리미드의 급여적용을 통해 기존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었던 국내 다발골수종환우들에게 레블리미드의 치료 혜택을 드릴 수 있게 돼 무한한 기쁨”이라고 전했다.

이어 “2008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후 그동안 레블리미드의 급여 등재를 이루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동안 레블리미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속적으로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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