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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급격한 증가, 해부학 교육 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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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급격한 증가, 해부학 교육 위기 초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5.2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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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김인범 교수팀, JKMS에 논문 게재..."현재 조교 모두 교수가 돼도 부족"

[의약뉴스] 정보의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면 전국 의대에서 해부학 교육에만 82명의 교수와 270구의 카데바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의대생 수가 늘어난다면 간신히 유지된 해부학 교육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김인범 교수와 성균관의대 해부학교실 주경민 교수팀은 '우리나라 해부학 교육의 과거와 현재, 의사 정원 증원에 따른 미래'를 주제로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해부학 강의와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 수, 해부학 교수 및 조교수 수, 카데바 관리 직원 수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공식적인 의대정원은 3058명이지만 추가 등록, 재수강 등의 이유로 해부학 수업을 듣는 학생은 총 3246명이었다.

의과대학당 해부학 교수는 평균 4.5명으로, 대학 소재지 별로 격차가 있었다. 서울, 경기ㆍ인천과 지방으로 그룹을 분류했을 경우 서울 소재 의대의 해부학 강의ㆍ실습 담당 교수는 평균 5.3명으로 다른 그룹의 평균 3.3명보다 많았다. 

카데바는 매년 약 450구가 해부학 교육에 활용되고 있었으며, 카데바 한 구당 학생은 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1명인 미국보다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각 의대는 해부학 실습을 위해 평균 11구의 카데바를 사용했으며, 이 역시 서울소재 의대가 16.9구로 다른 지역 평균 9.5구 보다 많아았다. 

연구팀은 “해부학 강의와 실습의 양은 대학 전반에 걸쳐 비교적 일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8개 의대 이외 의대에 있는 교수와 조교가 해부학 관련 교육 과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처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부학 교수 한 명당 담당 학생은 평균 24.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서울 8개 대학이 20.9명으로 다른 지역 의대의 26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서울 역시 교육자 1인당 학생 수가 13.3명 정도인 영국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최근 몇 년 동안 해부학 강의와 실습을 수행할 수 있는 교수 모집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부 대학은 강력한 연구 능력을 갖춘 다른 분야 전문가를 해부학 교수로 임명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들은 신경해부학, 조직학, 발생학과 같은 해부학의 다른 하위 분야를 다루거나 실제 세션에 참여하지 않고 전체 해부학 강의를 하고 교과서 내용만 전달한다”며 “지속적인 악순환은 미래 해부학 교수가 되기를 열망하는 학생 유치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지금도 해부학 교육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 상화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분석 결과 의대 정원이 500명이 늘나면 약 20명의 해부학 교수와 68구의 카데바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000명으로 늘리면 41명의 교수와 135구의 카데바가, 정부 안대로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면 약 82명의 교수와 270구의 카데바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 우리나라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날 때마다 현재의 해부학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수와 카데바의 수.
▲ 우리나라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날 때마다 현재의 해부학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수와 카데바의 수.

연구팀은 “현재 전국 해부학 교수는 92명 수준이고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조교가 3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필요한 추가 해부학 교수 및 조교를 확보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2000명이 늘어난다면 전국 30명의 해부학 조교가 모두 교수로 승진하더라도 여전히 52명의 교수가 부족하고, 조교가 한 명도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현재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 중 약 23명이 5년 안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라며 “실제 경기도 A대학과 경상도 B대학은 각각 해부학교실 교수가 2명씩 있는데 모두 2년 안에 퇴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해부학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강의실, 실험실, 멀티미디어 환경 같은 인프라가 필수인데 대부분의 교육기관은 현재 학생 수에 맞는 인프라만 갖추고 있다”며 “서남의대 폐교 후 입학률이 증가한 전라도 C대학은 늘어난 숫자에 맞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약 5년이 걸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연구팀은 우리나라 해부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해부학 교육자 매칭 프로그램 ▲공인 해부학 교육자 자격증 ▲해부학 교육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고용 트랙 유지 ▲해부학 교육을 위한 카데바 확보 ▲인프라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초의학 교육자와 전임의,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도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의과대학, 대학병원, 학회,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은 교육용 시체를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각 기관은 어려운 상황에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부학 교육자의 가용성, 카데바 공급 및 인프라와 같은 측면에서 취약성과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의대생의 급격한 증가는 해부학 교육의 질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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