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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수표 피해 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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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수표 피해 방지책
  • 의약뉴스
  • 승인 2009.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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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로 인해 약국 경영이 어려운 시기에 10만 원 권 위조 수표를 받았다는 회원들의 신고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차라리 도난수표를 받았다면 액면의 절반이라도 되돌려 받을 수 있건만 위조수표는 전액을 고스란히 손해 봐야 한다.

‘자필 서명도 안 받고, 숨은 그림을 확인도 안했느냐?’고 속으로 나무랐지만 내용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범인은 약국에 들어와 간장약을 찾았다. 범인이 거명한 제품은 그 약국에서 자주 판매하는 제품이었고, 한 통에 들어 있는 두 개의 곽 중 하나(2만원)만 요구한 후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거슬러가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수표 뒷면에 이름,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능수능란하게 기재했다. 수표번호를 조회하니 이상이 없었고 꼼꼼한 회원은 불빛에 숨은 그림까지 확인해 보았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수표를 은행에 입금시키고서야 가짜임이 드러났다.

일본 약국과 드럭스토어 박람회 시찰단으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했기 때문에 초기 대응도 문제였다.

약사회는 ‘가짜 수표가 유통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의 긴급 문자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즉시 모든 약국에 보냈다. 하지만 통상적인 내용이어서 회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건 발생 즉시 인터넷 신문사에 제보를 하지 않은 이유는 도난 수표나 복사한 수표 정도로 가볍게 여겼고, 회장도 부재중인데 시끄러워지면 골치 아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피해를 당한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피해 내용과 범행 수법을 확인한 후 회원들에게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약사들이 가장 많이 구독하는 협회 기관지를 비롯한 약업계 신문에 기사를 제보했다.

‘0 0’ 이라는 외자 이름, 820xxx-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 20대 후반 깔끔한 정장의 사내가 간장약을 절반만 찾는 수법이 모두 동일했고 은행에 입금시키기 전까지는 가짜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약국에는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훔쳐 나간 후 잠시 뒤 나타나 환불을 요구하는 절도범들이 종종 있다. 약국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뒤늦게나마 범행 현장을 확인한 회원 중엔 녹화된 이들의 모습을 인터넷 신문사에 제보해 타 약국의 주의를 당부한다.

비슷한 용의자가 약국에 나타나면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고 즉시 약사회에 신고해 주변 약국에 경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도록 한다.

하지만 당했다는 수치감을 앞세워 자존심에 관계되는 일이라며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19일, 서울관악경찰서는 10만 원 권 수표를 위조해 사용한 혐의(유가증권위조)로 중국인 A씨를 구속하고, A씨와 함께 위조수표를 사용한 혐의(위조유가증권 사용)로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2월부터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의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10만 원짜리 위조수표 20여 장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에 하나 지난 1월에 피해를 당한 약국이 즉시 그 내용을 인터넷 신문사에 상세하게 제보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 본다.

공교롭게도 피해를 당한 인천지역의 약국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그날따라 작동되지 않아 경찰의 수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약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CC-TV 설치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짓는다’는 속담처럼 약사회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방금 전에 보고도 설마 하는 마음에 피해를 당한 회원도 있었다.

사고 수표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표를 받았을 때 손님의 신분증을 건네받아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자필로 서명토록 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경기에 ‘왕 중 왕’이 된 고객에게 수사를 하듯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용기를 내어 신분증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범인이 타인의 것을 내밀며 ‘오래 전에 촬영한 사진이어서 모습이 좀 다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면 더 이상 의심할 이유조차 없어진다.

결국 신원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수표를 받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회에 불신과 불안을 조성하는 위조 수표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선 신속한 신고 정신, 업소에 CC-TV 설치, 위조를 할 수 없도록 수표에 보다 섬세한 장치를 추가하고 아울러 고액권 발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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