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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사제도’ 추진 전에 ‘의약분업’ 재평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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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사제도’ 추진 전에 ‘의약분업’ 재평가부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7.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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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硏, 약료 개념 및 전문약사 업무범위 명확화...처방전 리필제ㆍ대체조제 등 오해 없어야
▲ 최근 정부가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의료계 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최근 정부가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의료계 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약뉴스] 최근 정부가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의료계 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에서 연구소는 전문약사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법령 제정 시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과 제도 정착을 위해 제언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전문약사제도와 관련하여 세 번째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8월 말쯤 완료될 예정이고, 9월쯤 이 보고서를 받아 10월경 (하위법령) 초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전문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에 신설된 약사법 제83조 2(전문인력 양성)에 따라 법제화되었는데,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의 발언은 이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하위법령의 초안이 10월경에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라는 것.

전문약사제도는 병원약사회를 중심으로 2007년 전문약사제도 TF가 만들어져서 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한 이후 2010년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최초로 실시하여 전문약사를 배출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약사회 내부에서 인정되는 자격에 불과했다.

국가 공인 자격이 아니었던 탓에 자격에 대한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것이 2020년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하위법령까지 만들어지면 전문약사제도는 체계적인 자격 제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기에 연구소는 전문약사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법령 제정 시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과 제도 정착을 위해 제언했다.

먼저 연구소는 약료의 모호한 개념과 전문약사의 역할이라는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연구소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는 1990년대 초반 도입된 개념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확실한 치료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약물요법을 책임감 있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정의되고 있다”며 “약사회에서는 전문약사제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료라는 개념이 최근에 등장했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

연구소는 “약물요법을 제공하는 것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약을 선택하고 처방하는 것은 의사가 하는 역할이고, 이후 약을 조제하고 약에 관해서 환자에게 복약지도 및 부작용 관련 설명을 하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개념”이라며 “약료라는 개념은 해석하기에 따라 의사와 약사의 역할 중 어느 지점에도 위치할 수 있기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역할 분담의 개념이 있음에도 약료라는 개념을 통해 전문약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 전문약사제도의 당위성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문약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전문약사의 명확한 역할이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내용 없이 모호한 약료라는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연구소는 전문약사제도가 ‘처방전 리필제’ 및 ‘대체조제 합법화’, ‘임의조제’ 부활 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 합법화 등이 약사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며 “약사회는 국회와의 접촉을 통해 이 제도들을 법제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의사의 진료권 및 처방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 도입 당시 의약정 합의안에 위배된다는 점, 그리고 해당 제도 통과 시 환자에게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문제 등이 있어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약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약사회 입장에서는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 합법화를 추진할 명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약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용해 의사의 처방권 중에 일부를 가져오는 임의조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만약 전문약사제도를 통해서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가 합법화되고, 임의조제까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면, 이는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에서 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며 “해당 제도가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 현실과 만나서 변질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바른의료연구소는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료계 못지않게 약계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동네약국들이 대거 몰락하고 병원에 가깝게 위치한 문전약국과 대형 약국 체인이 성공해 규모를 키워갔고, 이는 병원 약사 수의 급감 및 지역 약사 수의 폭증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의약분업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의견과 실패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제도 시행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변화가 없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약업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의약분업 제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제도 변화와 관련된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약과 관련된 가장 크고 중요한 제도가 의약분업인데, 이 의약분업의 문제점과 보완점은 그대로 방치한 채로 자꾸 새로운 제도만 도입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새로 도입되는 제도도 올바르게 시행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는 복지부와 약사회는 모호한 약료의 개념과 전문약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통해 처방전 리필제, 대체조제 합법화, 임의조제 부활 우려 등의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며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재평가와 제도 변화를 통해 새 제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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