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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료상황 윤리적 병상 배정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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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료상황 윤리적 병상 배정 기준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4.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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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코로나19 대책위 염호기 위원장...중환자실 병상 배정 법률적 문제 지적

[의약뉴스]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의료상황에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는 여러 차례 대유행을 반복하며 수많은 중환자들을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방역당국와 의료계는 중환자 병상 및 치료인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처럼 중환자 병상 및 치료인력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자, 의료계 내에선 ‘재난 의료 상황에서 윤리적 병상 배정’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은 지난 4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강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환자 병상 확보 등 여러 어려움을 겪자, 의료계 내에선 ‘재난 의료 상황에서 윤리적 병상 배정’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환자 병상 확보 등 여러 어려움을 겪자, 의료계 내에선 ‘재난 의료 상황에서 윤리적 병상 배정’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염 위원장은 병상배정과 관련해 ▲재난 상황 환자 분류 ▲전쟁에서 대량전상자 분류 ▲응급실에서 환자분류 ▲중환자실 병상 배정을 위한 환자분류 등을 거론했고, 특히 전쟁시 대량전상자 분류체계를 일례로 들었다.

전쟁시 대량전상자 분류는 응급상황 시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분류체계로,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 군의관이 전투력의 효과와 효율을 두고 환자를 색깔 카드로 분류한 것에서 기인한다.

당시 환자 색깔 카드 중 레드의 경우, 당장 응급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것을, 화이트는 이미 사망했거나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 치료 의미 없는 환자를 의미했으며, 치료 우선순위도 환자 색깔 카드로 기반에 두고, 전투력을 우선했는데, 이는 중환자 우선순위와 유사하다는 것.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해외에 비해 방역 관리가 잘되면서 중증환자 병상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국내 중증환자 병상이 포화가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 열고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 제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중환자의학회에서 마련한 ‘중환자 발생 규모 단계별 대응 전략’을 살펴보면, ▲1단계 상급종합병원 및 국가격리병상 기반 대응(안) ▲2단계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 ▲3단계 (체육관, 컨벤션 등) 대형임시병원 구축 병행 대응(안)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환자실 입원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료현장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게 염 위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을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만약 이를 거스를 경우 형법 268조 업무상과실치상이나 형법 250조의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민법 750조에 따라 불법 의료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우선순위 고려 없이 응급환자를 먼저 치료하도록 돼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내 연명의료중단의향 기준에도 급성 바이러스 질환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염 위원장은 “중환자 병상 배정에 대한 법률적인 허점이 큰 상황이다. 준비없이 상황이 닥치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들이 연출될 것”이라며 “병상 배정과 관련된 법률적 보완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메릴랜드 주법을 보면 선의의 의료 제공이나 재난상황 선언에 따른 경우 민사나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데, 이를 참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염 위원장은 중환자 병상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중환자 발생 규모별로 3단계에선 체육관이나 컨벤션 등 대형 임시병원을 구축하자는 안도 제시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수급되는 인력 자체가 공보의나 군의관, 봉사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훈련되지 않은 인력이다. 군대도 현역과 예비군이 나눠지듯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미리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병상 수만 늘려서 막을 것이 아니라 특정 기준에 따른 효율적 운영이 우선이라는 게 염 위원장의 설명이다.

염 위원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중환자인력, 시설, 장비, 이송체계, 병상배정 시스템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결국 의료진이 윤리적 책임을 지고 평가하는 시스템이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대유행이 진정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지난 시기를 돌아보고 새로운 기준 정립이 필요하든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재난의료 상황에서 윤리적 병상배정과 관련해 ▲재난 상황 중환자 관리계획 ▲병상배정 절차 확보 ▲병상배정 법률적 및 재정적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 가동률이 90%라면 가득 찬 것인데 과연 몇 %에서 우선순위에 따른 입실, 입원 거부 등이 명확해야 하고 의료기관을 찾은 중환자가 동일한 우선순위일 경우, 차순위로 어떤 것을 적용할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재난시 퇴실기준도 사망임박, 뇌사, 3주 이상 다장기부전 등으로 명확히 해야 하며 중환자실 병상배정 관련 법률적 책임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위ㆍ중증 환자가 많아지면 병상 이용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고민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와 같이 재난적 상황에서 중환자실 병상 배정은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무조건 환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중환자 진료 우선순위, 소생가능성 환자 결정, 의료기관 안정성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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