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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시 여러 기준으로 의사 속박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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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시 여러 기준으로 의사 속박하지 말아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8.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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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희태 교수, 의료법학회서 발표..."폄하·방해 바람직하지 않아"
 

최근 연명의료와 관련 여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의향과 의학적 상황 사이에서 고뇌하는 의사를 지나치게 자세한 기준으로 속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의사의 임상의학적 판단을 토대로 한 결론을 폄하하거나 방해할 정도의 규범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기대 명예교수 겸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객원교수인 석희태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연명의료 결정법제의 비교연구 – 한국·일본·대만의 규범상 쟁점을 중심으로’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생명의 자연적 내지 인위적 종결에 관한 의료인 기타 제3자의 개입을 허용하는 세계 각국의 법규범은 ▲연명조치 불시행의 허용요건인 ‘환자의 용태’ 내지 ‘의학적 상황’ ▲시행 혹은 불시행의 허용내용인 ‘의료조치의 범위’ 등 두 가지 기준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제1형 말기환자에 대한 연명조치 불시행 허용 계열 ▲제2형 말기환자에 대한 사망조력 허용 계열 ▲제3형 고통감내불능 환자에 대한 사망조력 허용 계열 ▲제4형 일반적 사망조력 허용 계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의 연명의료와 관련된 규범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먼저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의 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일본은 법률이 아닌 행정부에 의한 지침 형식으로 규점을 제정했는데, 지난 2007년 5월 ‘종말기의료의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반포했고, 2015년 3월 명칭을 ‘인생 최종단계에서의 의료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2018년 3월에 ’인생 최종단계에서의 의료·케어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확충·개정됐다.

대만은 2000년 6월 ‘안녕완화의료조례’를 제정했고, 2002년 12월과 2011년 1월 및 2013년 1월 개정했다. 2016년에는 별도로 ‘환자자주권리법’을 제정해 올해 1월 6일 시행에 들어간 상태이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의 법에서 연명조치 불시행 근거가 되는 상황은 ▲중증 인지기능장애(치매 등) 상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고,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 ▲지속적 식물상태 또는 불가역적 의식상실(혼수) 상태 ▲말기상태(가까운 장래에 사망이 예측됨) ▲임종과정 상태 등이다.

석희태 교수는 “말기상태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결정법과 대만의 안녕법에서는 거의 같은 함의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결정법에서의 말기환자란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말하고, 대만 안녕법도 의사의 진단을 통해 치유불가로 여겨지고 의학상 증거가 있고, 가까운 시기 내에 병증이 진행해 사망에 이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람을 말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인생의 최종단계’와 ‘종말기’의 표현을 사용하는 일본의 신구 가이드라인에서는 개념정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신구 가이드라인 간에 내용 변화가 없었고, 후생노동성이 반포한 ‘해설편’에서 양자의 상황을 동일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이를 비춰보면 인생의 최종단계를 ‘임상과정상태’가 아닌 말기상태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임종과정상태는 우리나라 결정법에서 연명의료 불시행의 근거가 되는 환자의 상황으로 채택된 것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록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며 “이는 말기상태보다 더 엄중한 상태 혹은 말기상태의 최후단계를 나타내기 위해 입법에 도입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지속적 식물상태 또는 ‘불가역적 의식상실(혼수) 상태는 영구적 무의식 상태의 예시로, 치유 불가능 및 회복 불가능이라고 평가되는데, 이러한 상태는 말기 상태에서 볼 수 있는 임상적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언제나 말기상태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석 교수의 설명이다.

석 교수는 “참을수 없는 고통이 있고,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는 환자가 치유 불가능한 질병 상황에 있고, 이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심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는 경우”라며 “환자가 이 상태에서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말기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증 인지기능장애(치매 등) 상태는 환자가 고도로 인지기능을 상실해 사고능력 및 판단능력이 완전히 마비된 경우로, 인지기능 상실을 따로 거론하는 것은 그 정도가 중증이지만 무의식 상태가 아닌 동시에 생명이 말기에 처하지도 않은 상황이 상정되기 때문”이라며 “대만의 자주법 제14조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영구적 무의식 상태 및 말기상태와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명조치’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연명조치에는 심폐소생술·혈액인공투석·항암제투여·인공호흡기 장착 등 질병의 치유를 위한 전문적 조치로, 효과는 없고 환자의 사망과정만을 연장하는 조치인 연명의료와 영양분과 같은 유동물질의 공급·산소의 단순 공급 등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구급행위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연명조치의 결정’은 ‘말기의료의 결정’과는 다른 관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기의료의 결정은 연명조치의 결정 이외에 약물의 처방이나 주사행위 등 작위적 개입을 통해 환자의 사기를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의 결정’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대만의 자주법이 규정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고,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나 중증의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상태와 같이, 반드시 말기상태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연명조치의 결정을 실시하는 상황으로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석 교수는 “삶의 방식이나 죽음에 대한 자세는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인정되고 보장받기 위해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실정규범이라고 하는 ‘규준’에 부합할 것이 요구된다”며 “이러한 규준은 각인의 개별적인 생사관·가치관을 넘어서는 ‘사회적 공감’에 근거해 설정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공감을 이루는데 작용하는 핵심요소는 어떠한 삶의 방식이나 죽음에 대한 자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한고 수호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일 것”이라며 “오늘날 각국이 설정한 연명조치나 말기의료의 결정에 관한 다양한 규범은 모두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지향점으로 하는 사회적 공감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명조치 중 불시행을 허용하는 범위를 더 합리화해야하고, 의향결정능력이 없는 환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경우에, 담당의사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팀이 결정하게 하되, 필요한 경우 적기에 자문할 수 있는 전문적 조직(의료기관별 혹은 지역공용의 윤리위원회 등)을 상설화해야한다”며 “의향서 양식은 되도록 통일하고, 의향서 등록이나 확인이 번잡하지 않도록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규범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은 신중을 기해야하고, 외국인 환자에 대한 취급규준을 국제공조를 통해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석희태 교수는 “환자의 의향과 의학적 상황 상이에서 고뇌하게 되는 의사를 갖가지 지나치게 자세한 기준으로써 너무 속박해서는 안 된다”며 “의사의 임상의학적 판단을 토대로 한 결론을 폄하하거나 방해할 정보의 규범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석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제103조를 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해 있다”며 “이 같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성’ 규정을 활용해 ‘의사는 의학원칙과 환자의 의사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진료한다’고 의사의 의료에서의 독립성의 보호를 강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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