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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특구 원격의료, 회원들도 '의협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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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특구 원격의료, 회원들도 '의협 패싱'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2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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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지역의사회도 파악 못해...대정부투쟁에 악영향 우려
 

강원도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추진과 관련, 의사들의 대표 단체 의협이 정부뿐만 아니라 회원에게도 ‘패싱’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세계 최초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선정, 혁신 기술 테스트는 물론 관련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 7곳을 발표했다.

특구 지역은 디지털헬스케어를 담당하는 강원, 스마트웰니스를 담당하는 대구, e-모빌리티를 담당하는 전남, 스마트안전을 담당하는 충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담당하는 경북, 블록체인을 담당하는 부산,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세종시 등이다.

특히 디지털헬스케어를 담당하는 강원도(원주시, 춘천시)의 경우에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가 부여되며 지역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다만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에게 진단·처방을 받을 경우 환자 쪽에 방문 간호사가 입회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지속적으로 원격의료를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사업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최대집 회장은 이번 정부의 원격의료 선언은 13만 의사회원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최 회장은 “국민의 건강을 주판질 한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 무능한 방관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사임은 우리 요구의 시작”이라며 “의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이 전쟁에 임할 것임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의협은 잘못된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위해서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했고, 선결과제로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 6가지를 제시했는데 오늘 원격진료 절대 불가라는 선결과제를 추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조만간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시도의사회장단 회의, 각 직역 대표자대회를 열 것이고, 전국의사 총파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최 회장의 주장과 다르게 의료계 내에선 의협의 ‘정부 패싱’ 뿐만 아니라 ‘회원 패싱’이 지적되고 있다.

강원도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할 동안 의협은 물론, 지역의사회인 강원도의사회, 춘천시의사회, 원주시의사회 모두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신청한 사실까지 알려져, 의협과 해당 지역의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지적까지 대두됐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회장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강원도의사회, 원주시의사회, 춘천시의사회 집행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사업에 관계했던 의사 한 두 명이 이 정보 일부를 접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는 사실관계는 조사를 해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의협과 정부의 관계를 생각하면 정부 측에서 의협에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 하지 않은, 소위 말하는 ‘의협 패싱’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정부에서 의협을 패싱하고 회원에게 직접 접촉했다면, 해당 회원은 소속된 지역 의사회 등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건 의협이 회원에게도 ‘패싱’ 당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이번 일은 의협의 권위와 회원 통제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의협의 조직력이 와해될 수 있고, 정부의 의협 패싱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의협 패싱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일로 대정부투쟁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의협의 투쟁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일로 의협의 조직력이 와해됐고, 회원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국의사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 의사회 임원은 “지금 의협은 전국의사 총파업을 비롯한 대정부투쟁을 위한 투쟁 동력을 모으는 일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회원의 의협 패싱이 현실화됐다면 도대체 어떤 회원이 의협이 주도한 투쟁에 동참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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