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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선욱 간호사 자살 "응답하라, 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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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선욱 간호사 자살 "응답하라, 아산병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2.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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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ㆍ대책위, 병원 앞 집회...전·현직 간호사, 온라인 응원메시지
▲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아산병원에서 집회를 열고, 성내천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아산병원 故박선욱 간호사와 관련, 병원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응답하라, 서울아산병원’이란 플랜카드를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동대책위원회, 故박선욱 간호사 유족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월 故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부족한 간호인력 문제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신규간호사 교육 문제 등 간호사들의 장시간 과로 노동과 태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지난 4월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과 관련, 사건 재조사와 명예회복을 촉구 및 간호사 노동 처우 개선을 위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유가족과 함께 서울아산병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가는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은 어떤 응답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면접갑질, 수면양말 강요 사건 등이 알려지는 등 여전히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제보만 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아산병원 전·현직 간호사들, 보건의료학생 ‘매듭’, 온라인 응원메시지 등이 낭독했으며, 집회 후에는 매서운 한파를 뚫고 성내천 다리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보건의료학생 ‘매듭’의 A씨는 “故박선욱 간호사의 학교 후보이고, 내년 대학병원 입사를 앞두고 있다”며 이번 겨울이 추운지 모르겠다. 내년부터 신규간호사로서 활활 타며 뜨거운 한해를 보낼 생각만하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실습을 막 시작했을 때, 어떤 날은 혼나기도, 어떤 날은 칭찬받기도 하면서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난 버틸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던 중 故박선욱 간호사의 소식을 듣게 됐다”며 “막연한 자신감은 무너지고, 마음 속에는 불안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공대위 회의에 열심히 나갔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 한 해 보건의료학생 매듭은 노동자건강권, 페미니즘, 장애인권 등 다양한 쟁점과 이슈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여러 현장에 연대하며 1년을 보냈다”며 “매듭은 공대위가 처음 구성될 때부터 함께 활동해왔는데 오랜 시간 노력에도 아산병원은 여전히 답이 없고, 간호사들의 현실엔 바뀐 게 없는 거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조금씩 변화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으리라 믿고, 꾸준히, 조금 더, 힘내서 연대하고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산병원을 사직한 간호사의 발언도 있었다. 다만 집회에 참석할 수 없어 의료연대본부 유지인 조직부장이 대독했다.

이 간호사는 “故박선욱 간호사와 입사동기였고 현재는 사직한 상태”라며 “아산병원은 ‘고인이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故박선욱 간호사와 이야기 나눠보면 씩씩하고 잘 웃고 강인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 내부에선 ‘故박선욱 간호사가 일을 못했다’, ‘환자에게 저지른 실수가 위중하다’, ‘죽긴 왜 죽냐 사직하면 되지’란 말들이 돈다. 이런 병원문화가 ‘태움’”이라며 “적어도 사람이 죽었다면 진심어린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故박선욱 간호사가 있었던 MICU는 아산병원 내에서도 ‘태움의 성지’라 불리는 곳으로, 신규에게 물건을 던지고 ‘죽고 싶냐’며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에서야 故박선욱 간호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슬프고 미안하다”며 “오다가다 괜찮냐고 물어봐줄걸,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네줄걸 하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편안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산병원의 가혹한 업무량과 극심한 오버타임,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중증도를 꼭 강조해달라”고 지적했다.

전직 아산병원 간호사는 “제가 근무했던 시기는 故박선욱 간호사가 입사하기 이전으로, 근무했던 환경, 신규로서 겪었던 어려움 또한 다르겠지만 제2, 제 3의 박선욱 간호사가 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신규간호사들을 만났고, 저 역시 그 중의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태움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는 ‘신규간호사는 제대로 혼나고 긴장해야 실수하지 않는다’며 태움을 정당화한다”며 “이 자리를 빌어 그들에게 ‘웃기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태움의 결과로 신규간호사들은 오히려 과하게 긴장하고 공포에 떠는 바람에 더 많은 사고를 일으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간호사의 적응을 방해하고 실수를 유발하는, 나아가 환자의 생명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태움으로 수많은 간호사들이 사직했고, 소중한 생명을 잃기까지 했다”며 “아산병원은 어째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저는 운이 좋게도 살아남았지만 저와 제 동기들과, 제 앞·뒤에 있던 수많은 신규 간호사들이 몸부림치는 동안 아산병원이 무얼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태움을 개인 간의 갈등으로 여길 건가? 의료계에 만연한 태움이라는 이름의 불합리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이제는 아산병원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경재 변호사는 “암담한 현실이다. 10개월 전 괴롭힘에 의해 한 명의 청년이 별이 됐다”며 “무지막지한 콘베이어 벨트에 의해 다른 한 명의 청년이 하늘의 별이 된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 9월 개최된 ‘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국회토론회’ 중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간호사 및 프리셉터 30.2% ▲동료간호사 27.1% ▲간호부서장이 13.3% ▲의사 8.3% 순으로 대부분 병원 관계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며 “괴롭힘의 범주가 업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비업무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 등도 소위 태움 문화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하반기에 대책을 마련하는 등, 외부에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데 정작 간호업계의 당사자들의 행동은 적어도 제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며 “간호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인권침해적 발언 등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관 없이 끌려다니다가 정신상태가 나약해서 자살이나 하고’ 라는 발언을 하는 교수도 있고, 수업시간에 외모 순위를 투표하여 점수에 반영하는 시도가 있었다는 제보도 있다”며 “이런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세계에서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라고 하는 격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아산병원은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으며, 간호사들은 버티거나, 사직으로 그 해결책을 마련할 뿐”이라며 “공동대책위원회는 결국 당사자인 간호사들의 행동과 연대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분노하거,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으로 받은 메시지를 의료연대본부 이민화 조직부장이 대독했다.

한 네티즌은 “서울아산병원과 국가가 책임지고 응답하는 그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더 이상 우리를 나쁜 간호사로 변하게 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 병원에서 일할 예비신규간호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병원 취업을 두고 설레는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크다. 프리셉터, 사수에게 까만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 환자/동료 의료진으로부터 겪게 되는 성희롱과 폭력 때문일 것”이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책임이고, 변화해야 한다. 미래의 후배들이 박 터지게 공부하고 병원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간호학과 졸업반인 동생을 둔 모 네티즌은 “동생에게 취업해서 너무 힘들다면 꼭 사직하라고,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모두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탓이 아니었다고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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