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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간호사에 병원 배상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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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간호사에 병원 배상 책임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2.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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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故박선욱 간호사 사건에 유족 손 들어줘

지난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故박선욱 간호사의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병원 측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박선욱 간호사의 유가족이 서울아산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9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지난 2018년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아산병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 지난 2018년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아산병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故박선욱 간호사는 목숨을 끊기 전 신규 간호사로 단 11주간의 프리셉터 교육기간 이후, 완전히 숙련되지 않은 채로 중환자실에 배정돼 홀로 2~3명의 중환자를 혼자 맡아 근무해야 했다. 환자를 돌보는 업무 외에도 추가적인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등 신규 간호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막중한 업무량과 부담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경우 중환자실 같은 특수파트에 주로 경력간호사를 채용하고 불가피하게 신규간호사를 채용해야 할 경우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트레이닝을 시행하고 있으며, 간호사 1명이 맡는 중환자 수도 1명으로 제한되는 점과 비교할 때, 故박선욱 간호사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판결문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 중 일부는 “중증도가 낮은 중환자라 하더라도, 교육기간 10주 만에 신입간호사가 중환자 3명을 담당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환자실의 경우 환자 상태가 급변하고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는 곳이라 숙련된 간호사도 3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것이 힘들고 여유가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병원이 故박선욱 간호사에 대해 미흡한 교육과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 병원으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서울아산병원)는 망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그 업무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아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우울증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며 “결국 피고는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망인 및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번 판결은 지난해 3월 근로복지공단이 故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것에 이어,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의해 발생한 사건임을 공고히 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공동대책위원회는 “다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故박선욱 간호사가 많은 시간을 업무에 매달렸고, 카카오톡 메시지, 전산시스템 접속 자료 등으로 계산한, 6개월간 약 331시간의 연장근무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이기 때문에 해당 시간이 연장근로로 인정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고인이 과중한 업무가 힘들거나 업무에 문제가 있다면 상급자 등에게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여 이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병원 측 손해배상의 책임이 제한됐는데, 경직된 병원 시스템 안에서 신규간호사가 상급자에게 문제제기가 어렵다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변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아산병원은 故박선욱 간호사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산재인정과 민사소송승소로 故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이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것임이 공고해진 만큼, 서울아산병원은 더 늦지 않게 고인과 유가족, 수많은 간호사와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치책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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