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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실망 기대 그리도 절망의 구렁텅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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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실망 기대 그리도 절망의 구렁텅이로
  • 의약뉴스
  • 승인 2009.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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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위로편지였었는데 몇 일후 그녀로부터 편지가 왔다.

충격적이었다.

나의 편지를 받고 너무 반갑고 기뻐서 울었다느니, 보내준 선물 고맙다느니, 자기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느니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잘 지냈느냐는 안부 등 꽤나 정성을 기울여 쓴 구절구절 애달픈 내용이었다.

그녀의 감정을 이렇게 다 노출시켜 쓴 편지는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그녀가 진실한 자기의 감정을 다 노출시키는 것을 보니 내 마음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그동안의 나의 소심함을 자책하며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즉시 답장을 보냈다.

순이씨!

우리는 언제나 어렵게 오랜만에 만나서는 쉽게 헤어지고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나서는 허무하게 헤어지고 그리고 기적과 같이 꿈결같이 만나서도 우리는 기약 없이 헤어졌어요.

헤어짐이 거듭 할수록 다시 만남을 예고하였고 이제는 이별과 재회의 반복과 함께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고통과 괴로움도 이루 형언 할 수 없었습니다. 운명의 힘이 무어라 말하고 있어요.

더 이상 헤어지지 말라고 모든 경계를 풀고 미래를 함께 하라고 말입니다.
그대와 슬픔도 행복도 같이 죽음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는 확신에 차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한 것이었다.

나의 처지는 앞뒤 살필 겨를도 없었다.
무조건 밀어 부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던져서 그녀를 구해야 한다.
융배형의 영혼도 그녀의 어머니도 기뻐하리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일주일 후 다시 그녀로부터 답장 편지가 왔다.

설레임과 예고된 감격을 상상하며 편지를 받자 내 머릿속에는 그녀가 벌써 내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몇 일후면 우리는 곧 만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쳐 읽어 나갔다.

본씨 편지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동안 본씨와 나눈 편지속에서 저도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본씨를 좋아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본씨가 그동안 저에게 기울여 주신 열정과 정성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어머니께서도 본씨를 얼마나 사랑하시고 아끼시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씨, 어려운 말씀이지만 저는 여태까지 본씨를 나의 글벗, 친구 이상의 이성으로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마음속의 영원한 우정, 그리움으로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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