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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 거부, 판결 엇갈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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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 거부, 판결 엇갈린 이유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2.2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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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 선고
현지조사 연기, 객관적ㆍ주관적 요건 갖췄는지 판단
▲ 의료인이 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를 거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건에 있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 의료인이 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를 거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건에 있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의료인이 건강상 이유로 현지조사를 거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건에 있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선 현지조사 연기에 있어 객관적, 주관적 요건을 모두 갖췄는지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A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B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의2 [별표 2]를 근거로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경 3차례의 현지조사를 받았는네, 먼저 8월 28일 복지부 현지조사팀이 방문해 조사명령서 및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를 제출하고 현지조사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A씨는 현지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현지조사팀에게 사무장ㆍ간호사ㆍ사무직원이 없고, 2급 장애(혈액투석)로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자료제출 등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못했다.

현지조사 거부 시 업무정지 및 형사 고발된다는 설명을 들었으나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자필로 작성해 현지조사팀에 제출했다.

그러자 현지조사팀은 조사 거부를 재고할 것을 권유하면서 다시 방문할 것을 고지하고 그날 오후에 재차 방문했으나, A씨는 여전히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 현지조사팀은 A씨에게 다음 날 오전에 다시 방문해 현지조사 여부를 최종확인할 예정임을 알렸고, 다음날인 29일 B의원에 세 번째 방문, 조사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소속공무원으로부터 현지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았고, 현지조사 명령거부 시 관계 법령에 의거 1년의 업무정지처분 및 형사고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현지조사 수행 권고도 여러 차례 들었다. 1일의 기한을 부여받았고 현지조사 거부 시 관계 법령에 의거 형사고발 및 행정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며 그럼에도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확인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한 것.

이에 A씨는 당시 부득이한 사정으로 현지조사에 협조하지 못했을 뿐 현지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설령 현지조사 거부행위로 평가되더라도 그 경위와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 등에 비춰 1년의 업무정지처분은 재량권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현지조사팀에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거나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확인서에 서명ㆍ날인한 사실이 있고, 달리 현지조사에 협조할 수 있는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의사를 표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현지조사에 대한 협조 불가 내지 자료제출 거부의 의사표시는 확정적인 거부의 의사표시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현지조사의 연기 요청은 현지조사에 대한 거부 내지 방해ㆍ기피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복지부의 현지조사에 연기할 수 있는 사유를 정했는데 ‘천재지변, 화재, 기타 재해, 파업 등으로 실질적으로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 요양기관 대표자의 질병ㆍ장기출장 등으로 대리인으로 현지조사가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 등이다”며 “A씨의 건강상태나 직원의 부재와 같은 사정은 지침에서 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현지조사가 곤란해 연기돼야할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복지부 현지조사팀은 2017년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현지조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A씨는 이를 계속 거부했다”며 “A씨에게 신장질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17년 8월 28일 오루 5시 C내과의원에서 혈액투석치료를 받은 바 있으므로, 2017년 8월 29일 11시 30분경 현지조사를 다시 거부한 것은 신장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현지조사 연기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없다”며 “현지조사 거부 시 관계 법령에 의해 형사고발 및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며 그럼에도 현지조사를 거부한다는 자필로 서명한 사실확인서만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A씨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현지조사를 받지 못했음에도 법원의 구제를 받은 케이스가 있다.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현지조사 연기 요청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의사 C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C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같은 건물 아래층에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을 개설ㆍ운영하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2017년 2월 16∼17일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원들은 2월 16일 오전 10시 30분경 이 사건 한의원을 방문했다. C씨는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원들은 직원에게 C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조사원들은 현지조사를 위해 방문했고,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설명하겠다. 조사대상 기간은 2015년 1월∼2016년 2월, 2016년 10월∼2016년 12월까지로 약제비 청구가 조금 과다한 것으로 보여 확인이 필요하다. 조사명령서를 A원장에게 직접 전달한 후에야 현지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조사를 거부하면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고,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C씨는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한의원에 나갈 수 없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원들의 성명ㆍ소속ㆍ전화번호 등을 남겨주고 현지조사의 대상기간ㆍ조사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명령서를 메시지로 보내거나 직원에게 전달해 달라. 약제비를 일부 착오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원들은 C씨가 한의원으로 직접 나오지 않자 현지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월 16일 오후 5시경 C씨에게 “현지조사 연기는 천재지변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 때 해당한다. 조사 거부ㆍ방해ㆍ기피에 대한 처분으로 1년 이내의 업무정지 처분 및 형사고발로 인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내일(2월 17일) 다시 방문하겠으니 조사에 응해줄 것을 권고드린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17일 오전 9시경 조사원에게 ‘내일 오시면 어떨지요. 제가 일어날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조사는 성실히 받겠습니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조사원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 ‘오늘은 현지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사원은 17일 오전 11시경 C씨에게 ‘복지부에 보고했고, 조사를 못 받는다는 의견을 조사거부로 보아 종료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C씨는 20일 오전 11시경 조사원에게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씀드렸다. 이틀 전부터 정상 출근하고 있다. 언제든지 와서 조사하면 된다. 항상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건강상 이유로 일어나지 못한 점이 너무 죄송하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재차 보냈다.

그러나 복지부는 17일 C씨가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해 현지조사를 중단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 1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그리고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이후 C씨는 현지조사팀의 형사고발로 인해 2018년 10월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의료급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후 검찰 조사도 받았다.

검찰은 C씨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조사에 임할 수 없었다는 증거자료로 경추디스크ㆍ수면장애ㆍ안면마비ㆍ우울장애 등 진료확인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조사를 거부ㆍ기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C씨는 복지부의 영업정지처분에 대해 “현지조사원들이 일방적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C씨는 검찰 조사에서 제출한 진료기록 이외에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안면마비ㆍ엉덩이의 근육 및 힘줄의 손상ㆍ요통 등의 병명으로 158일의 통원진료를 받은 기록이 남아있는 진료내역도 법원에 추가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C씨의 손을 들어줬는데 “현지조사 대상기간, 조사목적 등을 문의하면서 일부 부당청구를 인정했고, 18일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20일 이후에는 언제든지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조사원들과 대면해 진행하는 절차는 따르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C씨가 현지조사 당시 직접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건강 상태였을 개연성이 있는데, 현지조사원들은 조사 연기 사유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할 것만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료의 증거인멸, 위ㆍ변조에 대비해 조사자료를 우선 청구한 후 조사의 연기가 가능함에도, 조사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원장에 대한 조사의 연기가 가능한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현지조사를 거부ㆍ회피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복지부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됐지만 복지부의 패소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현지조사 연기에 대해 객관적ㆍ주관적 요건을 모두 갖췄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선임전문연구위원)는 “현지조사의 연기가 가능한지에 대해 먼저 객관적인 요건으로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고 있고, 다음으로 주관적인 요건으로 ‘대표자의 진정성, 즉 진정 조사에 응할 마음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했다”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 현지조사 연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해당 판결은 요양기관 대표자의 ‘질병’을 행정조사를 연기할 수 있는 사유로 인정했다”며 “이때 행정조사기관으로 하여금 실제 질병이 있었는지 등의 확인의무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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