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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장 단식 투쟁, 과거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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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장 단식 투쟁, 과거 사례 보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0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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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주위 권고 등으로 해제...응급실행도

단식투쟁이란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박탈된 이들이 자신의 인격과 정신력만 가지고 자신의 인권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압제자를 상대로 하는 처절하면서도 가장 숭고한 투쟁방식이다.

지난 2일부터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 수정‘을 골자로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 6가지 요구안을 제시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의료계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최 회장의 단식도 8일째 접어들고 있다. 최 회장의 건강을 우려해 단식을 중단하라는 주위 권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보건의약단체장들의 단식은 어떻게 마무리 됐는지를 살펴봤다.

▲ 최대집 의협회장의 단식장 한 켠에 지지 방문한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

2010년 이후, 보건의약단체장의 단식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당시 대한약사회장이었던 김구 전 회장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저지’ 관련 단식 투쟁이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2011년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단식했다.

70에 가까운 초로의 몸으로 장기간 단식이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단식을 이어오던 김 전 회장은 단식 8일째인 23일 오후 3시 40분 경 건강이 악화돼 중앙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김 전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됨에 따라 당시 약사회 박영근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했고, 역대 회장을 역임한 자문위원단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 받아 진행했지만 약사법 개정안이 계속 추진되자 마무리가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그 다음 단식 투쟁은 당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였던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단식으로, ‘경만호 집행부 사퇴’를 목표로 진행됐다. 노 전 회장은 2011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이촌동 의협 회관에서 단식을 진행했다.

노 전 회장이 단식을 중단한 이유는 몇몇 시도의사회장의 중단 권유에 따른 것으로, 당식 중단 전날인 7월 28일 전라남도의사회 박인태 회장과 울산시의사회 최덕중 회장, 인천시의사회 김남호 회장을 비롯한 인사들이 의협을 방문, 노 전 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회장은 단식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여겨지는데, 2011년 단식을 통해 전의총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했고,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기까지 이르렀다.

의협회장이 된 이후, 노환규 전 회장은 또 한 번의 단식을 진행했다. 2012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지속한 단식으로, ‘수가결정구조 개선 등 7가지’를 요구하면서 의협 회관에서 진행됐다.

▲ 단식 투쟁 당시 김구 전 약사회장(가장 왼쪽)과 노환규 전 의협 회장.

5일간 이어진 노 전 회장의 단식은 ‘제2차 전국의사대표자연석회의’를 통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대정부 투쟁에 관한 모든 것을 위임하기로 결의, 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무리됐다.

그 다음 단식 투쟁은 거의 연이어 일어났는데, 바로 의협 추무진 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전 회장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단식이었다.

추 전 회장의 단식은 2015년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의협 회관 앞에서 진행됐고, 김 전 회장의 단식은 2015년 1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14일간 한의협 회관에서 이뤄졌다.

추 전 회장의 단식투쟁은 1월 26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당시 변영우 의장을 비롯한 여러 의료계 인사들이 단식투쟁을 중단하고 대정부투쟁의 최일선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고 마무리됐다.

이때 임총에서 추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 기요틴 저지 비대위 구성이 의결됐는데, 이에 대해 추 전 회장은 “회장을 중심으로 구성해 총력을 다해달라는 임총 의결이 있었는데 의협 최고의 의결기구이자 회원들의 대의기구인 총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해달라고 한 것은 회원들의 힘을 회장인 내게 실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필건 전 회장의 단식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인 문형표 전 장관의 방문 후, 중단됐다. 문 전 장관은 2월 10일 한의협 회관을 방문해 단식 중인 김 전 회장을 만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원만한 해결책 마련방안을 논의, 단식중단을 당부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14일만에 단식을 멈추고 회무에 복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는 전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 국회 공청회와 협의체 구성 등 실무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7년 9월, 추 전 회장과 김 전 회장은 또 한 번의 단식 투쟁에 나섰다. 2년 전 단식 투쟁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해 벌어졌다면 이번 단식 투쟁은 각자 이유가 달랐다.

추 전 회장의 또 한 번의 단식은 2017년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됐는데, 단식 투쟁의 사유는 ‘한의사의료기기 사용저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추 전 회장의 단식은 9월 16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끝으로 중단됐는데, 임총에서 추 전 회장의 불신임안 부결, 정부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쥔 비대위 구성이 의결되자마자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단식 투쟁에 돌입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당시 개선된 노인외래정액제가 의과 외의 직역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진행된 김 전 회장의 단식 투쟁은 9월 22일 당시 복지부 차관이었던 권덕철 전 차관이 방문, 노인정액제 개선을 약속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와 한의계 내부에선 2년 만에 다시 시작된 두 협회장의 단식 투쟁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의료계에선 추 전 회장의 단식을 ‘명분 없는 단식’이라고, 한의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단식 투쟁을 ‘쇼’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추무진 전 의협회장과 김필건 전 한의협 회장의 단식 투쟁 당시 모습.

의료계 내에선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리보전을 한 회장으로서 비대위에 모든 책임을 넘기고 이제와서 명분 없이 단식을 풀겠다고 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고, 한의계에선 “지금 회원들은 김필건 회장의 단식 투쟁에 대해 관심이 없다. 정치적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무진 전 회장과 김필건 전 회장의 단식 이후로, 의료계 내에선 한동안 단식 투쟁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가 이번 최대집 회장의 ‘문재인 케어 전면 수정’ 단식 투쟁으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최 회장은 지난 2일부터 현재까지 8일째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최 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 투쟁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최 회장의 단식장을 찾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의협이 요구한 국고지원 확대에 대해 민주당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국고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당 지도부와 기재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뒤, 최 회장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기 의원은 “단식이 일주일을 넘겼다고 들었다. 일주일을 넘기면 회복도 늦고 몸이 손상을 입는다”며 “의사이니 더 잘 알지 않느냐”고 당부했다.

같은 날 단식장을 찾은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회장, 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도 최 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김대업 회장은 “단식하는데 환경이 이렇게 열악할 수 없는 환경이다. 바람에 먼지에 기본적인 인프라도 부족하다”며 “최 회장의 뜻은 많은 보건의료단체장들이 동의하지만 몸에 데미지가 남을 거 같다. 어느 정도 뜻이 전달된 선에서 마무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수 회장도 “최 회장이 힘들게 단식하고 있는데, 복지부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며 “나름대로 방안을 모색하고 해답을 찾을 거라고 본다. 얼른 단식을 풀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대집 회장의 단식 중단에 대해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최대집 회장의 평소 성품으로 보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며 “집행부 일원으로서 단식 중단을 하도록 충언해야하지만, 최 회장의 뜻을 꺾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최 회장이 단식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의료 정책, 제도에 대해 회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진정성이 아직 회원들에게 충분하게 전달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짧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집행부도 최 회장의 뜻을 회원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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