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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제한 지방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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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배제한 지방 방송
  • 의약뉴스
  • 승인 2005.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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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텔레비전 방송국이 생길 무렵, 인천 시민들은 자긍심과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인천인 만의 독립된 전파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며 인천 사람을 위한 인천의 방송인 줄 알았던 인천 TV 방송은 건물만 인천에 위치해 있을 뿐 방영 내용은 서울의 기존 방송국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다른 지방을 방문했을 때 KBS나 MBC의 지방 방송국 프로를 시청해 보면 지역 방송의 특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 지방 시청자를 의식한 내용으로 자체 제작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타지방에서 온 손님이 인천 소식을 기대하며 인천 방송에 채널을 맞추었을 때도 이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지방 방송은 중앙 방송에서 맛볼 수 없는 지역의 특성과 향수를 간직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 방송은 지방 방송으로서의 뚜렷한 색깔을 띄우고 있지 않다.
인천 시민들이 지방 방송에 채널을 돌리는 것은 획일적인 뉴스 내용과 서울에서 내노라하는 탤런트들의 모습을 시청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각, 서울이 아닌 인천의 골목골목 안에서, 낯익은 이웃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왜 그런 일들이 벌어져야 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방(지역) 신문과 인천 케이블 방송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며칠 전, 인천 약사회 사무국장으로부터 0일 오후 7시까지 인천 방송국으로 나올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왔다. 의약 분업에 대해 약사, 의사, 국회의원과 YMCA 소비자 연구실장이 출연하는 방송 토론회가 오후 8시부터 있기 때문이란다.
지방 방송을 소유한 인천 시민으로서 자긍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한편 인천 시민 중 어떤 인사가 출연하는지 퍽 궁금했다.

그러나 약사 측, 의사 측과 YMCA의 출연자가 모두 서울 시민이며, 인천에 거주하는 약사는 방송 시작 1시간 전부터 나와 자리나 채워야 한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피가 역류하는 전율을 느껴야 했다.
보사분과 국회의원은 어쩔 수 없다지만 250만 인천 시민을 대표하는 각종 시민 단체, 그리고 각각 천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천의 약사회와 의사회 내에는 토론에 참석할 만한 인재가 없어 굳이 서울에 소재(所在)한 시민 단체와 서울 시민들을 인천으로 불러들여야 했는가?

설령 자리를 채우고 앉아 있다가 토론의 기회를 준다 해도 인천에 소재한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에 정작 인천 시민은 객이 되어 들러리나 선다는 것은 인천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인천 TV 방송은 각종 성금 모금도 서울 시민을 상대로 전개할지 궁금할 뿐이다.

입으로만 애향심과 자존심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우리가 먼저 본을 보여야 타지역 주민들도 인천에 대해 경외(敬畏)심을 갖게 되는 법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며 문화 의식마저 인천을 서울에 종속시키는 데 지역 방송이 앞장선다는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제라도 인천 TV 방송은 지방 방송으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인천 시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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