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29 06:02 (수)
있을 때 잘 해 1.
상태바
있을 때 잘 해 1.
  • 의약뉴스
  • 승인 2006.10.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히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고 재산은 풍요로울 때 지켜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곤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젊음을 믿고 주색잡기(酒色雜技)로 세월을 보내거나 과소비로 국가 경제를 좀먹기도 한다. 

 내가 아는 분은 날만 궂으면 ‘어이구’ 소리를 내뱉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곤 한다. 젊어서 권투 선수 생활을 한 탓으로 골병이 들었다는 것이다. 끼니를 거르고 체중을 감량하면서 얻어맞은 그가 얼마나 돈을 벌었으며 노후 대책을 위해 투자를 해 두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요즈음, 과소비와 거품 경제를 우려하는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노세 ~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노래 가락에 박자를 맞추듯 약국 가에도 토. 일요일 연휴제와 늦게 열고 일찍 닫는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했다.

 함께 남동구 분회를 이끌어 가는 Y 부회장과 십오륙 년 전의 약국 풍속도를 가끔 회상하곤 한다. 별빛이 미처 꼬리를 감추지 못한 새벽에 문을 열고 자정 통행금지 무렵이 다되어 약국 문을 닫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X세대 회원들은, 적당히 벌고 후회 없이 즐길 줄도 아는 자신의 세대에 비춰 볼 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그 당시 약사회는 약사 자신의 건강을 위해 ‘휴일엔 꼭 쉬고 평소에도 일찍 문을 닫으라.’는 당부를 했다. 그러나 지금, 보건소와 주민들은 ‘제발 당번제로 약국을 열어 달라’고 한결같이 아우성이며 ‘슈퍼에서의 의약품 판매 고려’ 정책이 심심치 않게 협박용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분회에는 일반 회원들이 3박 4일의 하기휴가를 보낼 때 1주일씩 장기 휴가를 즐기던 반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호응할 수 없다며 다른 반으로 이적한 원로 회원이 생길 정도로 X세대 분위기의 반이었다. 하지만 난매약국이 생긴 후부터는 휴가 기간이 짧아지고 휴가 자체를 반납하겠다는 회원도 속출했다.  

 ‘2약국 중 1약국 당번제’와 ‘24시간 약국 개방’ 등 여론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니 우리도 ‘신선 노름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약사 천국의 망상에서 깨어날 때가 된 듯싶다. 머지않아 닥쳐올 해외 자본 시장, 의약 분업과 O. T. C 개방은 생각만 해도 섬뜩해진다.

 ‘있을 때 잘해!’ 란 말은 고인의 영전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유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재물 역시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때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 훗날 어리석은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