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6:02 (금)
의사파업에 민감한 여론, SNS로 홍역 치른 醫ㆍ政
상태바
의사파업에 민감한 여론, SNS로 홍역 치른 醫ㆍ政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9.03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홍보물에 ‘반발’ 여론 확산...문 대통령 페이스북 글, 논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정책에 반발,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의사파업을 둘러싼 여론이 점차 민감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도, 의료계도 SNS상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 제목의 카드뉴스 형태 게시물.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 제목의 카드뉴스 형태 게시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 제목의 카드뉴스 형태 게시물을 올렸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협이 반대하고 있는 속칭 ‘4대악 의료정책’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비대면진료에 대해 문제를 내고 2가지 보기를 제시했다.

게시물의 첫 내용은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이었고, 선택지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로 제시됐다.

다른 문항에선 ‘두 학생 중 각각 다른 진단을 여러분께 내렸다면 다음 중 누구의 의견을 따르시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과 ‘시민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 등 두 가지 보기를 선택지로 제시했다.

첩약급여화 관련 문항도 있었는데, ‘폐암 말기로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생명이 위독한 A씨, 생리통 한약을 지어먹으려는 B씨, 둘 중 건강보험 적용은 누구에게 되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면역항암제가 필요한 폐암 말기환자 A씨’와 ‘Ⓑ한약이 필요한 B씨'를 선택지로 내놓았다.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만든 홍보물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여론은 의사의 자질을 단순히 성적으로 평가하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반응과 공공의대 법안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특히 네티즌들은 의료정책연구소의 홍보물에 대해 크게 비판했는데, 한 네티즌은 “이게 의사들을 비꼬는 사람들이 만든 게 아니고 의사들 스스로가 만들어서 뿌리고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들도 “어리석고 수준 이하이며, 공감력 떨어지는 의사들이 너무 많다. 이런 걸 의협 이름을 걸고 만들 생각을 했다”, “전교 1등이 삶의 최고 자산이라는 건 너무 안쓰럽다. 차라리 그걸 해냈던 근성과 끈기 정도의 워딩을 쓸 만큼은 머리가 좋아야 하지 않겠나”, “전국수석 해도 물리학자에게 메스를 쥐어주지 않듯이, 진학하고서 뭘 배우고 어떻게 수련했는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 언제까지 전교 1등이냐” 등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의료정책연구소는 게시물이 논란을 빚자 ‘불쾌감을 드린 것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면서 해당 게시글을 수정했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사과글.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사과글.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문제에 대해 쉽게 풀어 쓰고자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린 것에 사과드린다”며 “논란이 된 해당 게시물은 수정했다”고 밝혔다.

SNS로 홍역을 치른 건 의료계만이 아니다. K-방역의 주역인 ‘의료진’을 의사와 간호사로 편가르기 하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로 인해 정치권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면서 간호사들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라며 “여기에 더해 진료 공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면서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용기 잃지 말고 조금만 힘을 내어달라”면서 “가수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며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간호사분들 곁에는 항상 우리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또 그는 “정부는 간호사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겠다. 간호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처우개선 등 정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공공병원의 간호 인력을 증원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신속히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글은 큰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어제 페이스북에서 밝힌 상황인식에 거듭 우려를 표명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지난번에도 위기일수록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고 했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국민통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쪽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대통령에게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 건지, 아니면 모든 영역과 사안에 있어 대결과 대립의 지속을 원하는 건가”며 “어제 대통령의 페북은 국가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상처 주는 말씀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병원은 간호사들만 있으면 문을 닫아야 된다”며 “코로나 비상시기에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 사이를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는 글을 게시했다. 아무리 의사파업 중이라 해도 대통령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민주당이 약속한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지시해 의사들을 즉각 병원에 복귀시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망정 고생하는 간호사들 부추겨 의사와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으니 대통령이기를 포기하신 건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좌표를 찍었다.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 명하신 건가”라고 물은 뒤,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 다음엔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네티즌들도 비판여론 일색이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글 보면 의사파업 끝나게 생겼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문 대통령 페이스북 보면 의사보고는 그냥 의사라고 적고 간호사보고는 간호사분 이렇게 존칭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정말 유치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모 네티즌도 “‘통합’이라는 단어는 이제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어가 된 듯하다. 어제 간호사와 의사를 이간질하는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