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여를 끌어온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손실보상금 미지급 처분 및 과징금 처분 소송에 대해 고등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2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등 청구의 소’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7년 5월 복지부를 상대로 메르스 사태 관련 행정처분와 손실 보상금 미지급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발생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현장 출동한 역학조사관의 업무지시인 자료 제출 요구를 불이행했다면서,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후 복지부는 환자들의 불편을 감안해 업무정지 15일에 해당하는 과징금 806만원으로 갈음 조치했다.
또한 복지부는 또한 메르스 손실보상위원회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의 607억원 손실 보상금 지급을 불허했다.
당초 삼성서울병원이 요청한 메르스 손실 보상금은 1180억원이었지만 복지부가 추계한 손실액은 이보다 적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제기된 소송은 지난 2018년 11월 1심 판결이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해 “역학조사관들이 2015년 5월 31일경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중 밀접 접촉자인 1, 2 그룹을 제외한 3, 4, 5그룹의 비 밀접접촉자의 연락처를 포함한 명단 제출 명령에 불응하고, 6월 2일 경에야 지연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의료법상 복지부 장관의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과징금 부과처분의 처분 사유는 복지부 장관의 의료법상 명령 위반인데 행정절차법 규정에 의하면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 요청이나 요구사항, 당시 신속히 처리한 필요가 있는 처분”이라며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적절히 밝혀 상대방에게 처분 행정청과 처분의 근거가 의료법에 의한 복지부의 명령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역학조사관들이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명단 제출 요구의 주체를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 “질병관리본부장에 의해 역학조사 수행에 관한 협조 요청 공문이 있지만 이것도 명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이므로 복지부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복지부의 명령이 부존재하기 때문에, 위반도 존재할 수 없어서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에 대해서도 복지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실보상금 거부 처분은 의료법상 복지부장관의 명령에 위반했다는 것과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의 대한 부당한 거부나 방해 등의 존부와 이와 같은 위반 행위가 손실의 발생 및 확대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중대한 원인으로 인정돼야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가 가능하다”며 “복지부 장관의 명령을 위반했다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 시 금지행위가 있는지 여부는 삼성서울병원 측은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을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줬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접촉자 명단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며 “감염관리실 직원으로 하여금 바로 명단 작성을 하게 했으며 역학조사관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항목을 포함한 명단 요구에 대해 신속히 응했다”고 판단했다.
또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작성에 감염 확산 예방 활동에 실질적으로 여러 정보를 갖춘 마스터 명단과 연락처가 담긴 명단이 별개로 작성됐고 이 명단 제출요구가 복지부 사무관 측과 역학조사관 측으로 나뉘어 있던 데다 요구한 명단의 유형과 범위도 달랐다”며 “명단 제출 창구의 단일화에 대한 의사소통도 원만하지 않아서 실제 명단 제공 과정에서 어느 명단을 제출해야 할지 오해도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실제 삼성서울병원 측이 명단 제출을 거부나 지연할 동기를 찾을 수도 없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삼성서울병원 측이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구에 대해 거부나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감염병예방법 상 역학조사 시 금지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단 지연 제출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치유 등으로 입은 손해나 손실의 발생이나 확대에 직접적인 관련성이나 중대한 원인이 됐었다고 볼 수 없다”며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한 과징금 부과 처분과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복지부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항소심에서 복지부는 “역학조사관들이 복지부의 지시ㆍ명령에 따라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 관련 명단을 요구한 것이므로,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구는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따른 복지부의 명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은 복지부의 지시ㆍ명령에 따라 역학조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역학조사관들이 복지부 권한범위에 속하는 어떠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인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관들이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어떠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적법하게 위임받았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며 “역학조사관들이 복지부의 지시ㆍ명령에 따라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 관련 명단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복지부가 의료법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에 어떠한 명령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역학조사관 A씨는 지난 2015년 6월 1일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 파트장인 B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환자명단에 추가 항목의 기입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A씨가 추가로 기입을 요청한 항목 중에는 환자들의 연락처인 ‘주소와 전화번호’ 이외에 메르스 발생징후에 관한 ‘최초증상발생일,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여부’도 포함돼 있던 점에 비춰보면 역학조사관들이 2015년 6월 2일 이전 환자들의 연락처만을 우선 요구했다는 취지의 감사원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은 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된 직후 병원 측으로부터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았는데,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는 로그인하면 환자등록번호를 통해 특정 환자의 연락처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역학조사관 A씨는 2015년 5월 31일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 파트장인 B씨로부터 1~5그룹에 속하는 환자들의 등록번호가 전부 기재된 명단을 제공받았다”며 “역학조사관들은 필요하다면 삼성서울병원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해 이 사건 명단(3, 4, 5그룹)에 기재된 환자들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3, 4, 5그룹 환자들의 연락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명단을 역학조사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병원이 역학조사를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