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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1만 7000원 때문에 응급환자 접수 거부한 병원직원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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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1만 7000원 때문에 응급환자 접수 거부한 병원직원 ‘집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2.12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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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과실 있지만 양형 부당 인정
▲ 진료비 미납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접수를 거부해 환자를 숨지게 한 병원 직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 진료비 미납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접수를 거부해 환자를 숨지게 한 병원 직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진료비 1만 7000원을 미납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접수를 거부해 환자를 숨지게 한 병원 직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병원 직원 A씨에 대해 금고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8월경, A씨가 근무하는 B병원 응급실에 갑작스러운 복통과 오한을 호소하면 119 구급요원에 의해 후송된 피해자 C씨를 인수하게 됐다.

A씨는 접수과정에서 C씨가 과거 주취 상태에서 링거를 맞다 스스로 바늘을 뽑고 진료비 1만 7000원을 미납하고 귀가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 접수를 취소했다. 미납한 진료비를 완납하고 가족과 연락이 닿아 그들이 동석할 때까지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접수를 거부해 C씨로 하여금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C씨는 A씨는 고통을 호소하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후, 범발성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이후, A씨는 검찰에 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병원 원무과 직원에 업무상 주의의무로서 환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 및 회피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당시 C씨의 상태 등에 비춰 응급환자로 판단할 수 없었으므로, C씨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어 과실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씨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이상 응급환자인지 판단은 의사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접수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진료·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없다”며 “A씨가 환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병원 직원임에도 환자의 진료 접수를 거부해 응급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사망하게 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한 뒤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는 구체적인 치료행위가 개시돼 의료계약이 성립하는 전 단계에서 병원에 방문한 환자로 하여금 의료인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업무는 야간응급실의 특수성, 일반적으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요구되는 신속한 진료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인 이상 의료인이 아닌 A씨로서는 스스로 응급환자라는 판단할 게 아니라, 진료 등을 통해 의료인으로 하여금 응급환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끔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A씨는 C씨가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해 보호자 동석을 요구하는 등 C씨에 대한 접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C씨가 혼자서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러 다니는 등 외관상 응급환자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C씨는 사건 당일 119 구급대를 통해 B병원에 도착했다”며 “C씨는 실제로 통증을 호소해 동거인의 신고로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에 도착했기에 응급환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C씨는 과거 미수금을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는 A씨에게 당시 소지하고 있던 1만원을 우선 납부하겠다면서까지 진료를 계속 요청했다”며 “C씨가 B병원에 방문했을 때 미수금이 남아있긴 하지만 전액을 미납한 것도 아니고, C씨가 B병원에 처음 내원한 후, 이 사건 발생일자에 내원한 것이 2번째여서 상습적으로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진료비를 미납하는 사람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C씨는 A씨의 내원취소 조치로 인해 진료가 지연됐고, 그 결과, 새벽 4시에 도착했음에도 5시간 동안 병원 대기실에 있었고, 구토한 상태로 의식 없는 채 발견될 때까지 의사의 촉진은 물론 활력징후검사 등 아무런 기초적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만약 C씨가 정상적으로 응급실에서 간호사들 케어 하에 진료를 받았다면 진료 도중 구토 등을 일으켰더라도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는 B병원에서 약 6개월 정도 근무한 사회초년생 이었고, C씨의 유족을 위해 1심에서 1500만원을, 2심에서 추가로 관련 민사소송 제1심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원금 및 지연손해금을 각 공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C씨가 당시 앓고 있던 간경변 등 다른 병변이 사망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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