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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라도 시술과정 설명하지 않으면 자기결정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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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라도 시술과정 설명하지 않으면 자기결정권 침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2.07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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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 설명한 병원에 손해배상 인정
▲ 미성년자인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을 설명한 것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 미성년자인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을 설명한 것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성년자인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에게만 시술과정을 설명한 것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까? 법원의 판단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시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병원 측 과실을 인정했다.

지난 2016년 6월경 12세 미성년자였던 A씨는 뇌 MRI 검사 결과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은 후 같은 달 17일 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를 받기로 하고, 이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게 되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채우기 위해 미세한 혈관들이 생겨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두통, 발작,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소아는 성인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신경 장애가 남는다.

병원은 A양의 해부학적인 뇌혈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환아의 보호자인 A양의 어머니에게만 조영술에 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A양은 뇌혈관 조영술이 끝난 후 3시간이 지나면서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이에 C대학병원 의료진은 '아티반'(진정제)을 투여하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다음 CT 촬영을 시행했다.

그러나 A양의 증상은 더 심해졌으며, 뇌 MRI 검사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을 보여 오후 7시경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A양은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재활치료에도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언어기능 저하 등의 후유장해를 진단받았다.

이에 원고 측은 “이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고 온 환자에게 침습적 시술인 조영술을 무리하게 시행했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조영술의 합병증,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처음 병원에 내원할 당시 병의 진행 경과가 상당해 뇌경색은 자연 경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조영술 시행 중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며 “조영술 후 증상이 심해질 때 적절하게 처치를 한 점을 고려해 병원 측의 과실도 없다”고 밝혔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도 “병원 측이 A씨의 어머니에게 조영술을 왜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조영술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 동의서에 서명도 받았다”면서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A씨의 어머니에게 조영술(진단에 관한 설명, 치료하지 않을 경우 예후, 치료 방법의 종류, 시술의 이유ㆍ목적ㆍ필요성, 시술의 방법ㆍ내용, 발생 가능한 합병증ㆍ부작용, 문제 발생 시 조치사항, 시술 후 주의사항, 기타 추가설명)에 관한 내용이 인쇄된 시술 동의서를 제시하면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환아인 A씨에게 시술 과정이나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등의 부작용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시술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환아에게 조영술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뇌경색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 환아에게 시술과정을 설명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진료기록상 직접 설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조영술을 시행한 병원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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