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0-09-29 06:21 (화)
전공의 기피·병원 추궁, 외과의 현실 지적
상태바
전공의 기피·병원 추궁, 외과의 현실 지적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1.02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수민 교수, 의협회지에 기고…합리적 수가 조정 주문

전공의 기피로 해가 갈수록 인력이 줄어들고, 비급여가 거의 없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적자에 대한 추궁까지 받는 등 우리나라 외과의 현실을 지적한 글이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정수민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JKMA)에 ‘외과 수가와 외과의사의 현실’이란 기고를 통해 외과의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합리적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80년대 초반까지 외과의사가 선망의 대상으로 경쟁률이 매우 높은 시절이 있었지만 1990년대 Dirty, Difficult, Dangerous, 3D 기피현상은 의료계 중 외과가 대표하게 됐다. 외과의사들은 외래진료, 수술, 입원환자 케어 모두를 해야하고, 응급환자 수술 및 진료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인력수급이 되지 않고,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과 위험도가 매우 높은 과로 의사의 부담감이 매우 크다.

정수민 교수는 “1990년대 의료계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는 대자본을 갖춘 기업에서 직영하는 초대형병원이 등장하고, 기존의 각 대학병원과 함께 종합병원들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병원에 경영개념을 도입해 각 병원의 특성화에 노력하기 시작했고, 전문성 면에서 병원 간 격차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5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전체수술 172만 1000건 중 의원이 62만 7000건(36.4%), 병원 37만 1000건(21.6%), 종합병원 36만 9000건(21.4%), 상급종합병원 35만 4000건(20.6%)로 나타났으며, 2010년 대비해 상급종합병원은 3.2%, 병원 11.1%씩 증가한 반면, 종합병원 2.4%, 의원은 0.9%씩 감소했다.

정 교수는 “외과는 수술기법, 장비의 발달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과로 발 빠르게 장비를 구비하고, 수술기법을 익혀야 하며, 수술 후 케어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환경은 상급종합병원이라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환자 또한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여러 어려운 상황이 맞물려 중소병원 또는 지방병원의 외과의사들은 환자가 없어 수술실적에 대한 압박이 큰 경우가 많다”며 “이면을 살펴보면 암환자 등 진단을 위한 검사도 많고 수술 후에도 수년간 정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 환자들 수는 줄어들고, 서울이나 대형병원까지 가기 어려운 고령이나 위급한 환자 등 전체 수술 중 응급수술 비중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환자들은 수술 난이도가 어렵고, 의료사고의 위험도 크게 내재하고 있다”며 “응급수술 후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을 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도 장기간에 걸친 정기검사 등 추적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환자와 의사 모두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갖춰진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는 교수 자리는 외과 지원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배출되는 전문의 수에 비해 부족하다”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로 하는 외과의사가 뜻을 펼칠 수 있는 병원은 매우 제한적이며, 그 마저도 의료의 양극화로 인해 갈수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정 교수는 원가 보전이 되지 않는 등의 ‘외과 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2017년 보고된 연세대 산학협력단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연구:2차 연구’에 따르면 현 수가 원가 보전율은 진찰료 50.5%, 입원료 46.4%, 주사료 69.9%, 마취료 72.7%, 처치 및 수술료 77.6% 등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항목 또는 부대시설로 적자를 메우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수술은 하면 할수록 적자고, 검사는 하면 할수록 흑자가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7월부터 수술 수가를 일부 인상했으며, 2020년까지 전체 수술의 원가 보상률을 9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는 “진단검사와 영상의학의 상대가치를 낮춰 다른 분야 수가 인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인데, 개원가에서 주로 하는 충수돌기 수술과 치질 수술의 수가는 도리어 인하했다”며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점수를 재조정하다 보니 난이도가 낮다고 판단한 수술 수가는 더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외과의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는데, 수 시간 동안 최소 의사 2인 이상 간호인력 2인 이상이 밤을 새워가며 수술해도 수술비는 장비를 이용한 검사비용보다 싸다”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과의사들로 하여금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상황”고 전했다.

외과 수술비는 대부분 급여항목으로, 비급여 항목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 시스템에서 외과의 문제라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싼 재료를 쓰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환자를 배려한 나름의 신념으로 수익을 포기하게 된다”며 “병원장의 입장이라면 이런 신념하나 지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적자가 날 것이 보이는 충수돌기염 환자든, 탈장환자든 어떤 환자든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외과의사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생각할 겨를 없이 최선의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병원으로부터 적자 등 실적 추궁을 받으면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윤이 남는데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고 부족한 부분을 돌려막아 메꾸라는 것”이라며 “사람의 건강과 생명문제를 두고 흥정하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의료상황은 하루 속히 종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정수민 교수는 “여러 대책들 중 수가문제가 핵심이긴 하지만 외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외과 수가상승이 있더라도 결국 환자수가 어느 정도 돼야 수가 상승의 이미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처럼 양적, 질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의료상황에서 수가 상승만으로 불균형을 탈피할 수 없을 것이고, 외과의 기피현상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의료계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가 전반적인 의료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어떠한 형태가 되든지 현행 의료보험수가의 문제점을 객관적인 평가로 재검토해 난이도, 빈도, 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자원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관련 단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