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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음습한 서빙고역 이별은 초단위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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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음습한 서빙고역 이별은 초단위로 다가왔다
  • 의약뉴스
  • 승인 200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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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의 입영자들이 현역 인솔자들의 구령에 맞춰 앉았다 서다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무리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그녀와 나는 서로 끌어안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이별의 순간이 초 단위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똑같이 속삭이고 있었다.

죽으면 안돼요. 꼭 살아내야 해요.
나는 결심했다.
그녀를 내가 먼저 보내야 했다.

음습한 벌판에서 그녀 혼자 떨며 서서 울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택시를 잡아 그녀를 태웠다.

내 주머니에 있던 비상금을 몽땅 털어 그녀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눈물이 흘러 땀과 함께 섞여 입으로 들어와 찝질한 소금 맛이 씁쓸했다.
은혜씨, 꼭 살아내야 해.

반드시 찾아갈게.
내가 찾을때까지, 참고 견뎌야해!
알았지? 네 알았어요.
사랑해...

저도요, 본씨 자기도 꼭 살아내야 해요.
월남에 가면 안돼요.

알았어요. 절대로 안 갈거야. 걱정마!
은혜씨 안녕!

택시가 출발했다.
그녀는 안보일때까지 택시 뒷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황량한 서빙고 벌판 무정한 철길 따라
하 많은 젊은 청춘 누구나 가야할 길
눈물 젖은 여인 이별이 서러워 손수건 적시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 없어 비릿한 철길만 바라본다.
님 잃은 가슴 아픈 여인

어느 하늘 어느 지붕 밑에 거처할 둥지라도 있는지
마음 떨려 애닮은데...
오늘 하루 해는 서산에 걸리고 철새는 허공을 떠도는데

북풍한설에 내 사랑 여인은
얼어붙은 가슴 웅크리고 배는 곯지 않는지

행복했던 순간들은 덧없이 흘러갔고
지금은 가슴 아픈 추억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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