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단체지만 개원의들에게 폭넓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의원협회가 어느덧 창립 10년을 맞이하게 됐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동안 총 2명의 회장과 함께한 의원협회는 최근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 새 도약을 알렸다.
대한의원협회 제5대 회장으로 선출된 유환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 2대 윤용선 회장이 치밀한 기획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협회의 기틀을 닦았고 3, 4대 송한승 회장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과 안정적인 포용력으로 협회를 반석에 올렸다”며 “부담이 크지만 전임 회장들이 이뤄 놓은 협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한의원협회 회장
대한의원협회는지난 3월 제5대 회장으로 유환욱 연세정형외과의원(서울 동대문구) 원장이 선출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의원협회 선거관리규정에 의하면 투표 참여자의 과반수 이상 찬성 시 당선이 확정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2일 9시부터 3월 5일 17시까지 총 4일간 의원협회 홈페이지(www.kmca.or.kr)를 통해 단독 입후보한 유환욱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참여자의 9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새 회장으로 당선된 유환욱 회장은 “의원협회 초창기때부터 임원을 맡아왔는데, 주로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 실사 등을 담당했다”며 “의원협회 내에서 여러 일을 경험하다, 앞으로 의원협회가 이런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회장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의원협회는 다른 의사단체와 달리 회장이 바뀐다고 집행부가 일괄적으로 교체되는 일은 많지 않다. 바뀌긴 해도 소규모로 바뀌는 등 좋게 말하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정책이나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된다”며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줘서 고맙긴 하지만 점점 의료계 현실이 나빠지고 있어 책임감,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 같아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2년간 의원협회를 이끌게 된 유 회장은 기존 의원협회가 노력해왔던 회원 권익 향상 및 민원 해결에 중점을 두는 한편, 의원급 단체의 법제화에도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회장은 “의원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진료 외에 힘들어하는 세무나 노무, 혹은 법적인 문제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있다”며 “기존 의원협회가 해온 사업을 물려받아 더 확장함과 동시에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연수강좌, 소규모 강좌 등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원래 춘추계 연수강좌를 진행하는데, 지난해엔 가을에 겨우 연수강좌 한 번 하는 것에 그쳤다”며 “앞으로는 회원들이 온라인에서 소규모 강좌나 연수강좌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 회장은 “의원급 단체의 법정단체화가 의원협회 내에선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인데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추진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의ㆍ병협 등 기존 단체의 동의에, 복지부ㆍ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설득하고, 관련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단기간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정기적으로 만나 이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의원급 단체의 법정단체화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이유를 살펴보면 의원급 법정단체가 만들어지면 현재 의협의 규모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병협 때처럼 의원급 단체가 만들어지면 의협은 병원과 의원을 아우르는 상징적인 단체, 이 둘을 조율하는 단체가 되기 때문에 규모나 권력 면에서 지금보다 감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협은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하기 보다는 병협과 의원급 법정단체를 아우르는, 그보다 상위에 있는 상징적인 단체가 돼야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의원급 수가협상을 대개협에서 맡게 됐는데, 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필수 의협회장이 많은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립 10년, 의원협회가 나아갈 방향은?
지난 2011년 6월 올바른 의료제도의 확립을 통해 개원의 권익을 도모하고 국민건강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창설된 대한의원협회는 올해로 창립한 지 만 10년을 맞았다.
현재 회원 수 역시 9400명에 이르러 올해 안에 1만명 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의원협회는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해나갈까? 유환욱 회장은 “현재 의원협회의 회원은 9400명 정도 되는데, 이는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개원의들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라며 “많다고 보면 많을 수 있고, 적다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의원협회는 대한의사협회 정식 산하단체가 아니다. 의협의 정식 산하단체인 대개협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의협에 대해서도 큰 틀에선 의협과 함께 하지만 의협이 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선, 의원협회가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이번 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에 대해 “의료현안에 있어서 합리적,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흔히 의사라 하면 우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의협 회장 개인으로서 정치성향이 있겠지만 의협은 우파 정치단체가 아니다. 회장 개인의 정치적 성향, 개인적 의견이 있더라도 정부와 보건의료정책을 논할 때는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조건 정부의 정책 추진을 두고 반대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현안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정부ㆍ의사ㆍ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각 의료현안에 대해 합리적ㆍ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의협의 수장으로서 좌, 우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인이나 정부와 도움을 주고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돼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에 있어선 의원협회 내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후문이다.
유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원의들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진 않았지만 의원협회만 살펴봐도 확진자가 5번인가 왔다가서 병원 문을 닫은 회원이 있었고, 어떤 회원은 환자로부터 감염돼 코로나19 확진을 받기도 했다”며 “통계를 내지 않아도 회원들이 많이 힘든 상황인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사고에 대해 배상하는 보험사를 의원협회에서 회원들에게 소개해주고 있는데, 예전에는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등으로 옮기겠다고 해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냥 휴업 및 폐업으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내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번 달은 내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진행된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개원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유환욱 회장은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이번 수가협상은 대개협이 맡게 돼서 기대가 많지만, 전반적인 파이가 커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병원급의 몫을 줄여 의원급을 준다던지, 그 반대가 된다면 의미가 없다. 이는 가지고 가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의료기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가는 상황에서 수가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며 “MRI나 초음파도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비급여를 급여화 하면서 급여율을 높이는 것에만 급급하지 말고, 정말 필요한 부분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환욱 회장은 의원협회 회원들에게 “코로나19로 너무 힘든 상황이고, 빨리 백신이 보급돼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른 어떤 것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를 전강하게 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코로나19는 언젠가 끝날 것이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진료에 임했으면 한다”며 “진료나 진료외적인 부분에서 의원협회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성심성의껏 돕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