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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19 04:23 (일)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어도 의사면허 취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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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기간이 지났어도 의사면허 취소 가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23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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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취소처분까지 자격취득결격사유 유지 요건 없어"
▲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으니 면허 취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의사에게 법원은 ‘면허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으니 면허 취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의사에게 법원은 ‘면허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한 의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후 유예 기간이 끝난 뒤에도 의사면허정지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으니 면허 취소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의사에게 ‘면허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제기한 ‘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9월경, 의사가 아닌 B씨에게 고용돼, 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의료법 위반죄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A씨와 B씨는 자신들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서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72회에 걸쳐 15억 5800여만원을, 의료급여 명목으로 536회에 걸쳐 10억 9200여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B씨에 대한 형사사건을 살펴보면,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나머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겐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선 1심의 무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겐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B씨에겐 상고취하로, A씨에겐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돼,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5월 A씨에게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및 제8조 제4호,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 등의 규정에 따라 의사면허취소처분을 내렸다.

A씨는 면허취소 처분에 대해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후,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은 채 집행유예기간이 경과된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될 수 없다”며 “해당 규정에 따라 의료인에게 사후에 의사면허취소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선고ㆍ확정된 징역 2년에 대한 3년의 집행유예기간이 정상적으로 경과된 이후에 이뤄진 면허취소 처분은 정당한 법적 근거나 처분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면허취소처분의 근거가 된 구 의료법 제65조는 의료인의 면허 취소와 재교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중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의사면허 자격취득 결격사유로 ‘의료법 등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죄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선고받았더라도 집행유예기간 중에는 의사면허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의료업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고려, 엄격한 면허 자격취득 결격사유를 규정한다”며 “의료인이 되려는 사람의 직업선택 자유 등을 고려해 자격취득결격의 종기를 집행유예기간 종료일로 어느 정도 완화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의료인이 같은 법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는 의료인이 의료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다른 경우보다 무거운 제재를 가하려는 데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의사면허 자격취득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를 필요적 의사면허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의사면허취소처분 당시까지 자격취득결격사유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가 정하고 있는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는 ‘제8조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기왕에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의사면허취소처분 당시 형 집행 종료 여부나 형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됐는지 여부를 불문한다고 보는 것이 법 문언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해석은 의료법 위반죄 등을 범해 실형 혹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의사면허자격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구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한다”며 “이러한 해석이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 법률에 관한 헌법합치적 해석에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된 경우 면허취소처분을 할 수 없다는 A씨의 주장은 입법목적에 배치된다”며 “특별히 처분시효나 처분의 발동시기를 법정해 놓지 않은 의사면허취소처분의 가능 여부가 그 집행유예기간 경과 여부나 처분의 발동 시기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좌우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의사면허취소 조항을 둔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4년이 지나 면허취소 처분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게 면허취소처분이 발동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만한 정당한 기대권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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