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1, 2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최근 ‘업무상 촉탁 낙태’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직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부녀의 촉탁을 받아 5주된 태아를 낙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13년 9월경 A씨를 기소,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며, 2심 재판부 역시 형법 제270조 제1항을 적용,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됐는데, 대법원은 A씨에게 직접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있었다.
당시 헌재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조항), 제270조 제1항(의사낙태죄 조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전의 형법 조항을 계속 적용한다고 일몰기한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해 선고된 헌법 불합치 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해당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이번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언급했다.
또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의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급해 효력이 상실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업무상촉탁 낙태의 피고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해당 사건은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며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해 직접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은 위법하므로,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