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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에 고용돼 사무장병원 개설 의사, 면허취소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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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에 고용돼 사무장병원 개설 의사, 면허취소 정당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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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의료법 위반 금고형 이상 집행유예 받아도 ‘면허취소’
김준래 변호사, 의료인도 사무장병원의 사무장 될 수 있다 판단...의미있는 판결

치과의사에 고용돼, 사무장병원에서 진료했던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무자격자와 공모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하는 범행을 저질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으면,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

서울행벙법원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취소처분 취소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과거 치과의사 B씨로부터 매년 연봉을 받기로 하고,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A씨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은 실질적으로 B씨가 개설, 운영한 것과 다름없었고, B씨는 C, D씨에게 병원 자금 집행 및 직원관리를 맡겼다.

이들의 위법행위는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고,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게 됐다. 

해당 재판부는 치과의사인 B씨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만 개설할 수 있고, 의원 등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A씨의 의사 명의를 차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해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 및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2019년 확정됐고, 복지부는 2020년 ‘관련 형사사건 판결이 확정돼 A씨에 대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됐다’는 이유로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관련 형사판결에서 의료법위반죄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는데, 의료법위반죄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받았다면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법위반 외에 다른 범죄와의 경합범으로 처벌된 결과,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의료법에 정한 결격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의료법에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를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규정의 문언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원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환자를 진료해 왔고, B씨는 치과의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의원의 개원 및 운영 업무를 보조해 준 것”이라며 “단순한 협력 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의 행위는 의료법상 금지되지 않는 동업 형태로 인정돼야 한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를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사기)의 죄를 범해,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 대상 범죄로 형법 제347조를 명시하고 있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는 ‘개설자격이 없는 자에 의해 의원이 설립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해 지급받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는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에 해당된다”며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이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A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범죄행위는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하면서 집행만 유예하는 것으로, 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에도 당연히 ‘형의 선고’는 있는 것”이라며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라는 문언이 실형의 선고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해석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행정재판에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고, 일반적인 사무장병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을 살펴보면, 치과의사는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관인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의 개설이 가능지만, 이를 넘어서 다른 종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일반적인 사무장병원 개설ㆍ운영자와 동일하다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의료인이라도 일반 사무장병원의 실질적 개설운영자인 사무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며 “의료법 제8조는 의료인 결격사유로 형법 제347조(사기죄)만 규정하고 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죄(사기)는 없지만, 특경법은 형법 제347조(사기죄)의 특별법적 성격을 가지므로, 특경법 위반 또한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더라도 의료법 제8조에 해당돼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시한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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