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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 비대면진료, 제도화 시동 의료계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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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 비대면진료, 제도화 시동 의료계의 대응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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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비대면진료 안전성 검증 및 법적 책임소재 정비 등 지적

그간 의료계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하게 된 ‘비대면 진료’에 대해 제도화의 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180여석의 거대 여당이 제도화하려면 사실상 막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비대면진료, 의료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특집을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원격의료, 원격진료, 비대면진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비대면진료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하려고 시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의료계와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반대로 매번 무산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비대면진료가 드러나면서 의료계와 첨예할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확진자로 인해 병원이 폐쇄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을 지적하는 의료계와 이를 통해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갈등 역시 표면화됐고,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해 180여석을 가진 거대 여당으로 변모하면서, 국회에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면 사실상 막기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비대면진료 추진 경과.
▲ 비대면진료 추진 경과.

9.4 의·정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종식 이후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원급 중심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및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했고, 11월에는 기획재정부에서 비대면진료 활용을 공식화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김진숙 연구원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추진과정에 있어 그동안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다양한 문제점을 그대로 잔존해있음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전화 상담 및 처방’은 원격의료 유형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원격진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원격의료에서 유일하게 환자를 진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시진’마저 차단된 채 청각에만 의존해 진단하고 처방한 것”이라며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던 의학적 안전성은 무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 공고를 보면, 전화 상담 및 처방 실시 여부를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적시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의사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에서 법적 책임소재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되는 문제임에도 정부는 어떤 책임도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화 상담 및 처방을 근거 삼아 경제부처에서 비대면진료를 산업적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여전하다”며 “지난해 5~6월에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는 경제부처 회의에서 주로 논의됐고, 11월에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 방안’은 기획재정부 주도로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앞서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을 선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2024년까지 12개 질환별 AI 정밀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닥터앤서 2.0 사업을 진행하고, 의원급 의료기관 5000개소에 화상진료 장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또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를 2025년까지 확대하고, 사물인터넷·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돌봄 시범사업 추진, 2025년까지 만성질환자 20만 명 대상 자가측정기기도 보급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사업 내용들은 비대면진료를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 아닌 관련 산업 부흥을 위해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는 비대면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 연구원은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마음대로 추진할 수 없는 이유로 ‘의사들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의 역할은 대체가 불가능하며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며 “정부도 의료계가 비대면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들의 타당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산업적 측면에서 추진하려 하면 지금까지 주장했던 반대의 논리를 더 정교화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전에 제기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취해진 후에 진행될 수 있으며, 해당 조치를 취할 때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먼저 의학적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정부에 전화 상담 및 처방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요청, 분석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안전했는지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제도화 이전에 의학적 안전성 평가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해야 하며, 현재까지 검증이 되지 않은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학적·기술적 안전성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없다면,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정비를 주장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때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한 오진 및 의료사고가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의 결함과 해킹과 같은 침해사고, 환자의 잘못으로 인해 의학적 판단을 잘못 내렸다면 이에 대한 책임소재는 정보통신기술 관련자 및 환자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진료의 전면적 허용이 아니라 팬데믹이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등 부득이한 상황에서 제한해 허용하되, 엄격한 제한 요건 규정 및 의료계와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요청해야 하고,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제도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려는 정부와 결사반대하고 있는 의료계가 현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의료계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우려하는 문제점들을 정부가 검증해야 한다”며 “이후, 시스템과 제도의 개선을 조치한 다음,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를 의료계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타당하고 합리적인 비대면진료 도입목적과 제도적 준비를 한 후에 의료공급자와 정책을 설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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