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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4-23 16:32 (금)
법정구속 등 강화된 의료과오 판결, 합리적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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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등 강화된 의료과오 판결, 합리적 해결책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2.0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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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의료정책포럼 개최...중과실에만 처벌ㆍ조정 절차 활용 등 다양한 의견 도출

故신해철 사건 등 언론의 관심을 끈 주요 의료과오들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은 의료과오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이에 따라 최근 법정구속 등 관련 형사사건 1심 판결이 기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형량이 선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의료계에서는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중과실 의료과오일지라도 거의 형사처벌되지 않는다’며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한 또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과오와 관련해 강화된 판결 경향과 관련,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4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사 면허체계와 의료행위’라는 주제로 제50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규 부연구위원은 ‘의료과실 형사처벌의 비교법적 검토’라는 발제를 통해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의료과실의 형사처벌에 대해 비교ㆍ검토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4일 ‘의사 면허체계와 의료행위’라는 주제로 제50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4일 ‘의사 면허체계와 의료행위’라는 주제로 제50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먼저 영국의 경우에는 ‘중과실치사죄’라는 유형이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법상 살인죄는 ▲murder ▲voluntary manslaughter ▲involuntary manslaughter로 나
뉘는데, 이중 involuntary manslaughter(비자발적 살인)는 살인의 의도 없이 중대한 과실 또는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며, 과실치사에 더욱 가까운 개념이다.

‘비자발적 살인’의 한 유형으로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는 범죄는 중과실치사죄로, 중과실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행위자가 사망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주의의무를 부담 ▲행위자가 과실로 보호의무 또는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사망의 원인 ▲사망의 원인인 행위자의 과실(보호의무 또는 주의의무 위반 행위)은 범죄에 이를 정도로 중한 과실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박 부연구원은 “주의의무위반 여부 및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같은 업무분야의 같은 위치ㆍ지위에 있고, 행위자와 같은 능력ㆍ경험ㆍ지식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같이 행동하는 경우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는가’에 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될 수 있는 과실행위로서 중과실치사죄의 죄책을 진다”며 “‘무모함’에 이르는 정도의 과오행위여야 하는가 또는 ‘중과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고려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판례는 ‘행위자의 행위가 중과실 즉, 형사처벌받을 과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형법을 통해 단순 과실치사 행위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업무상과실치사죄 또는 중과실치사죄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사가 중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단순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과실치사죄로 처벌된다.

박 부연구위원은 “과실유무(주의의무위반 여부)는 ‘행위자와 같은 업무분야에서 같은 위치ㆍ지위에 있고, 행위자와 같은 능력ㆍ경험ㆍ지식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같이 행동하는 경우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는가’에 따라 판단한다”고 말했자.

이어 그는 “행위자가 주의의무에 위반해 행동했을지라도 주의의무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해자의 사망이 행위자의 주의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과관계 여부는 ‘행위자의 주의의무위반 행위가 없었더라면 사망이라는 겨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가’라는 조건설에 따라 판단한다”며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행위자가 주의의무에 합치해 행동했더라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사망결과를 행위자에 행위에 귀속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판례에 의하면 행위자가 주의의무에 합치해 행동했더라면 ‘확실성에 근접한 개연성’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경우에만 사망결과를 행위자의 주의의무위반행위에 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 형법은 (단순)과실치사죄 외에 업무상ㆍ중과실치사죄를 별도로 두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의사의 치료활동은 업무상 과실치사죄에서의 업무에 해당하기에 의사가 의료과실로 환자의 사망을 초래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 또는 중과실치사죄의 성립이 문제된다”며 “법원은 의사의 의료과오에 기한 사망초래 행위를 거의 모든 경우에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과실에 기해 환자의 사망이 초래된 경우 영국은 중과실치사죄를 통해 중과실인 경우에만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독일과 우리나라는 단순과실인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독일과 우리나라는 법률상으로는 단순 의료과실인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세 국가에서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면 행위자의 주의의무위반 정도는 거의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형사사건에서는 검사가 모든 범죄성립요건의 충족을 ‘유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입증해야 하고, 형사사건의 경우 민사사건과 달리 의료과오라고 할지라도 입증책임의 전환 또는 완화가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면 의사의 과실에 기한 환자사망 초래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국가에서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는지, 경과실을 요건으로 하는지에 따라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실제 형사처벌되는 사례에서 행위자의 과실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박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든 대부분의 의료과오 사건은 형사사건화 되지 않거나, 형사 입건되더라도 기소돼 재판까지 가는 사건은 많지 않다”며 “이는 대부분 소송외적 합의(중재ㆍ조정 등)로 종결되거나 소송을 하더라도 입증책임 완화가 인정되고 있는 민사소송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과오 사건이 형사사건화 되는 경우는 가해자와 피해자 측 간에 감정적 갈등이 깊어진 경우거나, 피해자가 민사합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형사사건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라며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의료과오를 포함한 의료사고에서 소송외적 분쟁해결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해 소송외적 방법으로 분쟁을 종결시키는 것을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고, 의사의 경우 자신의 책임을 넘어서는 과도한 경제적ㆍ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제도가 민ㆍ형사 통합적인 조정제도로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의범죄가 아닌 한 기소유예 할 만한 의료과실 사건인 경우, 필요적으로 동법상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기타 의료과실 사건의 경우 임의적 전치주의로 하되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조정에 의해 조정이 성립되고, 가해자가 조정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아닌 한,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의료과오와 관련된 처벌과 개선을 위한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대표 변호사는 “우리나라 의료인의 형사범죄에 대한 의료법상 면허규제가 2000년 이전과 달리 형사상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면허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채로, 약 2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며 “현재 일부 의료인들은 의료사고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해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면허에 지장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등 윤리적 기준이 허물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료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한 처벌이 이뤄진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의료법이 의료인의 윤리적, 법적 가이드란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따른 사법적 부메랑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료인의 경과실이라는 것은 업무상의 과실이라는 점에서 형사상 중과실과 취급이 다르지 않으므로, 중과실에 한해서만 처벌하자는 주장은 실익이 낮아보인다”며 “일정한 전문가 집단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업무상치사상죄의 경우, 경과실이더라도 중과실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한 것을 예정한 것이고, 이는 다른 전문직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료분쟁조정원 절차를 통해 형사상 면책을 확대하는 것은 현재 실무상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전부 아니더라도 법률상 가능하다”며 “다만 인신상의 사상의 결과에 대해 모든 경우를 형사책임에서 면제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anziger, Danziger & Muro, LLP 이유경 변호사는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제도가 적극적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감한다”며 “특히 일반과실의 경우 형사소송의 과정에서 양측이 모두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현재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중상해 발생을 기준으로 반의사불벌죄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중상해의 결과에는 의료인의 과실행위 외에 피해자의 병력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특례 적용 여부의 기준을 삼기는 어렵다고, 과실의 중대성 여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소유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의 경우, 필요적 전치주의를 도입하고 기타 과실의 경우에는 중과실을 포함, 임의적 전치주의로 하되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고의에 의한 사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과실 사건은 피해회복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정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피해의 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과실을 범한 의료인이 처벌에 대한 불안감 없이 보다 자발적으로 조정에 참여할 동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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