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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기본권ㆍ근로3권 등 위헌요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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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기본권ㆍ근로3권 등 위헌요소 많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5.0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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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변호사, 합법적인 의료계 통제 수단으로 악용 가능성 지적
▲ 김진환 변호사.
▲ 김진환 변호사.

지난해 8월 전국의사총파업 당시 정부가 수도권 소재의 전공의ㆍ전임의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업무개시명령이 과연 법적으로 어떤 문제도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의료계 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업무개시명령이 법률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도 상위법인 헌법을 위배하는 내용을 담은 이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업무개시명령의 위헌가능성에 대한 소고’라는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데, 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 제2항은 의료인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이 집단 휴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하면 업무개시명령을 하도록 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김진환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형사처벌로는 3년 이사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업무 정지와 면허취소까지 받을 수 있다”며 “단지 일을 하지 않았다고 형사처벌에 자격박탈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의료인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이라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만,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된다면 위헌으로 효력을 잃는다면서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의료법 제59조는 의사에게 환자 진료 업무를 강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사전에 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이 전제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고발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지만, 공무원 중에서도 군인만 형사처벌되는 특수한 범죄유형과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공의ㆍ전임의의 집단휴진에 대응해 발령되는 업무개시명령은 헌법 제33조에 규정하고 있는 근로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3권이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헌법에 규정한 3가지 사회적 기본권을 말하며,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가리킨다. 헌법 제29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사립병원에 고용돼 급여를 받는 전공의ㆍ전임의는 노동조합법이 정의하고 있는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노동자’로 인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며 “전공의ㆍ전임의를 노동자로 인정되더라도 집단휴진이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노조인지 여부, 집단휴진 목적이 ‘근로조건 향상’인지 여부 등의 검토가 있어야 하지만, 근로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공의ㆍ전공의협의회 등의 주도 하에 집단 휴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통상적일텐데, 업무개시명령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휴업과 폐업의 경우에만 발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김 변호사는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명확성의 원칙이란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형벌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때에는 법관의 자의가 허용돼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정당한 사유 없이’는 단순히 의사에 업무개시 불가 사유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는 것인지, 집단은 어느 정도 규모를 말하는 것인지 등 의미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진환 변호사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특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한도를 뛰어넘어 막강한 수단ㆍ방법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공의ㆍ전임의에 대한 고발조치처럼 정부가 마음먹으면 합법적으로 의료인과 의료계를 통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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