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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의료소송 증가, 의사 유죄율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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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의료소송 증가, 의사 유죄율도 높아져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1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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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의료행위 형벌화 토론회...중재원 설립이 판례에 영향 미쳐

의료과실을 다투기 위한 의료소송이 2012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으며, 의사가 유죄를 받는 비율 또한 높아졌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의료사고 중재를 위해 설립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13일 용산전자랜드에서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Ⅱ’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의료관리학과 김기영 교수는 ‘의사 형사처벌 현황’이란 발제를 통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한 판례 동향에 대해 밝혔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13일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Ⅱ’ 토론회를 개최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13일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Ⅱ’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내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한 실증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국내 통계가 없고, 비의료인의 보건의료단속법위반과 혼재돼 수치로 확인할 수 없어, 수작업으로 수집분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기영 교수는 국내 1심 판례 중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 및 치상죄에 대한 형사판례를 수집, 이를 의사ㆍ의료사고의 유형ㆍ개원의/병원ㆍ전문영역ㆍ벌금형/징역형ㆍ무죄율ㆍ항소심서 파기율 등으로 분석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형사상 책임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전체형사사건 중 고소고발사건 비율이 2014년 28.8%, 2015년 28.3%에서 2016년 26.5%로 줄어들다가 2017년 27.7%, 2018년 31%로 증가하고 있다.

▲ 김기영 교수.
▲ 김기영 교수.

김 교수는 “수사단계에서 경찰청 통계나 검찰 단계의 불기소처분, 약식기소는 판결에서 제외된 수치로, 실제로는 매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의료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의원급 비율이 56%로, 병원급 4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문영역별 통계를 보면 정형외과 21.5%, 산부인과 18.3%, 성형외과 16.2% 순이었다.

유죄로 선고되는 판례는 66%로, 무죄로 선고되는 34% 보다 두 배 가량 많았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의사의 유죄율은 2014년후 로는 높아지다가 2016년에 정점을 기록했다. 치과의사도 2016년 이후 증가 추세”라며 “한의사는 2016년 이후 유죄율이 높고, 간호사 등 지시를 받는 의료인의 시행상 책임보다 의사의 지시상 책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과실별 통계를 살펴보면 진료과실에 대한 책임과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는데, 진료과실을 세분화하면 수술상 과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영 교수는 “의사와 환자에 대해 영향을 주고 있고, 이에 따라 보건시스템에도 예측불가한 상황이 제기되고 있다”며 “의료소송의 증가는 의료적으로 불필요한 검사의 확대와 과도한 예방조치, 위험회피를 통한 방어적 의료, 책임회피 및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의 권리와 의사의 치료의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배려의무 사이에 필요한 균형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의료의 경제성을 후퇴시키고 의료소송의 증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법학 및 의료는 하나의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지만 이런 영역들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올바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률가, 경제학자, 정책담당자와 환자 등 모든 참여자들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경향의 원인과 제문제’라는 발제를 통해 의료행위의 특수성에 대해 판사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소송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따라 의사의 과실을 추정하고 대신 책임을 제한해, 일부 손해를 배상해 개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책임제한의 비율을 20~80%로 두고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 김해영 이사.
▲ 김해영 이사.

김 이사는 “일부 판사들이 민사판결에 의사가 40%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서 왜 환자가 60%의 책임을 지는 거냐고 판단, 형사판결에 있어서 의사에게 100% 책임을 지라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의사에게 100% 책임지라고 판결하는 것은 과실을 고의라고 판단하는 것. 의사가 실수하지 않았으면 환자 살 수 있었다는 관념을 들이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이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된 지난 2012년 이후,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재원은 의료분쟁의 조정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중재를 위해서 이런 부분은 아쉽다는 내용의 감정서가 나온다”며 “중재원의 감정서에 ‘아쉽다’ 등의 단어는 과실로 잡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검사가 실형을 구형하고, 판사가 실형을 선고한다. 판사는 실형을 선고받고 싶지 않으면 환자와 합의를 하라고 강제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과거 검사였던 시절에는 의료인 사건에 대한 감정은 의협으로 보냈고, 의협은 정제된 감정을 보내왔다”며 “의협의 감정은 수술의 선택이 문제고 악결과에 대해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정제된 용어로 오지만 중재원은 그렇게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궁내 태아사망사건에서 중재원의 감정에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주의 깊게 측정해야했다는 말들을 썼는데, 이로 인해 업무상 과실 및 태아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버렸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2심에서는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시각 원인이 모두 불명이라면서 형법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무죄가 선고됐다”며 “다만, 판결문에 권고사항 이행하지 않았다는 잘못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아쉽다는 표현을 쓰면 형사상 과실로 잡을 수 있다는 판례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에 대해 의식이 있는 법조인들은 의사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30~40대의, 50대 초반의 판결을 내리는 당사자들은 피해자가 입은 악결과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의료에 대해 100% 책임 인정하고, 법정구속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재원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최근 의협이 감정원을 만들었지만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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