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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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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1.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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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지 않은 정신건강복지법, 현장 목소리 들어야”

개정됐을 당시부터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정신건강복지법이 또 한 번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故임세원 교수 사건과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라 정부가 개정을 추진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선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의견을 줄기차게 제시하고 있는 이는 지난해 9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에 취임한 김동욱 회장이다. 회장에 당선되자마자 현실적이지 못한 개정안을 막느라 동분서주 중인 김 회장을 최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최근 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을 방지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고자 시설기준을 강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내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는 등의 입원실 규정을 변경하고,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 설치를 강제하도록 소급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상 간의 간격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감염병 전파를 예방할 수 없는데다 안전시설 설치도 특별한 대책 없이 강제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

김동욱 회장은 “병원 특성상 정신건강의학과는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요양원이 아니라 단체치료 등이 있기 때문에 예외로 했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개정을 진행했다”며 “환자 진료에 대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 진행했다면서 좀 더 설득하고 논의하는 절차가 있었다면 찬성했을지 몰라도, 이번 개정안은 현실을 전혀 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언제까지 일괄적으로 모든 정신의료기관이 개정안에 맞게 시설을 갖추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병원 내 인테리어를 하려면 외부 인력이 들어와야 하는데, 코로나19 시기에 병원 내 외부인 출입이 늘어나는 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그 기간 동안 환자들을 보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수많은 환자는 길거리로, 고용됐던 의료인력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환자가 늘어나면 제2의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故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정신의료기관의 의료진 안전을 위한 시설 구축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이를 의무화하고, 의무를 따르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진료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타 과에도 환자들이 불만을 품고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정신과만 입원실이 없는 의원들도 이걸 다 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하는 거고, 위험을 감수하겠다면 안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개정안으로 이를 강제화해놓았는데, 하라고 했으면서 정부의 지원도 일절없다. 비용 지원도 없으면서 강제화하라는 건 문제”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차라리 원하는 병원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고 진료를 보지 못하게 하면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고, 이런 환자들에게 어떤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비상문을 만들어서 의사가 도망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치료받지 않은 환자가 가장 위험하니, 이런 환자를 치료 영역 외부로 내보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며 “길거리로 내몬 다음에, 비상문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정신건강의학과에 끼친 영향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진료과가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의 코로나19 관련 이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블루’이다. 코로나 블루에 대해 김동욱 회장은 “개원의를 대상으로 코로나 블루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며 “기존 우울증 환자가 코로나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환자들이 우울, 무기력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작년 6월까지 증상보다 7월 이후의 증상들이 더욱 악화되는 증상을 보여, 앞으로 개원의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타 진료과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적자를 본 경우가 많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적자를 보진 않았다”며 “코로나 블루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최근 5년 사이 개원의 숫자가 굉장히 늘어났기 때문에 전체적인 진료비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늘어난 개원의 수만큼 정신의료서비스가 더욱 개선될 거라 기대하기 때문에 이는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는 의미라 본다”며 “예전 우리나라에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실제 병원을 찾는 경우가 15%밖에 안 됐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 중 정신의료서비스가 OECD 평균의 절반인 4%밖에 안 됐을 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너무 급격하게 늘어난 면이 있지만 각 병원의 성격이나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에 집중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회장 취임 100일, 앞으로 회무는 어떻게?

▲ 김동욱 회장.
▲ 김동욱 회장.

김동욱 회장은 지난해 9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4년간 의사회에서 일을 해오며 수많은 실무 경험을 쌓은 그이기에 의사회 내에서 거는 기대도 남다른 상황.

김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의사회 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고, 특히 임원들의 역할 구분을 하려고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면이 있고, 오히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의 회원들과의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기존 연수교육마저 온라인으로 바뀌는 바람에 아쉽게 됐다”며 “코로나19가 좋아진 뒤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의 근본은 환자의 치료에 있고, 이를 통해 발전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정신질환 환자의 복지와 치료에 대한 정신의료시스템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을 맡은 의사회가 좀 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치매의 경우도 환자의 감정적이거나 정서적인 면, 환자 보호자의 희생과 어려움을 돌보기엔 정신건강의학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치매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우리 과도 동참해 더 많은 역할을 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조현병 친모가 딸을 학대한 사건에서 보듯이 정신질환의 안심서비스 또한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정신의료기관 퇴원 후의 재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이에 대해 대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동욱 회장은 회원들에게 “정부가 지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들면서 입원에 대한 현실적이지 않은 규정을 넣었고, 이번엔 시행규칙을 통해 정신과 의사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며 “의사회는 이번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정신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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