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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거짓말에 병원 폐쇄 “정부 지침 사각지대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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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거짓말에 병원 폐쇄 “정부 지침 사각지대 개선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3.10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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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소재지 환자 거짓말에 백병원 폐쇄...진료권ㆍ병원 보호 지침 사각지대 지적
▲ 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들의 거짓 정보 전달 사례가 늘어나자 의협이 정부 지침과 법규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들의 거짓 정보 전달 사례가 늘어나자 의협이 정부 지침과 법규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가 7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환자들의 ‘거짓말’로 인해 병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서울백병원에 구토, 복부 불편감 등의 소화기 증상으로 진료 및 입원 중이던 78세 환자가 8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병원은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 조치했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환자가 입원 중이던 병동을 비롯해 입원환자 및 동선이 겹치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 중이다. 

확진자는 음압 병실에 격리 입원돼 있다가 다른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했다. 역학조사관이 환자의 모든 동선을 조사 중이며, 현재 서울백병원은 입ㆍ퇴원 금지, 전 직원 이동금지, 병원 입구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해당 환자가 수차례 확인에도 불구하고 대구 거주 사실 숨겼다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측에 따르면 환자는 대구에 머물다 지난달 29일 딸의 집이 있는 서울로 옮겼으며, 3일 모 병원에 예약했지만 대구지역에서 왔다고 진료를 못 받았다. 

따라서 환자와 보호자는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로 방문한 것이다. 서울백병원은 환자 방문 시 뿐만 아니라 입원기간 동안 의료진이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사실을 확인했으나 부인했고, 마포구 딸의 주소지로 입원했다. 

그러나 병실에서 여러 차례 대구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의심했으며, 6일 청진 소견 등 의심되어 X선과 흉부 CT도 촬영했고 3월 7일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다. 

지난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내용을 전달하자, 그제야 의료진에게 실거주지는 대구이며, 딸의 거주지로 옮겨왔다는 사실과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의 부목사 확진 사실을 털어놨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의 거짓 정보 전달의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대구 남구 문성병원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이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으며,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시의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진 판정 이후 신천지 신자로 대구에 갔던 사실이 알려졌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감염 질환은 거짓말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환자분들이 의도할 수도 있고, 또 기억의 오류에 의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며 “실제로 스스로 인지 못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거짓말들을 어떻게 밝혀내는가가 감염 질환의 유행과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엄 교수는 “본인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많은 그런 상황인 것들을 숨기거나 또는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말아야지 유행을 빨리 종식시키는 데 꼭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환자의 ‘제한적 정보 전달’과 ‘거짓말’로 인해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에서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지난 9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특정지역 환자들의 경우 적절하게 치료받기 어렵고 병원감염을 우려해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라며 “두 가지 측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조정관은 “환자 진료와 병원감염 차단이라는 두가지 목적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우선 대한병원협회와 논의해 환자들이 불편없이 진료를 받고 의료기관도 보호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에서는 정부의 지침과 의료법 사이에 사각지대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시스템을 보완하고 지침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최재욱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누려야될 건강권ㆍ진료권과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마련된 정부의 지침 중 의료기관을 보호해야하는 부분이 충돌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 지침과 법 체계 사이에서 시스템 보완이 안 되어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이를 보완해야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해당 환자의 경우, 서울백병원에 가지 전 대구 거주라는 이유 때문에 병원 예약을 할 수 없었고,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였다”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 지침에는 일반 의료기관은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경우 안심병원에 가도록 하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대구 지역 등 발병환자들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정부의 입장에 따라 병원들은 지침을 세우고 관리했고, 이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따른 목적과 취지에는 부합한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입장에선 헌법, 의료법에 보장된 건강권, 진료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이렇게 발생한 사각지대를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의협은 입원 기준이라든지, 진료 우선순위, 감염병 예방에 따른 질본 지침에 우선해,  위급상황이나 생명이 위독한 경우에는 의사들의 판단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 원칙을 지침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번 일은 환자를 비난할 수 없고, 의료기관 역시 지침에 따라 한 것이어서 비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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