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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계기로 하나 된 의료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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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계기로 하나 된 의료계 바란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01.2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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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24절기 중 하나인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인 지난 20일 오전.

서울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관은 아침부터 매우 분주했다.

평소 차들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야하는 협회 앞 주차장은 하얀 천막이 설치됐고 매서운 추위가 섞인 강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의협 수장인 추무진 회장은 정부의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을 국민건강·안전 외면정책이라고 규정하고 국민건강보호와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해 의학적 양심에 따라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단식투쟁이란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박탈된 이들이 자신의 인격과 정신력만 가지고 자신의 인권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압제자를 상대로 하는 처절하면서도 가장 숭고한 투쟁방식이다.

무엇이 대한의사협회장을 단식투쟁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을까? 단식투쟁을 선언한지 3일째가 되던 날, 추무진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협 회장이면서 단식이란 선택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단식투쟁을 계기로 의료계가 하나로 뭉쳤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단식투쟁으로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먼저 추회장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언급했다.

“3일째 되니까 손떨림 현상이 생기고 있고 머리는 맑아졌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며 “아까 악수를 하는데 힘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힘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날씨가 많이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너무 추워서 3일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많이 도움을 줬다”고 멋쩍게 웃었다.

추 회장이 단식을 시작한 20일은 대한으로 아침부터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동장군의 기세로 배고픔보다는 저체온증으로 쓰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다.

추 회장은 단식투쟁을 통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22일 아침에 보도된 정부의 달라진 태도를 예로 들었다.

앞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연두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초음파와 X-Ray 등 현대의료기기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 밖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추 회장은 “초음파, X-Ray 등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을 그어준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며 “이전까지 정부의 입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범위를 오는 6월까지 검토해 고시하겠다고만 했지 의료계·한의계와 협의하겠다는 말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외에도 규제기요틴에 대한 회원들의 우려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등 나머지 규제기요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소통과 화합,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났다

단식 3일째, 단식투쟁을 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꼽는 이 시기에 추무진 회장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일들이 있었다.

바로 많은 의료계 인사들이 찾아와 추 회장을 격려해주는 한편, 많은 의료단체들이 그의 단식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

단식투쟁을 격려해주기 위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 ▲광주광역시의사회 최동석 회장 ▲대한의사협회 문태준 명예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남궁성은 원장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김건상 이사장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 김영훈 이사장 ▲서울특별시의사회 임수흠 회장 ▲대한가정의학회 조경환 이사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 인요한 소장 ▲전라북도의사회 김주형 회장 ▲대전광역시의사회 황인방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김화숙 회장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석승한 원장 ▲김한겸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단식 3일째를 맞은 추무진 회장의 천막장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의료계 인사들이 격려차 방문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한국여자의사회 등 지역과 직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의료단체들이 추 회장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추 회장은 “정부의 규제기요틴을 막기 위해 전 의료계가 하나로 뭉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와서 격려를 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시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에는 사안별로 회원들이 관심이 틀어졌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지역, 직역 등에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맞서 힘을 모으고 있다”며 “더욱 힘이 되는 것은 현재 의사회원 뿐만 아니라 미래에 의사가 되려는 꿈나무들, 의대생들까지도 이번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이라고 하지만 추무진이라는 한 사람이 단식투쟁을 선언한 것은 어찌보면 작은 몸부림, 몸짓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몸짓하나가 무수한 파장이 되어 전 사회, 우리나라 전체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만 한다는 거대한 메시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

그는 정부의 규제기요틴이라는 정책에 맞서기 위해 의료계가 하나로 뭉치는 과정이 그동안 의료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결실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췄다.

“작년에 의협 회장이 된 이후, 화합과 소통을 위해, 의료계 내부 안정과 통합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자부하고 가능하면 회장의 목소리를 줄이고 회원의 목소리를 더 많이 경청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

이어 “일부에서는 회장이 아무 일도 안하고 말만 듣고 다닌다라고 비춰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건을 계기로 느끼는 것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규제기요틴이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도 있지만 전 의료계가 하나로 모이는 건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닌 노력의 결과가 아니겠나 싶다”고 강조했다.

◆임시대의원총회 이후의 의료계 행보는?

추무진 회장은 앞으로의 투쟁로드맵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는 “오는 25일 전국의사 대표자회의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미 연석회의를 통해 나온 몇가지 제안이 있는데 대표자회의와 임총을 통해 결정이 될 것이고 결정사안에 대해 집행부와 회장이 책임을 지고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결집된 강력한 의료계의 힘을 국민건강·안전 외면정책을 저지하는데 쏟아붓겠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먼저 여론 환기 작업으로 신문에 광고를 게재했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의사궐기대회도 예정 중이다”며 “현재 이원화 체계 하에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범위 이외의 것으로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마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연구자들과 함께 많은 연구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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