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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제약 윤길영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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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제약 윤길영 상무
  • 의약뉴스
  • 승인 200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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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겨울 오후, 한 권의 책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성제약 윤길영 상무가 쓴 그림에세이 집' 나는 전생에 계집이었나' 보다 가 바로 그 책이다. 50 중반의 중년 남성이 쓴 에세이 집 치고는 어딘지 감성적이다.

제목 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음미해 보면 이 시대의 한 남성이, 가장으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존재 의미가 고스난히 녹아나 있다. 문장의 완성도는 둘째 치고라도 글과 연관된 그림을 보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다.

가령 "영화관에서도 나는 슬픈 영화를 보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해 턱을 치켜 들고 눈 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어쩔 줄 몰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중략...차를 타고 가다가도 라디오에서 슬픈 사연이나 구슬픈 음악이 흐르면 눈물이 저절로 뺨을 타고 흘러서 나 스스로도 당황해 하곤 한다. 상상해 보라! 사내 녀석이 핸들을 잡고 우는 모습을, 얼마나 가관인가."

더욱 난처한 것은 가족끼리 텔레비젼 시청을 하다가도 문득 가슴에 와 닿는 장면이 있으면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 내린 다는 것이다. "애 , 니 아빠 또 시작이다. 빨리 수건대령해라." 습관처럼 아내의 한마디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결단력이 없고 모질지도 못하다고 채찍질 한다. 하지만 기왕 그렇데 태어 났다면 그런데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사나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세번 운다고 하는데 시도 때도 울어대니 '나는 아마도 전생에 계집이었나 보다'고 마침표를 찍는데 그 대목에서는 오히려 독자의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글의 왼쪽에는 그림이 네컷이 있는데 그 중 세껏은 볼륨이 있는 벌거벗은 여성의 모습이다. 누드임에도 추하지 않고 글과 적절하게 매치돼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신 사이에는 활짝 핀 꽃 두송이가 있다.

작가 윤길영 상무는 "1년 정도 걸쳐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이 책이 세번째 인데 늘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며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세번째 나온' 나는 ...'이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웃는모습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만 같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눈물 보다 더 큰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다. 어릴적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외롭고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남을 돕는데 시간과 열정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철부지 어린 아이가 되다, 여유있는 사람들이 조금 덜 쓰고 남을 돕는다면, 이 세상 더럽고 추한 것 다 덮어 버려라,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 줄 것인가' 등을 읽으면서 한 폭의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상상속의 그림과 옆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 겹쳐질 때도 있고 따로 놀 때도 있지만 어느새 책 한권을 순식간에 읽고는 아 ! 하는 깊은 감동과 함께 오랫만에 생각의 날개를 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고 감사해 하면서 살아온 작가의 심성이 이런 작품을 탄생하게한 배경이고 오십 중반 인데도 청바지에 러닝 셔츠를 즐겨 입으며 힙합이 나오면 엉덩이를 흔들고 판소리가 들리면 어깨를 들썩이는 천진 난만함에서 남을 배려하고 돕는 정신이 잉태된 것은 아닐까.

작가는 평소 틈틈이 끄적였던 낙서들이라고 그래서 용기를 내 세상에 내보내는데 기쁨 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적고 있지만 낙서라고 표현하기에는 글이 주는 작은 감동과 그림이 주는 묘한 여운이 오래 도록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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